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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준규 기자님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무실을 점거한 채 "이 전시장은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님의 글('당신의 2세가 장애아라면, 자신있게 낳겠는가')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 글을 쓰게 됩니다.

저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 아이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이명박씨의 발언에 대해서 말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은 서로 잘 알고 있다고 보며 님과 제가 가지는 관점도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님의 글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는 마음에 어설픈 글을 올려봅니다.

박준규님의 표현에서 관점이 다른 부분만을 별도로 이야기하려 하니 오해의 소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해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지 장애아 낙태 발언에 대해 문제가 된 소지가 무엇이며 이를 문제삼아 투쟁 아닌 투쟁을 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이다'라는 것인데 투쟁을 일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투쟁 아닌 투쟁'이라는 말은 무리가 있다고 보입니다.

왜 사람들은, 장애인들은 매일 거리에서 투쟁을 하며 지내는 것일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을 안 가지는지요. 그들이 거리에서 싸움을 하는 이유는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환경·제도 개선 혹은 제도의 신설을 이유로 하고 있다고 봅니다.

같은 이야기가 되겠지만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경시'라는 부분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봅니다. 장애에 대한 경시 풍조가 지금의 모든 환경들을 만들어 냈으며 그로 인해 장애인들은 어떠한 제도적인 서비스도 받지 못하는 것이지요. 발언을 문제삼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사상·철학적 결함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정치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 봅니다.

유력 대통령 후보의 장애 인식이 문제

"기본적으로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낙태도 반대 입장이에요. 보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위 발언에서 틀린 것이 무엇인가? 나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문제를 지적하자면 발언 내용 중 틀린 부분은 '불구'란 단어밖에 없다. 불구의 바른 표현은 장애인이다. 낙태란 정말 있어서는 안 될 불법행위이며 살인죄에 가까운 무서운 행위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법을 강화하고 단속을 한다고 해도 하루에도 수많은 낙태가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


법에 준해서 나온 발언이라 표현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장애의 유무에 대해서 따질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낙태에 반대한다고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요?

법적인 문제들을 떠나서 근본적인 문제를 따져본다면 생명은 누구나 소중한 것인 만큼 어딘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 생명의 생사를 결정할 권한이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입니다.

왜 발언이 문제가 될 수 있는가 하면, 그 사람의 현재 위치를 가지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님이나 제가 '장애아는 낙태해도 된다'고 했다고 가정했을 때 누가 나서서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라 보지만, 그 사람이 가진 지금의 자리는 한 나라의 통치자를 꿈꾸며 현재진행형으로 가장 근접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철학, 인권관, 노동관, 세계관, 주변의 환경 등 많은 요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지라 그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명박씨의 발언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님께서도 지적했듯이 문제가 되는 말은 '불구'라는 말이라 하셨는데 그 말은 그 사람이 가진 장애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봅니다. 그렇다면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며 지금 벌어지는 현상들의 초점이 거기에 맞춰져 있다고 봅니다.

조금 확대해서 본다면 이 기회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바라는 마음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인명경시, 인권과 노동 분야에서의 발언들이 문제가 되고, 위험한 인물로 여겨지는 것이 그런 이유라 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통치의 개념도 들어가지만 국민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만들어 가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 많은 제도를 고치고 새로 만들어 가야 할 책무를 진 자리가 대통령이라 여기며, 그 책무를 수행해 나감에 있어서 가장 먼저 눈길을 주어야 할 계층이 빈민과 장애인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사회적으로 권리를 가지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자리에 노동자와 장애인 등 소외계층과 서민들을 경시하는 생각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주관이라 고집을 한다면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정치적 득실을 따진다거나, 아니면 막무가내의 투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검증의 절차를 밟아가는 것'이라고 여겨야 할 것입니다.

태아에게 장애가 있어도 낳아 키우겠다

▲ 최근 장애아 낙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 2월 서울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을 방문, 비장애인들이 어둠속에서 시각장애인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어둠속의 대화' 전시실에 눈을 감은채 입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만일 지금 당신의 2세가 출산 전인데 검사결과 장애아로 판정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선뜻 낳아서 잘 키워보겠다고 할 수 있겠는가? 특히 나와 같은 장애인들은 2세가 지금 뱃속에 있는데 장애인이라면 자신 있게 낳아서 키울 수 있는가 말이다.…

님은 자신 없다고 했지만 제게 이 질문을 한다면 저는 낳겠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는 생명존중이니 하는 말로 거창하게 표현하지 않고 단지 부모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태아는 자신의 의사로 결정지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부모로서의 책임범위를 더 넓게 가지고 아이와 함께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왜 부모의 역할이나 책임 부분은 뒤로 하고 단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태아의 미래를 결정하려 하시나요? 혹시 사회적인 시스템의 문제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시나요?

님께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하셨는데 한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보셨는지 궁금해집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불편할 뿐이지 사회적으로 냉대를 받거나 활동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누구나 존중받을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가치는 장애·비장애의 구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힘들 것 같으니 낙태를 하라고 공공연히 말을 하고 그 말에 동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인간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회적인 환경이 장애 유무를 떠나 모두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구성돼 있다면 누가 장애를 비하하거나, 배제시킬 수 있을까요. 인식이 바뀌어 '장애인'과 '일반인'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사회적 시스템 바꾸는 일... 논쟁 더 확산돼야

문제는 그것이라 봅니다. 장애 인식의 부족에서 오는 단편적인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장애가 힘들고 불편하다고 여긴다면 차라리 '사회적인 시스템을 바꿔 모든 장애인들도 동등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그러니 낙태와 같은 행위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할 수 있는 인식이 부족했고, 장애를 '불구'라고 여기고 멸시하는 행위를 스스럼없이 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 보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논쟁이 더 많이 확산되어야 하고 이를 계기로 장애인들이 왜 거리에서 투쟁을 하고, 정부에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지 관심을 두게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바라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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