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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 좋다.”
 

가슴에 들어오는 고운 단풍의 빛깔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색깔이 다양하여 더욱 더 마음을 설레게 한다. 틈 하나 없이 빨강으로 꽉 들어차 있는 이파리에서부터 분홍과 주황 그리고 연두와 노랑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니, 더욱 더 빼어나다. 여러 가지 색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가는 가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모아져서 내장사로 향하였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아침부터 즐길 수는 없었다. 일을 모두 다 마치고 오후에 서둘러서 내장사로 향하였다. 내장사로 향하는 마음은 이미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온통 그 곳으로 쏠리고 있으니, 보이는 것마다 더욱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정읍 칠보를 경유하여 순창 쌍치쪽으로 해서 내장사로 향해 달렸다. 차창 뒤로 밀려나고 있는 가을의 얼굴이 그렇게 고울 수가 없었다. 들녘은 이미 수확을 마친 뒤였고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당산나무에도 가을이 깊게 내려앉아 있었다. 가을의 마법이 통하지 않은 곳은 없었다.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 가을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장사 입구에 다다르니, 자동차가 밀리고 있었다. 평상 시 같으면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단풍 가로수도 곱게 물들여져 있어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곱게 단장하고서 유혹하고 있는데, 자동차가 밀리는 일 따위에 정신을 팔릴 겨를이 없었다. 단풍이 한 가지 색이 아니라 다양한 색깔이 공존하고 있으니, 더욱 더 빼어나다.

 

  자동차로 달리는 것이 아까웠다. 아니 자동차로 달릴 수가 없었다. 걸어야 했다. 이렇게 곱게 단장을 한 단풍길을 자동차로 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서둘러서 자동차에서 내려섰다. 우선 심호흡부터 했다. 가슴 깊은 곳까지 전해지는 내장사의 상쾌한 공기가 온 몸을 가뿐하게 해준다.

 

 

 

  “야 ! 참으로 좋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내장사의 단풍이 왜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단풍 색깔이 참으로 오묘하다. 이파리 하나에 초록에서부터 주황과 노랑 그리고 빨강색이 혼재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나무별로도 아주 다양한 색깔이 혼재하면서도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내장사 단풍이 몸과 마음도 곱게 물들이고 있었다. 단풍 터널을 걷고 있노라니, 저절로 흥이 난다. 흥이 돋으니, 삶에 여유를 지닐 수 있다. 쫓기다시피하면서 반복되는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느긋하게 단풍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여유란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넉넉하다는 것은 비어 있음을 뜻한다. 비어 있으니,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다. 물질적인 것에서부터 정신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걸림이 없어진다. 대하는 사람마다 정겨움이 넘쳐나고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어진다. 주어도주어도 줄어들지 않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처음 보는 사람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여유가 없으면 무엇이든지 부담이 된다. 나누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웃는 것까지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단조로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살아가게 되면 삶 자체가 고해가 될 수밖에 없다.

 

 

 

  곱게 물든 내장사 단풍에 취해 있으니,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날아갈 것만 같은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짜증만 나던 일상까지도 싱그러움으로 변하는 것이다. 마음에 찌꺼기로 남아 있던 일상의 번거로움을 털어버리고 그 자리를 흥겨움으로 채워 넣을 수 있어 좋았다. 내장사의 고운 색깔을 마음에 꽉꽉 채워 넣었다. 두고두고 꺼내보기 위하여 가슴 한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내장사에서 촬영(2007.11.2)


#내장사#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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