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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전국 42개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그 자리에 참석한 총학생회장은 20여 명에 지나지 않았고, 10여명의 지지자는 허위로 드러나고 있다.

 

또 지지를 표명하거나 다음날 철회입장을 밝힌 총학생회장들은 소속 대학 학생들에게 온·오프라인을 통해 격한 꾸지람을 받고 있다.

 

직접 찾은 학생회실, 총학생회는 단 2명?

 

30일 오후 이명박 후보 지지에 앞장섰다 의사를 번복한 김중일 고려대 서창캠퍼스 회장을 만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교내에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고 온라인의 냉기를 반영하듯 썰렁한 모습이었다.

 

학생회관에 있는 총학생회실을 찾아가 김중일 회장을 찾자 한 학생이 전화연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나중에 연락주겠다고 전해달란다"는 대답만 들었을 뿐 김 회장과 직접 통화할 수는 없었다.

 

한편 이명박 후보 지지 당시 고려대 서창캠퍼스의 총학생회는 회장과 부회장 단 2명으로 구성되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회실에 있던 몇몇 학생들은 "총학생회 임원진은 다음해 선거를 위해 이미 한달 전에 전원 사퇴한 상태"라며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회장과 부회장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학생회실 안 임원들 이름을 기록하는 곳을 살펴보니 김 회장과 부회장의 이름 외에는 모두 지워져있는 상태였다.

 

또 다른 학생은 "언론사에서 전화가 오면 회장과 부회장 개인 의지로 이명박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 반응은 냉담... "공개 사과하라"

 

학내에서 만난 학생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김 회장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특히 동아리연합회는 총학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만들어 도서관 등에 붙여놓았으며, 동아리 동아시아역사연구회는 '부정 비리의혹, 이명박 지지 총학의 숙원사업?', '민족고대 서창을 부끄럽게 하지마라' 등의 글이 적힌 현수막을 길가에 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김 회장의 지지철회문이나 사과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동아리연합회 회장 김용우(23)씨는 "이번 사태는 총학생회장이 다른 자치기구와 상의 없이 혼자 벌인 일"이라며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듯이 대부분의 학우들이 이번 사태를 총학생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식이 부모를 죽이면 쓰레기라 부르듯이 학생회장이 학생을 버리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현재 총학을 비판하는 대자보만 붙여놓은 상태지만, 학우들의 여론을 지켜본 뒤 차후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은(25)씨는 "그저 한 명의 대학생으로서 이 후보를 지지했으면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대학의 이름을 앞세워 학생대표로 나섰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김 회장이 경솔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이 나라를 바꾸고 싶다면 학생 신분으로 정치인 지지에 나설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충분히 공부하고 실력을 쌓은 뒤 직접 정치인이 되어 나라바꾸기에 앞장서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하아무개(22)씨는 "이번 일도 학교를 통해 알게된 것이 아니라 인터넷 신문과 방송에서 나와 알게된 것"이라며 "지난 번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는데(7월 15일 공개지지) 김 회장이 이번에 또 그러는 것을 보고 앞으로 총학을 못 믿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아무개(22)씨는 "차라리 이 후보에 대한 설문지라도 돌렸으면 그나마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텐데 이런 사태는 학생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학생회장이 도망갔다, 선거에서 학생들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자'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아무개(23)씨는 "이전에도 총학생회가 하는 일에 의혹들이 많았다"며 "학생들이 총학 자체에 신뢰가 전혀 없는 상태였는데 이 사태 뒤에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총학이 대표로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고, 학생을 무시한 만큼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회장이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지지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힌 이후에도 학생들은 총학생회를 비판하는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고대 서창#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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