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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이산>이 월화드라마를 평정하며 시청률 30%대를 향해 돌진 중이다. 다양한 인기 요인들 중에 단연 캐릭터의 선전 덕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드라마에서 다양한 캐릭터가 잘 자리 잡고 중심축을 이루면서 인기를 얻고있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흥행의 주역으로 꼽히는 영조(이순재), 심지어 악역인 정순황후(김여진)과 화완옹주(성현아)까지. 인기를 얻고 그들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으니, 단연 <이산>의 인기요인은 캐릭터의 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유독 힘을 못 쓰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송연(한지민)과 효의왕후(박은혜)다. 두 인물은 주인공 이산(이서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두 축이지만 다른 인물들에 비해 그녀들의 힘은 미약하다.

[송연] 이산의 첫사랑, 하지만 활약은 미약하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듯 송연은 효의왕후와 달리 이산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듯 송연은 효의왕후와 달리 이산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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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선 화원이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별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송연의 캐릭터부터 보기로 하자. 송연은 이산의 소꿉친구로 드라마에서 중요한 인물 중의 하나이다. 이산이 오랫동안 오매불망 기다리던 친구였으며, 첫 연인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송연을 그리는 이산과 이산을 그리는 송연의 야릇한 사랑의 감정은 시청자들로부터 애뜻함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거 왠일인가? 두 사람이 성장하고 드디어 서로의 존재를 안 두 사람. 이때부터 송연은 이산과 러브스토리를 위해 태어난 인물에 지나지 않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도화서라는 직업을 통해 이병훈 감독은 조선시대의 그림의 매력이 펼쳐질 것이라 이야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러한 진척이 없다. 물론 다모 출신으로 도화서에서 그림을 배우며 조금씩 성장하는 송연의 모습이 선보이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이산과의 로맨스를 위한 수단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영조의 초상화를 그리는 장면에서 도화서에 일하는 자가 떨리는 마음에 밑그림을 그릴 수 없자 송연이 그려보겠다고 이야기했고, 그것을 영조가 수락해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대목이 있다.

즉 영조의 눈에 들게 된 송연이 도화서에서 승승장구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지만 그것은 한층 이산과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의도의 캐릭터 설명에서 효의왕후가 이산의 마음을 알고 송연을 후궁으로 삼는다고 했듯, 송연이란 인물이 뚜렷한 주체성을 가질 수 없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병훈 감독이 항상 드라마 속 여성들의 모습을 진취적으로 그려냈기에 더욱 아쉽기도 하다. <허준>에서 예진아씨도, <대장금>에서 장금이도 모두가 하나같이 진취적이었으며,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길을 끝까지 갔던 여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허준과의 사랑이 엇갈려도 자신의 길에 만족하며 묵묵히 걸어가던 예진아씨의 모습도, 어려운 상황과 시기와 질투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장금이도, 그래서 아름다웠던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과 비교해 볼 때 송연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물론 곱디고운 얼굴과 착한 마음씨를 지니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산과의 러브라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며, 이산이 위험에 처했을 때도 딱히 무언가 도움을 주기보다는 걱정하는 수준에 그쳐버린다.

가령 이산이 위험에 처했을 때 송연의 반응은 대게 이렇다. "전하는 어떻게 되실까?"라며 걱정하고 무언가 책략을 꺼내놓으려고 애를 쓰지만 이산을 구하는 것은 송연이 아니다. 대수(이종수)와 홍국영(한상진)이 맹활약을 펼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화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도 않는다. 다모 출신에 그림을 잘 그리는 캐릭터라 하지만, 도화서에서 그림을 배우고 그리는 모습밖에 보여주지 못한다. 악역인 정순황후와 화완옹주에 비해 주체성이 없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효의왕후] 이산을 그저 보살피기만 할 텐가?

 사랑을 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효의왕후인가?
 사랑을 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효의왕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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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조선시대의 여인네가 지녀야 할 덕목을 고루 갖춘 효의왕후는 송연보다 더 안쓰러운 상황이다. 이산의 총애를 듬뿍 얻고 있는 것도 아니고, 송연과 적대적인 관계를 이루러 전면에 나서지도 않고 그저 이산을 지극히 보살피는 일이 그녀가 하는 일이다.

물론 요리도 잘해서 고뇌하는 이산을 위해 매작과를 만들어 주고, 위험에 처할 땐 걱정해 주며 옆에서 살뜰하게 보살펴주는 모습이 가끔 등장한다. 또한 송연을 훗날 후궁으로 들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어질고 착한 성품을 지녀야 하기에 역시 그러한 면모는 곳곳에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의 역할이 여기까지라는 것이다. 이산과 진한 로맨스를 만들거나 하지 않고 있어,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주변 인물로 전락해 있다. 특히 아직은 태자비에 머물러 있다보니 내명부의 기강이나 시기와 질투 등 기존 드라마에서 그려졌던 대목도 들어 있지 않아 효의왕후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그래도 기획의도에서 밝힌 캐릭터대로 발전해 나간다면 오히려 송연보다도 주체성을 지닌 인물로 그려질 가능성은 있다. 훗날 송연을 후궁으로 맞이하는데 효의왕후가 보다 직접적으로 나서며 홍국영과 갈등을 위해 그를 축출해 내는 등 조용하지만 강인한 성품을 지닌 것으로 풀이되어 있다.

그만큼 효의왕후가 중전으로 올랐을 때, 내명부의 기강을 잡고, 송연을 후궁으로 맞이하는 시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캐릭터 자체가 빛을 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크게 이목을 끄는 대목도, 출연분량 자체도 많지 않기 때문에 송연과 비슷한 진부한 캐릭터로 전락하고 있다.

항상 진취적인 조선시대 여성상을 그려내던 이병훈 감독이 이 두 사람의 캐릭터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두 캐릭터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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