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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이미지' 씻기에 노력하고 있는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이번엔 시민들과 함께 지하철을 탔다. 이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 줄곧 점퍼 차림으로 유세를 다니고, 첫 유세지로 서울의 주요 시장을 훑는 등 '서민행보'를 이어왔다.

 

"바쁘게 움직이느라고 요즘은 주로 (자가용)차를 타요."

 

28일 오전 10시 40분께.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4번 출구에 나타난 이 후보는 아예 처음부터 솔직히 지하철은 '초보'임을 '고백'했다.

 

"유세기간 동안 지하철 많이 타보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처음이다"라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타본 게 언제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느라 솔직히 주로 차를 탄다"고 말했다.

 

지하철 요금이 얼마인지 아느냐는 질문도 슬쩍 비껴갔다. "하하. 그런 건 왜 물어봐." 대변인이 슬쩍 귓속말로 "1000원입니다"라고 힌트를 줬다. 이 후보는 5년 전 TV토론회에서 '옥탑방'이 뭔지 제대로 답하지 못해 '위장서민'이라는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솔직히 지하철 잘 못타"... 요금 묻자 '껄껄'

 

그러나 시민들은 지하철을 타는 정치인이 반갑고 신기한 기색이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부터 역에서 근무하는 공익요원까지 이 후보에게 '폰카'를 들이댔다.

 

후보의 손을 잡는 시민들은 주로 "믿습니다" "힘내십시오"라는 인사를 건넸다.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를 찍었다는 한 중년여성은 "이번에 애 많이 쓰셔야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열심히 뛰어야겠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취재진에 경호팀까지 이끌고 지하철을 타는 게 못내 부담스러운 듯했다. 지하철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대변인에게 동행인원 수를 확인한 뒤 "기자나 경호(인력)나 최소한으로 가자"고 거듭 당부했다.

 

"시민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거 굉장히 싫어해. 97년이나 2002년에도 지하철을 탄 적 있는데 너무 많이 사람들이 가면 오히려 피해만 준다고. 표 얻으러 갔다가 표 떨어지는 일이 돼. 그러니 경호도 최소한으로 가자. 이렇게 가서는 시민들을 만날 수가 없어."

 

 

젊은이들에게 진로 물어보며 덕담... 손 잡고 눈 마주치는 스킨십도

 

이 후보는 지하철에 오른 뒤엔 앉지 않고 손잡이를 잡은 채 내내 서서 갔다. 주로 젊은이들에게 말을 건넸다. 이 후보의 지지층은 50대 이상에 몰려있다. 20~30대에선 지지율이 20%대를 밑도는 상황이다.

 

이 후보는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눌 땐 꼭 눈을 마주쳤다. 때로는 손을 잡으며 친밀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은 '진로'에 관한 거였다.

 

이 후보는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것이라는 한 여대생에게는 "사회에 나가 실력으로 인생을 뚫으려는 건 굉장히 아름다운 일"이라고 기를 북돋아줬다.

 

이어 그는 "노량진에 가서 고시생들을 만나보니, 다른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실력으로 시험쳐서 시작하려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인상이 맑고 좋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태권도를 전공하고 있다는 남학생의 손을 쓰다듬으며 "(운동하는 사람 같지 않게) 손이 부드럽다"면서 "미국에 가보니 (한국) 태권도 사범들이 가서 성공한 분들이 많더라, 그 분야에서 반드시 성공하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 후보는 애오개역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과도 "시간당 얼마를 받느냐" "하루에 얼마나 받느냐"며 대화를 나눴다.

 

어색한 '서민행보'... "시민들에 불편끼칠까 미안해"

 

이 후보의 지하철 시승은 여의도역에서 애오개역까지 네 정류장. '서민행보'라고 하기엔 너무 짧은 거리였다.

 

후보 자신도 못내 어색한 듯 했다. 특히 시민들이 '지하철 탄 이회창'을 어떻게 볼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혹시나 정치적 제스처로만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지하철을 타면 어떤 분위기가 있어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입 다물고 문 쪽만 쳐다보잖아요. 지하철도 그래. 눈 감거나 정면만 쳐다보고 앉아있고… 모두 점잖게 앉아있지. 가서 악수하는 게 점잖은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 미안해요."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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