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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박물관 주인장 자칭 '오리아빠' 박상용씨.
 오리박물관 주인장 자칭 '오리아빠' 박상용씨.
ⓒ 최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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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 양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리박물관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주변에서 오리박물관이 아니라 오리농장을 잘못 들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기도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오리농장도 아닌 오리박물관, 그 소문과 논란의 진상지를 직접 취재해 보았다. - 기자주

무슨 영화제목이 아니다. 오리박물관이라는 말도 생소한데 오리박물관에 진짜 오리가 없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이들이 많을 것이다.

왠지 오리박물관이라 하면 한 켠에는 살아있는 오리들이 우리에 갇혀 득실거리고 넓은 마당에는 몇몇 사람들이 둘러앉아 지글지글 익어가는 오리고기를 뒤집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이 예사. 미안하지만 오리박물관에는 살아있는 오리는 단 한 마리도 없을뿐더러 기대했던 오리고기도 전혀 없다.

아! 1층에 위치한 압구정카페의 메뉴를 뒤져보면 오리모양의 돈가스 정도는 먹을 수 있다.
오리박물관. 도대체 오리박물관이 뭐하는 곳인고 하니 박상용(46)이라는 오리에 미쳐도 단단히 미친(?) 이가 만든 국내 최초의 오리테마박물관이다.

자신을 '오리아빠'라고 지칭하는 그는 2006년 11월 오리박물관을 열었다. 오리테마박물관엔 오리에 관련된 모든 것이 다 모여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왜? 그에게 오리는 어떤 의미이기에?

"하하하, 그냥이요. 굳이 이유라고 하면 다른 건 몰라도 '오리 마니아'는 없더란 말입니다.  경쟁자가 없는 걸로 정해야 특이하죠!"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 392번지에 위치한 오리박물관을 아는 양산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방송이나 신문, 잡지를 보고 물어물어 찾아오는 외지인들이 더 많다.

"실제로 양산시민들은 항상 문화공간이 부족하다고 말들은 하지만 지역 내에 있는 공간에는 무심한 듯합니다. 문화라는 것은 만들어 놓은 채 향유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죠. 자녀들과 함께 따뜻한 주말에 한 번 방문해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오리박물관의 박 관장이 지난 15년 동안 수집한 오리관련수집품은 총 3천여점에 이른다. 오리형상을 한 수석, 오리솟대, 상여 등 정말 오리와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모았단다.

 오리박물관 내부.
 오리박물관 내부.
ⓒ 최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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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3000 가지 수집품 모두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박물관을 방문한 한 소년의 소중한 오리딱지에서부터 오리모양의 기이한 고구마 사진까지. 오리에 대한 그의 이상한(?) 열정에 호응해준 여러 사람들이 있기에 오리박물관은 더욱 빛이 난다.

오리박물관의 깔끔한 4층 건물과 수천가지의 수집품을 보면 돈도 적잖이 들어갔을 텐데 그의 본업은 무엇일까?

원래 그는 소방안전 설비업을 하는 잘나가는 사장님이었다. 벌이도 남부럽지 않았는데 오리에 대한 그의 수집열정이 그를 오리박물관 관장으로 이끌었다.

오리엄마인 부인은 중학교 교사다. 처음에는 반대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지원군이 한 명 더 있다. 하나 밖에 없는 초등학생 딸내미는 어떨 때는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영감으로 박 관장을 깜짝 놀라게 한다.

"역시 어린이들의 생각은 어른들을 놀라게 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오리아빠인 저도 딸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리박물관에 진짜 오리가 없어 허전하다고 하자 "진짜 오리를 가져다 놓은 적이 있었는데 어설프게 해서는 관리가 되지 않아 제대로 하려고 벼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리박물관에 진짜 주인공인 오리가 들어올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2층 오리테마박물관은 무료다.

덧붙이는 글 | 자세한 사항은 389-1311, 10인 이상 단체 관람은 예약필수.

한소리신문 제6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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