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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두 정상 중에서 과연 누가 더 많이 호주에 알려졌을까? 그건 당연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이유는 그가 호주언론에 훨씬 많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노스 코리아 지도자의 이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호주 TV퀴즈프로에서 단골로 출제될 정도이니 김정일 위원장이 더 많이 알려진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그의 존재가 거의 '악마'나 '국제사회의 깡패' 수준으로 알려져서 유명한 것과 국가지도자로서의 위상은 전혀 별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에 호주를 두 차례 방문했다. 특히 최근에 시드니에서 개최된 APEC정상회담에 참석해서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쳤다. 그럼에도 유명세에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형편없이 뒤지는 것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 존 하워드 호주총리 탓이다.

 

강경보수 성향의 두 지도자가 기회만 생기면 북한의 핵문제와 테러문제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김정일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시와 하워드 집권기간 동안 발생한 북한의 핵실험, '악의 축' 발언 등은 호주의 단골 국제뉴스가 됐다.

 

그러나 호주의 경우,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김정일 위원장의 불명예가 상당 부분 상쇄되는 느낌이다. 10월 3일자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평소에 잘 웃지 않는 김정일이 남쪽 대통령을 따뜻하게 맞았다'라는 긍정적인 타이틀의 기사를 내보낼 정도였다.

 

같은 날, <채널10>의 뉴스에서 김정일 위원장 특유의 유니폼 복장과 권위적인 태도와 세련된 양복차림에 시종 미소를 머금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교하는 뉴스를 내보내긴 했지만, 호주뉴스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긍정적으로 보도된 사례는 아주 오랜만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비교적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는 호주언론의 특성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그 중 하나는 외신을 이용하되 평소와는 달리 로이터(영국)나 AP(미국)보다는 AFP(프랑스)를 훨씬 많이 받는다는 점이고, 또 하나의 특성은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을 함께 보도하는 방식이다.

 

로이터나 AP보다 AFP를 더 많이 보도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없지만, 호주언론에서 주로 취급하는 세 통신사의 남북정상회담 뉴스의 내용을 살펴보면 AFP의 보도가 가장 우호적(덜 비판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한편 호주국영 ABC-TV는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을 묶어서 보도하는 대표적인 언론매체다. 10월 3일의 뉴스에서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를 의제로', '분단을 통과하여(Crossing the line)', '6자회담(Six-party talks)' 등 3가지 주제로 뉴스를 내보냈다.

 

호주의 유일한 전국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 10월 4일자 국제면에 남북정상회담의 보도와 함께 "북한이 영변핵시설을 2007년 12월 31일 안에 불능화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크게 보도한 것도 눈에 띤다.

 

 


#남북정상회담#호주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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