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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각박한 도시인의 삶은 흙냄새가 없는 삶입니다. 마당이 없어서 불쑥 찾아오는 낯선 방문객은, 대부분 현관에서 맞이하고 그냥 돌려 보내야 합니다. 그럴 때마다 너무 작고 어두운 현관이 속이 상하고, 이렇게 인정없이 살아야 하나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론 넓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이에 해당이 되지 않겠지만, 소시민들의 아파트 평수의 현관이란 정말 민망할 정도로 복잡합니다. 하지만 현관은 그 집의 거울이고, 이 현관에 벗어두는 신발들은 신발장에 넣어 두지만, 곧 신고 나갈 신발들은, 현관에 가지런히 놓이게 됩니다. 신발은 사람의 육신의 일부이고, 이 소중한 신발을 위해, 낙엽을 현관에 흙처럼 깔아보았습니다.
 
  정말 도시인들은 크기만 다르지 거의 똑같은 형태의 아파트 공간,  텔레비젼, 냉장고 등도 모델만 다르지 비슷비슷하고, 가구와 서재, 주방도 거의 비슷해서, 문명을 누리고 사는 게 편하지만, 가끔 내 생각을 아주 단순화시키는 것 같아서 지루합니다.
 
몇 해 전부터, 이상하게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이 정말 지폐처럼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리의 낙엽들이 사정없이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도 안타깝고 해서, 비닐 봉지에 해마다 가득 담아 책상이나 장식장 위에 깔아 두곤 했는데요. 올해는 욕심을 너무 과하게 내서, 현관까지 깔아보았습니다.
 
 분위기는 내가 보기에 그럴 듯 했지요. 딩동 딩동 하루에도 초인종 벨이 수 차례 울리는 현관에서 맞이 하는 우유 배달, 신문배달, 고장난 컴퓨터 냉장고 등 자질구레한 전기제품 수선 등으로 방문하는 분들이, 그런데 하나 같이 찾아 오신 용건은 잊어버리고, 싱긋싱긋 웃으시면서 "이렇게 현관에 깔아두면 낙엽이 부서지지 않나요 ?" 걱정을 해 주었지만, 저에게는 믿는 데가 있었습니다. 
 
자주 자주 분무기로 물을 주었더니, 무사했어요. (표현이 이상하네요.) 낙엽 속에는 나무의 향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낙엽 냄새를 집안 가득 선물합니다. 모과나무에서 떨어진 모과를 하나 산에서 주워 왔더니, 이 모과 향기와 낙엽 향기가 어울려, 올 겨울은 자연의 냄새가 집안을 떠나지 않네요.
 
 
가진 게 정말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살다보니 '낙엽'이 지폐처럼 귀하게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만, '낙엽'가지고 자랑하는 것 같아서 약간 얼굴이 붉어지기도 합니다만, 실은 가진 게 하나 없어서, 자랑거리 아닌 자랑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난 행복한 사람이 분명합니다. 산에 가면 산이 나의 정원이고 바다에 가면 바다가 나의 마당이니까요.

#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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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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