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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닭을 갓 잡아 만든 닭갈비
ⓒ 맛객
먹어본 지 하도 오래 되어서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음식이 있다. 닭고기보다 양배추와 떡 고구마 등 부재료가 더 많이 들어간 춘천닭갈비. 가격도 그리 세지 않고 양도 풍족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편이다. 시각적으로는 풍족해 보이지만 맛있다는 느낌은 먹을 때마다 그다지 없었다.

그렇기에 젊은 날 소주를 비우기 위해 먹었던 기억은 있지만 닭갈비가 먹고 싶어서, 또는 이 집 정말 맛있게 잘해 그래서 간 적은 없었다. 이 집이나 저 집이나 특별한 맛이 있지 않고 매한가지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이 들어가면서 발길이 뜸해진 듯하다.

춘천닭갈비가 볶음식이라면 직접 구워먹었던 닭갈비도 있었다. 제기시장 근처에 있던 아주 허름한 집이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발견한 그 집은 돼지갈비라는 작은 돌출간판이 전부였다. 인테리어의 기본조차 무시된 그야말로 허름한 집의 베스트5에 들어갈 정도라면 말 다한 게 아닐까. 돼지갈비집이니 당연히 돼지갈비를 주문했지만 곧바로 주문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닭발을 빨고 있는 게 아닌가?

두 번째 간 날은 나도 그 사람들을 따라서 닭발을 주문했다. 1인분 한 접시에 2천원이란 가격도 참 맘에 들었다. 오호~ 이 맛에 사람들이 먹는구나 생각될 정도로 입을 뒤집어 놓는 맛이었다. 이때껏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매운 음식이기도 했다. 나중에 또 가서는 닭갈비도 주문했다. 양념한 닭고기를 구멍 뚫린 팬 위에 올리고 가스불로 굽는 식이다. 비록 춘천닭갈비보다 양은 적었지만 맛은 뛰어났다. 그 집이 바로 지금은 닭발의 대명사가 된 고대 현닭발이다.

닭발이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돼지갈비와 닭갈비는 메뉴에서 빠지지 않았나 싶다. TV 등 매스컴을 통해 유명세를 치르면서 지금은 새로 지은 건물로 이사 갈 정도로 번창했다. 하지만 맛객 입장에서 보자면 그 옛날의 오붓한 분위기와 저렴했던 가격과 맛이 있던 그 시절의 허름했던 때가 더 좋았으니 세월을 탓해보는 수밖에...

그렇다면, 시골 닭으로 만든 닭갈비는 어떤 맛일까?

닭고기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지만 육고기 중에서 가장 변질이 빠른 편이다. 그렇기에 다른 고기처럼 육질보다도 신선도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구입하곤 한다. 신선도가 나와서 말인데 맛객은 소스 듬뿍 발라진 길거리 표 닭꼬치는 쳐다보기도 싫다.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 것들이니 말이다. 맛을 떠나 위생과 신선도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으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이다.

갓 잡은 닭이라면 신선도 하나만큼은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그것도 직접 기르는 시골닭이 최고다. 이 시골 닭으로 닭갈비를 만들어 먹는다면 어떤 맛일까? 춘천닭갈비처럼 달달하게가 아닌 입에 착 감기는 양념으로 재웠다가 구워먹는 스타일이다. 닭고기 외에는 표고버섯이 전부여도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제법 되어 여럿이서 실컷 먹을 수 있다.

▲ 누가 이런 분위기의 집에 들어가겠는가? 대부분 그냥 지나칠 집이다
ⓒ 맛객
그 집이 어디일까? 구례 산동면에 가면 산수유 마을이 있다. 마을 초입이 중동마을인데 큰 당산나무가 서 있는 그곳이다. 간판도 없다. 그냥 공판장 옆 조그만 식당인데 닭갈비와 닭도리탕이란 메뉴가 유리창에 적어져 있는 게 전부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찾아가겠는가? 설사 유리창에 적힌 메뉴를 봤다손 쳐도 누가 선뜻 들어갈 생각이나 하겠는가? 하지만 외관만 꾸밀 대로 꾸미고 정작 음식은 젬병인 집들에 비하면 이 집은 정 반대인 셈이다. 외관은 초라해도 닭요리로는 부근에서 제법 소문난 집이라고 한다.

▲ 닭갈비, 주 내용물은 닭고기와 표고버섯이다. 미리 전화를 걸어 양념에 재워놓으라고 했다
ⓒ 맛객

▲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 맛객

▲ (닭고기에서 맛객이 가장 선호하는 닭껍질, 두껍고 쫄깃한 닭껍질, 양계장 닭처럼 얇고 흐믈거리지 않아 좋다. 다른 분들이 탐내지 않는 듯해서 맛객이 즐겁게 먹었습니다
ⓒ 맛객

▲ (귀신 백명을 한꺼번에 만나면 이런 닭살이 될까? 돌기가 닭의 신선도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 맛객

▲ 직화구이 닭갈비
ⓒ 맛객

▲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다
ⓒ 맛객

▲ 배어무니 이런 단면도가 나온다. 겉은 쫄깃한 껍질인데 안은 고기도 아니고 비게도 아니고 연골도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닭을 먹어왔지만 닭에 이런 부위 이런 맛이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어떤 부위일까? 지금도 궁금하기만 하다
ⓒ 맛객

▲ 미듐으로 살짝 익혀서 기름장에 찍어 먹으니 서걱서걱 씹히는 식감이 만족스럽다
ⓒ 맛객
닭 껍질에 돌기는 해삼보다 확실해 시골 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껍질 두께도 만만찮아 닭은 껍질이 맛있다는 말을 실감나게 해준다. 입 속에 들어간 닭 껍질은 생동감이 있어 오돌돌 굴러다니는 느낌이 든다. 아 이 말할 수 없는 쫄깃함이란! 냉동 닭이나 대량으로 사육되는 닭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 식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쉬운 소식이 있다. 맛객이 다녀온 이후 글을 쓰면서 문의할 게 있어 전화를 걸었더니 이젠 닭갈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소가 협소하다는 게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생닭과 치킨은 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양계장 닭이 아닌 시골닭으로 만든 치킨이라면 분명 일반 치킨과 다른 특별한 맛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업소 정보는 http://blog.daum.net/cartoonist/10498753 에 있습니다.


#닭#닭갈비#닭발#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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