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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베지강. 아프리카 남부 최대의 강인 잠베지강은 아프리카 초원을 동서로 가로질러 인도양으로 흐른다. 강폭은 넓고 수심은 얕아 세계에서 가장 야생동물이 많은 지역이다. 이곳의 초원과 늪지 뿐만 아니라 상류에 위치한 보츠와나의 초베 국립공원 역시 세계적인 동물 서식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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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프팅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왔다. 버스가 도착하는 곳에는 크루즈 상품을 팔기 위한 여행사 직원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그리로 향하는 걸 보면 오전에는 래프팅을, 오후에는 일몰을 보며 유람선을 타는 것이 정해진 코스인가보다.

게다가 크루즈에는 술과 음료가 무한대로 제공된다는 말에 귀가 번뜩였다. 래프팅 파트너인 마가렛과 나는 망설임 없이 잠베지강 크루즈를 신청했다.

크루즈 버스는 손님들을 싣고 숲 속을 달린다. 숲은 풍부한 강물을 먹고 자라 열대우림을 이루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보인다. 강물은 폭포를 목 앞에 두었다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얼핏 보면 호수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어린왕자 너 그걸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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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오밥 나무. <어린왕자>에서는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는 무시무시한 나무로 나오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서 구멍을 뚫고 사람이 살거나 시체를 매장하기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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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커다란 바오밥 나무 앞에 섰다. 1700년이나 된 것으로 둘레가 20m, 높이가 25m나 된다. 어른 15명이 팔을 뻗어 둘러쌀 만한 크기이다. 지금까지 아프리카에 와서 무수하게 본 바오밥 나무 중에 단연 최고다. 그 이름도 '빅 트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소설 <어린왕자>에서 왕자의 별에는 바오밥 나무의 씨가 많은데, 그 나무는 자라는 속도가 빨라 싹이 나오고 곧 제거하지 않으면 작은 별은 나무로 뒤덮여 폭파되어 버린다고 했다. 또한, 바오밥 나무는 아주 어렸을 때에는 장미와 매우 흡사하게 생겨서 왕자는 규칙적으로 신경을 써서 장미와 구별할 수 있게 되는 즉시 곧 그 바오밥 나무를 뽑아 버려야 했다.

그러나 내가 바오밥 나무만 보면 드는 의문은 왜 어린왕자는 장미와 바오밥 나무를 구별할 수 없었는가 하는 거다. 왕자의 말대로 장미나 바오밥 나무나 둘 다 쌍떡잎식물이기 때문에 양쪽으로 가지런하게 나오는 잎은 비슷하다. 게다가 하트 모양의 잎 모양까지 비슷하긴 하다.

그러나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그 싹의 크기는 엄연히 다르다. 손바닥 크기만 한 튼실한 바오밥 떡잎과 가녀린 장미의 작은 싹을 구분하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굽이굽이 흐르며 살아 있는 잠베지 선 셋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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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베지강 유람선의 크기와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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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는 여러 모양의 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크루즈라고 하지만 한강에 있는 것처럼 유람선이 아니라 10~20명 정도가 타는 규모가 보통이다. 유람선의 크기와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우리가 탄 배는 마치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뗏목에 천정을 덮은 것이다.

배가 출발한다. 우리 배에는 10명 정도가 탔는데, 끼리끼리 두세 명씩 모여 앉았다. 이때까지 우리는 서로 세계 각국에서 온 주당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일몰을 보기 위한 배인 만큼 보통 오후 4시에 출발하여 해가 지고 난 직후인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돌아온다. 선장과 스텝 한 명이 같이 탔는데, 스텝은 서빙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손님의 흥을 돋워주는 역할이다. 자연이 주는 여유와 함께 넓은 잠베지 강으로 뱃놀이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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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베지강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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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안에서는 약속대로 무제한으로 음료와 맥주, 와인, 샴페인 등이 제공되었다. 선장은 아이스박스를 열어 보이며 맘껏 마시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남아공산 와인과 짐바브웨 산인 잠베지 맥주와 캐슬 맥주 등이 가득했다. 아마 이 많은 술이 두 시간 후 동날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안주로는 꼬치류와 카나페, 과일, 튀긴 닭다리 같은 것이 가득 차려졌다.

뚱보 아줌마, 언제 물 밖으로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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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는 온종일 코와 눈만 남기고 물속에 몸을 담근채 생활한다. 그렇다고 하마가 수영을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신의 몸높이 만한 수심에서 바닥을 디디며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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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 한 마리가 빠끔히 눈을 내민다. 하마는 거의 하루종일 물에서 지내기 때문에 물속에서 생활하기 유리하게 진화되었다. 눈과 귀와 콧구멍이 두개골 위에 있어 오랫동안 물에 떠 있을 수 있고, 잠수할 때에는 귀, 코, 입, 눈꺼풀에 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코르크 병마개처럼 완전 밀폐 상태가 된다.

하마가 하루종일 물속에서 사는 것은 아마 평균 몸무게가 4톤이나 나가는 육중한 몸 때문인 것 같다. 육지에서는 미련하고 우둔해 보이지만 물속에서는 부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민첩하고 날렵하기까지 하다. 물론 연예도 물속에서 암수만의 수중발레로 사랑을 하고, 분만도 물속에서 한다.

그러나 아무리 물속이 움직이기 편하다 하더라도 먹이를 먹기 위해서는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서 뚱보 하마는 밤마다 먹이를 찾아 초원을 헤맨다. 그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먹는 풀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갑자기 하마 한 마리가 우~하는 소리를 지르며 큰 입을 벌리고 하품을 했다. 큰 입은 사람 한 명을 통째로 삼킬 것 같다. 하마가 초식동물인 게 천만다행이다. 송곳니도 장난이 아니다. 하마의 이는 악어의 딱딱한 피부를 뚫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마야! 똥 좀 그만 뿌려... 시도 때도 없이 볼일을

강력한 이와 무섭게 큰 입을 가진 하마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눈앞에 있는 것만 식별할 정도로 시력이 좋지 않다. 또한 밤눈과 길눈이 어둡기 때문에 밤새 풀을 뜯어 먹으며 이동할 때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래서 하마는 쉴 새 없이 똥, 오줌을 싸 놓아 그 냄새로 집을 찾아온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날씨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자기가 찔끔찔끔 싸놓은 배설물만 믿고 정신없이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동안에 갑작스런 일기 변동으로 소나기라도 한차례 쏟아지면 배설물이 다 쓸려 내려가 버려 냄새와 흔적을 찾아낼 도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소나기가 내리면 하마는 풀 먹는 것을 중단하고 긴장과 초조, 불안감으로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냄새를 찾으려고 혈안이 된다. 이리저리 헤매던 하마는 그만 길을 잃어버려 엉뚱한 곳으로 찾아들고, 결국에는 맹수들의 집단공격을 받아 허무한 최후를 마치고 만다.

하마의 이런 습성은 동물원에 와서도 버리지 못한다. 동물원에서는 길을 잃을 위험이 없는데도 하마는 뭍이건 물속이건 시도 때도 없이 볼일을 본다. 게다가 똥과 오줌을 동시에 배출하면서, 꼬리를 쉴 새 없이 좌우로 힘껏 흔드는 바람에 배설물은 사방으로 분산된다. 이 혼합물은 하마 우리의 천장, 벽, 금방 간 수영장의 물도 똥물로 바꿔버린다.

멀리 가젤인 듯한 초식동물이 강으로 물을 먹으러 나왔다. 어디선가 악어가 뱁새눈을 뜨고 노리고 있을 것이다. 깊은 뿌리로 강물을 빨아들이며 살고 있는 아카시아 나무의 잎은 기린이 먹는다. 풍부한 물을 믿고 자라는 초원과 늪지는 세계적인 동물 서식지이다. 잠베지강 뱃놀이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잠베지강은 남부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의 터전이다. 비록 최근 짐바브웨와 잠비아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구잡이 개발을 하는 바람에 동물들의 생태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지만 잠베지 강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마지막 낙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야생동물을 부르는 폭포소리... 잠베지 강을 물들인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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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포말이 이는 곳이 빅토리아 폭포다. 리빙스턴도 이 지점에 도착할 때 까지 폭포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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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에 가까워질수록 굉음은 커진다. 이 소리는 광활한 초원에 흩어져 있던 야생동물을 불러 모으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잔잔하던 물살도 조금씩 거세지고 있다. 물기둥이 더욱 높게 보인다. 폭포 아래로 떨어지고 싶지 않다면 여기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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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베지강의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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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시작한 노을과 맞물리며 잠베지 강이 붉은 황금빛으로 빛났다. 짙은 강물 위에 저물어 가는 저녁노을이 반사되어 물결은 바람에 밀릴 때마다 은어 떼처럼 출렁였다.

저 멀리 지나가는 다른 배의 사람들과 손을 흔들고, 서로 술병을 높이 들어 건배를 하는 광경은 여행의 주는 여유다. 선두를 따라 강 위를 저공비행하는 새들의 무리도 석양과 어울려 그림이 되었다. 어느새 대지와 강을 붉게 물들인 저녁은 생기를 잃은 붉은 햇빛과 어우러져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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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베지강은 남부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의 터전이다. 강물은 숲을 키우고 숲은 많은 초식동물들은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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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를 마시면 왜 더 빨리 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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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탄주가 빨리 취하는 이유는 알코올의 농도가 20도 정도 일때 흡수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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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만 폭탄주를 마시는 줄 알았다. 술 한 잔도 못 마실 것 같던 마가렛은 즉석에서 맥주와 데킬라를 섞었다. 빈속에 마신 폭탄주가 짜릿하게 식도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한잔 마셨는데 벌써부터 잠베지 강의 수면이 울렁거리는 것 같다.

폭탄주가 빨리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코올의 흡수속도는 알코올의 농도가 20도 정도 일 때 가장 빠르다. 40도인 데킬라와 5도의 맥주가 적절히 혼합되어 마치 이온음료처럼 온몸으로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맥주에 섞여있는 탄산가스는 소장의 알코올 흡수를 가속화시킨다. 마찬가지로 술에 사이다나 콜라는 섞어 마시는 것도 흡수를 촉진시키는 방법(?)이다. 게다가 나는 빈속이었다. 알코올은 위와 소장의 점박을 통해 혈액 속으로 흡수되는데 위 속에 음식물이 없으면 그만큼 흡수 속도가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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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광고. 짐바브웨에서 가장 인기있는 배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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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의 폭탄주 덕분에 이미 배 위는 취객들의 다국적 노래방이 되었다. 간혹 아는 노래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기 기분에 부르는 노래라 어느 나라말인지도 알 수가 없다. 모두 잘 부르지는 못해도 목청껏 시원하게, 유람선의 분위기에 취해 감정에 푹 빠져 노래를 불렀다.

원래는 스텝이 먼저 노래를 부르고 흥을 돋운다고 하는데, 우리 배에서 스텝은 술병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모두 배경에 취하고 분위기에 젖고, 노래에 빠지고 술에 취해버렸다. 강물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를 지켜보는 황홀한 뱃놀이는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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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즈가 끝나고 아이스박스 속의 술은 동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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