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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항선 배편..한림항에서 출발
▲ 도항선 배편..한림항에서 출발
ⓒ 장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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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남쪽 한림항에서 배를 타고 30여분이면 바로 바라다보이는 비양도에 갈 수 있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터라 배가 뜨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뭍사람의 여행스케줄이 변경되곤 하는 코스 중 하나다. 우도나 마라도가 다들 아는 곳이라면 이곳은 웬만한 여행즐김이가 아니고서야 알지 못한다.

제주도에 반한다면 돌 바람 여자라는 말이 나오겠지만, 무엇보다 쪽빛? 혹은 옥빛으로 말간 빛깔로 깨끗한 바닷물색이다. 한림해수욕장도 소박하게 작지만 고운 모랫가루와 맑은 바닷물은 정말이지 가슴이 시릴 정도다. 그 위에 작은 배 띄워 비양도를 가는 것이다. 수수한 시골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로 이용하는 정기선이 하루에 댓번 정도 오간다.

비양도 배편에서 바라본 비양도
▲ 비양도 배편에서 바라본 비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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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보면 시골읍내풍경과 다름없다. 내리자마자 한켠에 쌓아둔 장막천을 거두면 간혹 들르는 뭍사람을 위해 자전거를 쌓아두었다. 리어커도 있다. 일종의 효도관광용이라고 하는데, 힘좋은 사위 정도가 장인장모 태우고 섬을 한바퀴 도는 상품이란다. 불과 얼마 전일텐데 참... 요즘 이런 상품이 팔릴 리는 없고, 그나마 먼 바닷길까지 마다않고 이 섬에 모셔오는 것만도 대단한 효도가 아닐까?

비양도 자전거투어 갯가를 따라 시멘트포장이 되어 있다.
▲ 비양도 자전거투어 갯가를 따라 시멘트포장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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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 갯바위낚시 아무데서나 갯바위낚시를 할 수 있다.
▲ 비양도 갯바위낚시 아무데서나 갯바위낚시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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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한바퀴 슬렁슬렁 돌아보면 작은 오두막같은 펜션 한두 채는 보인다. 그러나 이곳에서 자는 이가 없어 개점휴업일 것이다. 바로 가닿을 만한 곳에 갯바위들이 지천이고, 그 즉시 작은 새우 하나 끼워 낚시를 해도 무방하다.

갯바위 낚시라는 게 말 그대로 제주옥돔이 낚이고 그런 건 아니다. 아주 잔재미 잔챙이 낚시를 하는 것이다. 온통 퍼런 바닷물로 그득한 그곳은 가만히 있어보면 세상에서 가장 먼 곳이란 느낌도 밀려온다. 한 마디로 무척이나 외롭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립고 자신이 가장 고독하다고 믿게 된다.

비양도의 해녀 비양도의 해녀
▲ 비양도의 해녀 비양도의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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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비양도의 최절경은 비양봉, 즉 비양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갈대와 억새가 해변가에서 벗어나면서 비슷하게 섞여 자라있고 사람들 오르내리라고 검은 고무줄카펫을 산꼭대기에서 아래쪽으로 굴려버린 듯 깔아놓았다. 별다른 길안내 코스도 없이 카펫을 밝고 올라가면 된다.

비양봉 아래 억새군락지 온통 억새밭 바다..그리고 하늘
▲ 비양봉 아래 억새군락지 온통 억새밭 바다..그리고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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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오름은 경사가 완만해 쉬울 거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름은 한라산을 올라본 이라면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굴곡이 있어야 쉬는 맛이 나는 법인데 오름이란 건 꼭대기까지 그저 오르기만 해야하기에 힘듦 그 자체다.

한 시간여를 줄곳 오르면 사방천지 온통 파란 바다와 낡은 등대를 만날 수 있다. 등대 벽 곳곳에 사람들의 낚서가 보인다. 이곳까지 와서 서로를 확인하고 간 사람들은 다들 잘 살고 있을까? 바람이 무척 세게 분다. 온 천지 바다 한가운데 서 있다! 말 그대로의 느낌!

비양봉 정상 온통 바다와 하늘뿐..
▲ 비양봉 정상 온통 바다와 하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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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가 흔들리고 사람들의 옷깃도 머리도 세차게 흔들리지만 영화 속 장면처럼 다들 멋있다. 사람들은 이럴 때 누구나 아름답고 멋있다. 이제 내려가면 또 언제 올까? 그런 생각에 오랜동안 멈춰서서 담배를 피우고 약간의 상념에 젖고, 사진을 찍고 낚서를 하고. 그러다 지쳐 내려간다.

비양봉 정상 비양도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하늘..
▲ 비양봉 정상 비양도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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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명물 해녀들이 끓여주는 전복죽만큼 특별한 게 바로 보말죽이다. 식당이라기엔 구색이 갖추어지지 않은 작은 주택의 안방에서 보말죽을 먹을 수 있다. 꼭 기억해 둘 것은 오름에 오르기 전에 미리 말을 해두어야 좋다.

생쌀로 바로 끓여주는 통에 30여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보말은 소라보다 작은 고동이라고 하면 맞다. 짙은 녹색이 감도는 보말죽은 처음 먹어본 사람이라면 배가 아프기 일쑤다. 하지만 나 역시 위통에 고생을 했지만 먹는 순간의 기쁨에 비하면 견딜만 하다. 이제 다시 배를 타고 섬을 나온다. 밤이 깊고 저멀리 한림항의 불빛이 보인다.

보말죽 작은 고동의 일종..보말죽..전복죽보다 낫다?
▲ 보말죽 작은 고동의 일종..보말죽..전복죽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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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밤이 되면 관광지를 빼면 어둡다. 미국이나 유럽의 주택가들처럼 어두워진다. 제주는 섬이라서 그런지 외롭다. 아마도 바람이나 물 모두 깨끗해서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제주도는 시간 잡고 자전거여행하기에 최적이다. 여행상품은 피곤하기만 하다.



#여행#제주도#비양도#보말죽#갯바위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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