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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사진은 지난 5월29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고법에 도착한 모습.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사진은 지난 5월29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고법에 도착한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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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연이어 터지는 대형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올 초 에버랜드 편법증여 사건에 대한 항소심에서 법원이 유죄를 판결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고, 지난 8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정전사고로 '기술의 삼성'에 흠집이 났다. 이어 경비업체인 '에스원' 직원의 강도행각으로 이우희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래미안'으로 유명한 삼성물산이 재건축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신뢰의 삼성'도 빛을 바랬다.

또 10월말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의 비자금 폭로 이후 특별검사법까지 통과되면서 삼성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게다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실적이 좋았던 삼성중공업이 사상 최악의 해양 오염사고를 일으키는 돌발 악재까지 터져나왔다. 여기에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중공업을 상대로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까지 요청하고 나서자, 일부 직원들은 한마디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유죄판결, 정전사고, 강도행각, 재건축비리, 비자금 의혹, 기름유출... '사면초가'

10일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이름 밝히기를 꺼렸다. 그는 "주말에 기름사고에 대한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삼성(SAMSUNG)' 이라는 영문자가 살짝 지나가는것을 보고 가슴이 울렁거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아니, 배 만드는 회사에서 남이 만든 배를 받을 줄이야"라며 푸념섞인 듯 말했다. 그리곤 "20년 넘게 여기에 있었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일들이 터진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대규모 해양오염 사고는 삼성 쪽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 지난 7일 삼성중공업 예인선 삼성T-5호와 T-2는 인천대교 공사를 마친 해상크레인 부선 삼성1호를 경남 거제조선소로 끌고가는 중이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서해 앞바다의 강한 바람에 의한 파도로 인해 예인선과 크레인을 연결해주는 와이어가 끊어졌다"면서 "당시만해도 크레인과 유조선과 거리는 1㎞ 이상 떨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한 바람과 함께 조종이 불가능한 크레인은 결국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호와 충돌해,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자세한 충돌 경위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삼성중공업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모래가 곱던 만리포 백사장엔 검은 기름만 가득하다 기름유출 3일째이지만 지금까지 1만500kl 중 고작300kl의 기름만 수거됐다.
▲ 모래가 곱던 만리포 백사장엔 검은 기름만 가득하다 기름유출 3일째이지만 지금까지 1만500kl 중 고작300kl의 기름만 수거됐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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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유류오염 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르면, 우선 기름을 유출한 유조선 쪽에서 우선적으로 손해를 배상해야한다. 이후 사고 경위를 따져서 해당 유조선의 주인(선주)이나 회사 쪽에서 관련 회사(삼성중공업 등)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번에 사고를 낸 유조선의 경우 해양사고에 대비해 3000억원 규모의 선박관련 보험에 가입돼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주말부터 회사 임직원 1000여명이 피해복구를 위해 사고 현장으로 파견됐다"면서 "피해복구가 우선이며, 손해배상은 향후 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상최악의 환경 오염... 피해규모 수천억원을 넘을 듯

문제는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느냐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보는 시각에 따라 입장 차가 커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양식어민 등의 피해가 크게 늘면서, 규모가 수천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더불어 어민 피해 뿐 아니라 해양 환경 생태계의 피해까지 감안할 경우 피해규모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아직 피해규모에 대해 뭐라 말하기 어렵다"면서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된 만큼 우선 어민과 양식장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피해규모의 불확실성과 대규모 환경오염 가능성에 따라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이날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쪽에서 분식회계 의혹을 재차 내놓으면서, 금융감독원에 특별감리를 요청한 것도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삼성 중공업 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2700원(6.43%) 떨어져 3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이에 대해 증권가 일부에선 사고에 대비해 이미 보험처리가 돼 있고, 삼성중공업이 실제로 배상할 금액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럼에도 삼성그룹 내부에선 심지어 대형 기름유출 사고까지 삼성이 연루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훨씬 컸다.

삼성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번 기름(유출)사건에도 (삼성)중공업이 들어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허탈했다"면서 "직원들끼리 시쳇말로 '무슨 '굿'이라도 한판해야 되는거냐'라는 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용철) 변호사 사건 이후에 그룹 뿐 아니라 계열사 대부분은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창립 70주년... 그러나 "삼성을 버려야 삼성이 산다"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 내걸린 삼성 깃발.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 내걸린 삼성 깃발.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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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창립 70주년을 앞둔 삼성은 분명 위기에 있다.

삼성전자 등 주력계열사의 실적부진이 뚜렷해지고, 이에 따른 사상 초유의 인력 구조조정 등도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정전사고를 비롯해 각종 대형 사고들이 줄줄이 터졌고, 비자금과 불법 경영권 승계 폭로 등으로 삼성의 도덕성과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삼성 주변에선 "삼성을 버려야 삼성이 산다"는 분위기도 나온다.

최악의 2007년을 보내고 있는 삼성이 올해보다 더 힘들 '특검의 2008'을 힘겹게 맞고 있다.


#삼성비자금#서해안 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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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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