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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에서 삼지연공항을 거처 오른 백두산 천지 모습.
ⓒ 서종규

가슴이 두근거린다. 평양을 출발할 때에는 흐린 날씨였는데 백두산 정상은 어떨까? 무성한 산림 길을 지나 백두산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가슴이 설렌다. 아직까지는 맑은 하늘이었다. 우리가 탄 버스는 백두산 주차장에서 잠시 멈춘 뒤, 다시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백두산 정상에 도착하자 순간적으로 쌓였던 구름이 날려갔다.

오, 우리 땅 백두산이여, 우리 땅 백두산 천지여! 백두산 천지는 그렇게 우리 마음속으로 감동스럽게 들어왔다. 천지의 푸른 물이 저 아래에 있다. 손이라도 뻗으면 손등에 출렁일 것 같다.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봉우리들에는 아직 구름이 걸려 있었지만 푸르게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온 백두산 천지는 감동으로 흘러 넘쳤다.

우리 모두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감동의 물결이 구름처럼 한 번 흘러가자 한 사람이 제안하였다. "우리 모두 만세를 부르자. 백두산 만세를 부르자", 그래서 우리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목청을 높여 백두산 만세를 불렀다. 장엄한 백두산 정상에 올라 우리 땅 백두산과 천지를 향하여 감격의 만세를 불렀다.

▲ 우리 땅 장군봉에서 바라본 백두산 천지.
ⓒ 서종규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교육자 상봉모임이 지난 8월 6일부터 9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남북교육자 상봉모임은 남측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교육자 100명이 서울 김포공항에서 북측항공기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하여 북측의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이하 교직동)의 교직원 300여명과 만나 교육에 대한 서로의 열정을 확인하고 교육자들이 통일 교육을 실천할 의지를 다졌다.

6일 새벽 6시 20분 백두산 참관을 위하여 숙소를 출발하였다. 오전 7시 30분 북측 김성철 교직동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우리 방북단 전체가 평양 순안공항에서 비행기에 올라 오전 8시 40분 삼지연공항에 도착하였다. 평양을 출발할 때는 흐린 날씨였다. 모두 흐린 날씨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1360m 높이에 있는 삼지연 공항은 한산했다.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가 유일하다. 날씨가 맑았다. 일행은 공항에서 버스 4대에 나누어 탔다. 백두산 정상까지 약 40km를 달렸다. 포장된 길도 있었고, 포장되지 않은 길도 있었지만 비포장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길은 대부분 1차로였다.

▲ 우리 땅으로 오른 백두산 모습.
ⓒ 서종규

삼지연공항에서 백두산으로 향하는 길은 울울창창한 산림들을 뚫고 지나간다. 가문비나무나 삼나무 종류들이 높이 솟아있는 숲은 너무나 건강하게 보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은 우리들의 마음을 맑게 했다.

백두산 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안내원의 말에 의하면 들쭉나무 열매를 채취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금강산이나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은 모두 들쭉술을 한 잔 마셔 보거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현재 그 들쭉나무 열매를 채취하는 시기로, 백두산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또 짐차를 가득 타고 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군복을 입었다. 백두산 답사를 가는 사람들이란다. 민족의 영산이며 김일성 주석의 혁명 흔적을 밟아 많은 군인들이나 학생들이 백두산 순례를 한다는 것이다.

백두산 가는 길은 평탄하다고 할 수 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 고개를 오르듯 가파른 길을 가는 느낌이 없다. 해발 1300m에 위치한 삼지연공항에서 출발하여 조금씩 높아지는 고도에 따라 쭉 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차가 가파르게 오른다기보다 거의 평지를 달린다는 느낌이 든다.

▲ 백두산의 초원.
ⓒ 서종규

차가 연지봉이 보이는 곳을 달린다. 2000m가 넘는 곳이다. 차차 그 울창하던 산림들이 없어지고 초원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푸른 초원에 수많은 꽃들이 흔들거린다. 가볍게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면서 우리들을 환영하고 있다. 초원들의 풀꽃들은 그리 높이 서 있지 않지만 가끔은 키가 큰 개회향 풀꽃도 눈에 들어 왔다.

오전 10시 10분, 백두산 아래 주차장에 도착했다. 정상의 날씨는 맑았다. 가슴이 설렜다. '혁명의 성선 백두산, 김정일'이라고 새겨진 하얀 글씨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에서 내려 걸어 올라가려면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시간이 촉박한 우리들의 일정 때문에 우리들은 정상까지 버스로 올랐다. 백두산 정상까지 차로 오를 수 있는 길이 닦여 있었다.

▲ 백두산 최고봉 장군봉(2759m) 오르는 길.
ⓒ 서종규

10시 30분 버스를 타고 천지에 도착하였다. 백두산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황홀하였다. 1년 전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팀' 65명이 '무등에서 백두까지 겨레 하나 잇기 통일염원 백두산 트레킹'을 위하여 중국 쪽으로 백두산에 올라 외륜봉을 종주하면서 눈이 시리게 보았던 백두산의 최고봉 장군봉(2750m)에 오른 것이다.

그때 저 곳 우리 땅, 저 우리 땅을 통하여 백두산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이 얼마나 아쉬웠던가. 그 꿈을 1년 만에 성취하다니. '쨍쨍' 맑은 햇살을 간간히 구름이 뚫고 가는 천지의 모습이라니…. 백두산까지 어렵게 찾아왔으나 비바람이 몰아쳐 천지에 오르지 못한 사람도 허다하고, 구름이 가득 가려 앞길도 찾기 어려워 그냐 내려갔다는 사람들도 허다한데….

▲ 우리 땅 장군봉에서 본 백두산 모습.
ⓒ 서종규

백두산은 양강도 북위 42도7분, 동경 128도5분의 지전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 산이다. 100만 년 전의 화산 활동으로 생긴 백두산은 한반도 최고봉이다. 압록강과 두만강이 발원하는 곳이다. 천지를 중심으로 장군봉(2750m)·비류봉(2580m)·백암산(2670m)·차일봉(2596m)·망천후(2712m) 등 해발 2600m가 넘는 봉우리가 16개이다.

백두산 천지는 여러 차례의 화산 폭발과 함락에 의하여 이루어진 칼데라호이다. 수면은 해발고도 2189m로 전 세계 화산호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면적은 9.17㎢, 둘레는 14.4km, 동서 길이가 3.51km, 남북의 길이가 4.5km이다. 평균 깊이가 213.3m, 최대 깊이가 384m이다.

▲ 우리 땅 장군봉에서 본 천지.
ⓒ 서종규

장군봉 정상은 우리가 도착하여 천지를 내려다 본 곳에서 약 10분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 우리들은 천지의 감동에 취하여 모두 들떠 있었다. 안내원의 재촉에 장군봉으로 향하였다. 장군봉에 오르는 길은 화산석으로 되어 있었다. 모두 구름을 밟는 기분으로 장군봉까지 한 숨에 올랐다.

백두산 최고봉 장군봉에서 바라본 천지는 장엄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타원형 모습이 아니었다. 장군봉 바로 앞에 비류봉(2,580m)이 솟아 있어서 천지를 가린 것이다. 타원형 모습에서 한 쪽이 들어간 모습이 그대로 우리 눈에 들어 왔다.

▲ 백두산에 아름답게 핀 노란 두메양귀비.
ⓒ 서종규

장군봉 주위에는 노란 두메양귀비가 가냘프게 바람에 떨리고 있었다. 작년에 천지를 내려다보이는 벼랑에 노랗게 피어 우리의 마음을 애달프게 만들던 그 꽃이 올해에도 그대로 피어 있었다.

백두산에는 두메양귀비뿐만 아니라 많은 풀꽃들이 피어 있었다. 아주 여리게 보이는 나도개미자리풀꽃이 눈에 들어왔다. 무더기져 하얀 색으로 앙증맞게 비비대고 있었다. 신선처럼 솟아있던 하얀 큰오이풀꽃이며 하늘매발톱꽃도 반갑게 눈에 들어왔다. 바위구절초는 천지의 절벽에서 그대로 웃고 있었다.

창원 명곡초등학교 진선식 선생은 백두산에 오른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백두산 정상에 올라 천지를 내려다보니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해외여행을 한 번도 다녀오지 않았답니다. 물론 돈이 없어서가 아니고 평양을 거처 우리 땅을 밟고 백두산에 오르기 전에는 절대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했거든요. 이제는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다녀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장군봉에서 본 백두의 모습.
ⓒ 서종규

우리들은 시간이 없어서 내려가야 한다는 재촉을 수없이 받고도 그대로 서 있었다. 우리 민족의 영봉 백두에 올랐는데 더 무슨 시간이 필요하단 말인가.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하듯 구름이 한 번 천지를 뒤덮더니 다시 맑게 갠다. "아!", 감탄 저절로 흘러나온다.

우리들은 버스를 타고 내려오다가 백두산의 초원에 앉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무두봉 등판이라는 곳이다.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풀꽃들이 가득했다. 멀리 백두산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일행은 점심을 먹으면서도 말이 별로 없다. 그렇게 다시 또, 다시 또, 백두산에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날을 마음속으로 기대하는가 보다.

▲ 우리 땅 백두산에 자유롭게 오를 수 있다면….
ⓒ 서종규

덧붙이는 글 | '평양에서 개최된 2007 남북교육자 상봉모임' 기사는 1. 아이들에게 푸른 하늘을 보게 하자, 2. 교육기관 방문, 3. 평양의 풍경, 4. 백두산 천지, 5. 묘향산, 6. 아리랑 공연 등 총 6개의 기사로 쓸 예정입니다.


#백두산#천지#평양#장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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