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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한 지는 오래된다. 늙고 병들었지만 어머니가 진짜 주인공이 되는 날을 만들고 싶었다. 온 세상이 어머니를 가운데 두고 돌아가는 그런 날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온 식구가 어머니를 집안의 제일 어른으로 모시는 날.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를 존재의 근원으로 떠받드는 날을.

언젠가부터 어머니는 뒤로 밀렸다. 거추장스런 짐 덩어리가 되었다. 5월 8일 어버이날은 가슴에 그 잘난 카네이션 한 송이가 대롱거리다 만다. 명절? 명절날 어머니는 오랜만에 모여든 자손들이 반가워 들떠 있을지언정 젊고 건강한 자손들은 지린내 풍기며 병들고 늙은 어머니(또는 할머니)하고 함께 하지 않는다.

생일? 마찬가지다. 어머니 생일날마저도 늙고 병들고 나면 자식들 잔치에 불과하다. 그 많은 음식과 그 많은 말들은 모두 어머니를 비켜간다.

"그거 아니에요."
"그냥 가만히 계세요. 하는 거 보고만 계세요."
"하하하하… 어머니가 지금이 겨울이래 하하…."

장례식장에서 울컥울컥 울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실 때 잔치를 하고 싶었다. 그것도 정해져 있는 명절이나 생일날이 아니라 일부러 날을 하루 잡아서 생으로 그날을 어머니에게 바치는 날로 하고 싶었다.

어머니랑 산 지 여섯 달. 어머니 곁에 누워 자면서 하룻밤에도 두세 번씩 어머니랑 같이 일어나 오줌 누이고 똥 누이고 하면서 '지금 바로' 이런 잔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루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어머니의 '내일'이라고 늘 느껴 왔던 것이다. 아침에 몇 번을 깨워도 눈을 뜨지 않을 때는 가슴이 와르르 무너지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항상 내 곁에 있어 주시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자주 절감해 왔다.

더위나 추위도 피해야 했고 날씨도 봐야 했다. 집안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한 사람 있어서 기도회로 잡았다. 보수 기독교 신자들은 불교 법회나 가톨릭 미사에 참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요일은 피해야 했다. 모실 목사님과 일정조정도 해야 했고 적은 수지만 모실 분들과도 의논을 해야 했다.

진행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었다. 이런 행사를 본 적이 없기에 오로지 혼자서 궁리를 해야 했다. 그 결론이 아래 초청장에 담겨있다. 이제 내일이다. 제주도에 사는 어떤 후배는 이번 주초에 내 초청장을 받고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았다고 했다. "형. 인간 다시 봐야겠는데?"라고도 했다.

어느 모임에서나 늘 가운데 앉으시고 항상 마이크 앞에 앉으시는 그런 어른들이 몇 분 덜컥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 어머니가 주인공인 자리기 때문에 그런 분들을 특별히 배려한 바가 없어서 죄송한 마음으로 초청장을 보냈는데 드물게도 '평복'을 입고 '일반인'으로 오겠다고 했다.

기독교 신자인 집에서 그날 집안에 일이 있는 것을 몰랐었다고 해서 참석이 가능하도록 토요일로 잡았던 날을 일요일 오후 3시로 미뤘다. 그런데 그것도 안 된다고 연락이 왔다. 일요일은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교회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도잔치의 예배를 맡을 김민해 목사님 때문에 행사가 1박 2일이 되었다. 김민해 목사님은 교회 건물도 없고 자기 교인도 없이 목회를 하신다. '풍경소리' 발행인이면서 이현주 목사님이랑 <드림실험교회(http://cafe.daum.net/DreemtheLORDSGame)>를 하고 계시는데 "덜렁 가서 한두 시간 예배만 봐서야 되겠느냐, 하루 먼저 가서 어머님이랑 얘기도 하고 도우미 노릇도 하고서 예배를 봐야 기도발이 서지"라고 하셔서다.

스무 명 남짓 모이는 이번 기도잔치가 잘되기를 빈다. 아래는 초청장이다. 실명들은 가리개를 했다.

▲ 초청장 앞장(그림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습니다)
ⓒ 전희식
▲ 초청장 뒷장
ⓒ 전희식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모 모시기 - 자식 키우기 반만이라도>라는 카페(http://cafe.naver.com/mobo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도잔치#초대장#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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