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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박물관 3.4층에 개관한 민속아카이브
ⓒ 김기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은 8일 오후 4시 민속아카이브를 정식 출범하였다. 이로써 박물관만으로는 수용할 수 없는 더 넓은 영역의 민속학 자료를 집대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또한 이전 개관 14년만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총 8만 5천여 점 중에서 6백여 점을 엄선하여 소장품 도록을 발간했다.

22만 건의 민속자료 확보 향후 기증확산 기대

박물관은 기본적으로 고고학적 유물가치를 중심에 둘 수밖에 없어 근현대 민속학 자료에 대해서는 접근에 어려움이 있다. 예컨대 올해 개봉한 영화는 지금 당장 박물관에 전시할 수 없다. 그러나 연구자에 따라서는 다른 민속학 자료와의 연관으로 인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일반 고고학적 유물자료와 달리 민속학이 가진 생활사라는 특성 때문인데, 삶이란 시간, 공간을 넘어 유기체적 연관을 갖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거 생활사에 대한 개념정립이 없었던 시대에는 한 시대가 지나서야 비로소 옛 유물자료들을 모으느라 막대한 시간과 예산을 들이고도 결국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제 학술적 개념이 정비된 마당에 불과 그런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없는 것이고 그에 대한 대안이 바로 아카이브에 있다.

2005년부터 중기계획으로 시작된 민속아카이브는 작년 박물관 3층에 공간을 마련했고 앞으로 2011년까지 민속학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집중하게 된다. 민속학 아카이브는 마치 도서관과 박물관을 결합한 듯한 형태로 단지 민속자료 수집이 목적이 아니라 민속학 자료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중심을 두고 있다.

▲ 민속 아카이브는 공식 개관 이전에도 이미 이용자들이 찾는 곳이다. 한 방문객이 컴퓨터로 검색한 사진자료를 열람하고 있다.
ⓒ 김기

박물관 소장 유물은 방대하기 때문에 모든 자료를 항상 접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카이브에서는 전시중이 아니라도 모든 민속학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물관 활용도를 대폭 끌어올리게 된다. 그러나 민속학의 개념이 현대 들어 스스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아카이브에 요구되는 역할은 훨씬 더 많다.

아카이브를 맡고 있는 김시덕 학예연구관은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장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위한 모든 자료들의 표준화를 갖추는 일이 선결 문제이며 이를 위한 집중 투자를 할 예정”이라면서 “더 완벽한 민속아카이브를 위해 자료수집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일반인이나 연구자들의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향후 아카이브의 업무방향을 밝혔다.

민속아카이브는 현재 22만여 건의 민속자료를 가지고 출범했지만 오는 2011년에는 200만건의 자료 소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카이브는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는데, 현재는 도서나 사진 등에 대해서 열람만 가능하지만 직접 박물관을 찾으면 복사, 열람은 물론 향후 시청각 체험도 가능하게 될 예정이다. 또한 민속아카이브만이 가지고 있는 도서들에 대해서는 웹상으로 본문 컨텐츠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민속아카이브가 풀어야 할 숙제도 없지 않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의 일부 업무로 진행하고 있는 작은 규모로써는 이와 같은 사업들을 수행하기에 충분치 않을 것이다. 추후 어디까지 진화될 지 모르는 아카이브인 것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박물관 내 독립된 부서나 기구로의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인의 삶 고스란히 담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도록 발간
나무 김칫독부터 4층 누각 상여까지


▲ 국립민속박물관 이전 개관 14년만에 발간한 소장품 도록.
ⓒ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의 소장품 도록은 거창하게 내놓을 것이 없다. 민속 그 자체가 소박한 민초들의 삶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8만여 소장품 중에 국가지정문화재는 6건 76점밖에 되지 않는다. 흔히 박물관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그러나 20세기가 권력자 중심의 역사관에 지배됐다면 21세기 이후에는 분명 역사의 중심이 움직일 것으로 보여 미래시대에는 민간의 삶이 담긴 유물과 자료가 큰 가치를 발하게 될 것이다.

이번 발간된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도록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쉼표를 찍는다. 또한 현재 위치로 이전 개관한 지 14년만의 자료수집의 성과를 눈여겨볼 수도 있다. 박물관이 연중 300일이 넘게 상설 및 특별전시를 통해 많은 유물,자료를 전시하지만 그것들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게다가 수장고에 있는 소장품들은 여간해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때문에 소장품 도록을 통해서 중요한 소장품들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도록의 발간의 의미는 크다.

특히 이번 소장품 도록은 민속박물관답게 살림살이 등 생활에 초점를 맞춰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한 주제감각을 얻을 수 있다. 워낙에 국립민속박물관의 소장품은 강원도 산골에서 수집한 나무김칫독부터 치마저고리, 쟁기부터 4층 누각의 특이한 민가용 상여까지 과거의 삶에 밀착된 것들이다.

그런 까닭에 이 도록은 삶을 담고, 일구고, 만들고, 즐기고 마침내 마칠 때까지의 소박하지만 삶의 시간과 땀이 깊이 배인 유물들을 정리해두고 있다. 총 5장 구성에서 ‘삶을 담다’에는 집과 주생활, 옷과 의생활, 그릇과 식생활 관련 유물을 망라하고 있다. ‘삶을 일구다’에는 이미 짐작할 수 있다시피 농업. 상업 관련 유물을, '삶을 만들다‘에서는 사회의 기초인 가족부터 교육, 출세 및 개인적 바람을 담은 신앙 등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삶을 즐기다’에는 자연 오락과 풍류 그리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다양한 공예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끝으로 ‘삶을 마치다’에는 이제는 정말 보기 어려워진 상례와 제례에 관련된 자료들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상례는 가장 급격히 변화된 민속 중 하나로써 영화를 보는 어린이들이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긴요한 교육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수록 자료들에는 자료번호가 함께 실려 해당 유물에 대한 열람이나 대여시에도 편의를 얻게 하였다. 또한 그동안 박물관 발간책자들이 일반판매가 되지 않아 일반인의 소장이 여의치 않았는데, 이 도록부터 가격이 붙어나와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현재는 박물관 내 뮤지엄 숍(02-735-6630)에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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