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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대가 김밥 할머니의 법명을 딴 '정심화 국제문화회관'에서 '정심화'를 빼려 하자 학생들이 양 총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지난 해 2월)
ⓒ 오마이뉴스 심규상
정책연구비 집행비리 의혹이 제기된 후 전격 사의를 표명했던 양현수 총장이 집무에 복귀한 후 교무처장을 경질하면서 충남대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태를 관망해오던 충남대학교 교수회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가 성명을 내고 양 총장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충남대 양현수 총장은 취임한 지 2년 2개월만인 지난 달 14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양 총장은 각종 정책연구비가 총장 측근들에게 집중 배분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단과대학장 전원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하지만 양 총장은 사의 표명 후 17일만인 지난 달 31일 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복귀이유로 '사태수습'을 내세우며 "그동안 추진해 왔던 대학운영은 교무처장을 중심으로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풀어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교무처장 중심으로 합심" 말하더니 업무복귀 직후 '경질'

하지만 그는 약속과는 달리 복귀 후 수일만에 백상기 충남대 교무처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형식은 백 처장이 먼저 사표를 제출하는 방식이었지만 구성원들은 사실상 이를 경질로 받아들이고 있다. 백 처장의 사표제출 사유가 양 총장이 학무회의를 무산시킨 데 따른 반발이기 때문이다.

양 총장은 또 업무복귀 당시 "사태의 책임자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으나 김지환 교수를 신임 교무처장으로 임명한 후 15일까지 다시 연가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양 총장의 업무복귀 속내가 사태수습이 아닌 다른 데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충남대학교 교수회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도 5일 성명을 내고 양 총장의 처사를 지적하고 나섰다.

교수회는 성명을 통해 "교무처장 경질로 사태의 조기 수습을 바라던 학내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검찰 소환을 앞둔 상황에서 스스로 자중했어야 함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권한행사"라고 비난했다.

교수회는 이어 "독단적이고 비상식적인 인사권 행사"라며 "이번 인사를 취소하고 스스로 약속한 바와 같이 대학운영을 처·국단장에게 일임하고 권한 행사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자숙해도 모자란 판에 월권행위까지 하나"

▲ 지난 3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충남대 특강 당시 양현수 충남대 총장(좌측). 양 총장은 한때 고건 전 총리가 이끄는 '희망연대 공동대표'직을 맡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민교협도 성명에서 "그동안 인내심을 갖고 사태수습을 지켜봤으나 최근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총장의 직무복귀와 교무처장 경질은 다분히 감정적인 인사권 행사"라며 "커다란 실망과 함께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비난했다.

이어 "총장은 검찰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직무수행을 중지하고 학교 일에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충남대 한 교수는 "자진사퇴를 했던 분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며 "학생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숙해도 모자라 판에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며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수는 "양 총장은 취임식 당시 학교 구성원들에게 '부지중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며 "이 말을 양 총장에게 그대로 되돌려 주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부지중어'는 '삶아지는 것도 모르고 솥 안에서 헤엄치고 노닐고 있는 물고기'라는 뜻의 고사성어로 양 총장은 취임식 당시 이를 인용하며 "눈앞에 닥칠 위험도 모른 채 유유자적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 20여명 소환조사... 양 총장 소환도 임박

검찰은 양 총장의 비리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교수 등 20여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인 상태다.

검찰의 수사는 우선 충남대 학무위원들의 자체 조사를 통해 제기한 정책연구비 부당집행 의혹에 모아져 있다. 즉 연구비 편중지원 여부와 양 총장에게 연구비 일부가 전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학무위원들은 양 총장 취임 후 2년간 6억2350만원이 지원된 32건의 연구과제 중 상당액이 총장 측근들에게 편중지원됐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이미 양 총장이 정책연구비 중 일부를 연구교수에게 지급하지 않고 본인이 챙긴 사실을 확인했다. 또 수사과정에서 일부 성격이 분명하지 않은 돈이 양 총장에게 건네진 정황을 잡고 이를 확인 중에 있다.

▲ 충남대 정문
ⓒ 오마이뉴스 심규상
검찰은 주변 수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됨에 따라 양 총장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늦어도 다음 주중 양 총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문 길어질 듯

검찰은 그동안 충남대 본부와 양 총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양 총장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취하는 등 비리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수사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양 총장이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돼야 처리 가능하다. 관련 법에 공무원이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를 받고 있는 경우에는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의원면직이 허용되더라도 차기 총장 선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편 양 총장은 1995년 충남대학교 공과대학 정밀공업화학 교수로 부임한 후 대전참여연대 대표의장 등을 역임하다 지난 2005년 제15대 충남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충남대#양현수#대전참여연대#교무처장#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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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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