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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기자] 각 당의 18대 총선 공천심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여야 여성후보들의 대진표가 속속 채워지고 있다. <표 참조>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신·구정권의 상징성'을 지닌 후보들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경기 고양 일산갑. 이 지역구의 주인인 한명숙 통합민주당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백성운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과 승부를 벌인다.

 

한 의원은 국민의 정부 시절 초대 여성부 장관과 참여정부 환경부 장관, 첫 여성 국무총리를 거치는 등 국정 경험이 풍부하고 온화한 이미지로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도가 높다. 백 전 실장은 청와대비서실·고양군수·안양시장 등 일선 행정경험이 풍부하며 고려대·하버드대 등에서 교수를 지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여성간의 대결이 펼쳐지는 경기 고양 일산을 지역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4선에 도전하는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과 정동영 전 대선후보의 대변인으로 맹활약한 김현미 통합민주당 의원이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지역구가 상대적으로 일찍 결정된 두 의원은 이미 공약 싸움에 나섰다. 김영선 의원은 경의선 복선화 사업 완료와 킨텍스 2단계 사업 마무리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현미 의원은 교육공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보건복지가족부 초대 장관으로 입각 가능성이 점쳐졌을 만큼 전문성을 높게 인정받은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은 경기 광명을에서 정동영 전 대선후보의 공보특보를 지낸 양기대 통합민주당 후보와 '리턴 매치'를 펼친다.

 

17대 총선 당시 전 의원이 47%, 양 후보가 43%의 지지를 받아 3200여표 차로 승패가 갈렸다. 또 한번 전 의원의 승리로 끝날지, 4년 동안 일요일도 쉬지 않고 지역구 다지기를 계속해왔다는 양 후보가 설욕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서울 성동갑에서는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정동영 양 캠프의 '입' 역할을 했던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과 최재천 통합민주당 의원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은 경기 수원 영통에서 경제부총리 출신의 김진표 통합민주당 의원과 일전을 앞두고 있다. 이곳은 삼성전자 공장이 위치한 지역으로 박 의원은 "김 의원이 삼성특검법 통과에 협조했다"고 공격하고, 김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지낸 경제통"이란 점을 앞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후보는 경기 고양 덕양갑에서 한나라당 후보인 손범규 변호사, 자유선진당 후보인 이국헌 전 의원과 대결을 벌인다.

 

이 외에 이미경 통합민주당 의원은 안병용 한나라당 전 부대변인과 서울 은평갑에서, 한나라당 경기 수원 권선 후보로 결정된 정미경 변호사는 이기우 통합민주당 의원과 맞붙는다.

 

관심이 집중됐던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서울 중구에 전략 공천됨에 따라 이 지역이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통합민주당에서는 강금실 전 장관이 대항마로 떠올랐으나 비례대표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찾고 있다. '중구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호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도전하고 있으나 지명도가 약해 고심 중이다.

 

 

외국인·장애인 비례대표 눈길

 

각 당이 오는 4·9총선 비례대표로 내세운 인물들의 면면이 무척이나 이채롭다. 

 

국내 정당 사상 첫 외국인 출신이 상위 순번으로 확정되는가 하면, 당선이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1·2번에 장애인과 노동자 등 소수자들이 상당수 배치되는 상황이다.

 

특히 창조한국당이 상위 순번으로 내세운 필리핀 여성 헤르난데즈 주디스 알레그레씨는 파격에 가깝다.

 

주디스씨는 15년 전 한국 남성과 결혼,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현재 영어학원 강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남편은 2004년 작고했다. 다문화 가정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디스씨는 "이주자 권익을 살릴 수 있는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문국현 대표는 "차별받고 있는 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한다는 차원에서 인종차별이라는 벽과 싸우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주여성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으로 심상정 금속노조 사무처장을 세웠던 민주노동당은 이번에는 곽정숙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전 상임대표를 1번에, 환경미화원 홍희덕 전국민주연합노조 전 위원장을 2번에 올렸다. 또 88만원 세대를 대변할 후보로 이주희 전 민노당 학생위원장을 5번으로 정했다.

 

민노당 비례대표 출마자들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과 기득권 세력의 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막을 진정한 서민 지킴이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도 장애인과 비정규직을 우선 배정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현재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박김영희 장애여성공감 전 대표와 이남신 이랜드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우선순위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아직 비례대표 우선순위를 결정짓지 못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650여명이 후보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은 이경숙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번으로 거론되지만 참신성 부족, 자격논란 등 잡음이 있어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 여성환경 운동가 출신의 김상희 최고위원 등이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서민·중산층, 소외계층을 아우르는 인물 영입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올 총선의 비례대표 의석은 총 54석으로 17대 총선에 비해 지역구가 2곳 늘어나면서 2자리가 줄어들었다.

 

여성인재, 귀한가? 못 찾아냈나?
 

[박완서 작가]

"아까운 여성인재들이 사그라지지 않기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님들께

 

저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평범한 유권자 중 한사람이자 오랫동안 글을 써온 늙은 여성작가이기도 합니다.

 

요즘 시중에서 자주 듣게 되는 정치평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한나라당엔 쓸 만한 여성인재가 왜 저렇게 귀할까.' 한나라당을 헐뜯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야유조로, 한나라당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걱정스럽게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 공감을 하면서도 불편해지는 건 저에게 아직까지는 한나라당이 잘 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남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한나라당이 여성인재 빈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은 잇따른 여성장관 낙마 때문이고 그건 인선의 오류일 뿐, 이 바닥에 근본적으로 여성인재가 바닥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송파구에서는 우리가 좀더 부리고 싶은 유능한 여성후보가 2명씩이나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만 봐도 그걸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경합에선 어차피 하나만 살아남게 돼 있습니다.

 

존경하는 심사위원님들께서 부디 현명한 묘안을 짜내시어 미래의 두 유능한 여성의원 중 한명을 미리 잃고 들어가는 애석한 일이 없도록 선처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오유석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정치는 더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4월9일 실시되는 18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이제 한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각 정당은 공천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속속 지역별 공천자를 확정, 발표하고 있다.

 

이번만큼은 구시대 정치형태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공천혁명’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공정한 공천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역구에 도전한 여성정치인들에 대한 공천심사의 문턱은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과감한 개혁공천을 선도하고 있는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당의 사활을 걸고 한국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를 선언했는데 그곳은 이미 3년 전부터 유승희(17대 여성비례) 의원이 18대 총선에 대비해온 지역구였다.

 

상징만 남은 정치 1번지 종로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거물급 남성정치인의 정치이력을 뒷받침하는 전략공천 지역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여성 정치참여 확대 측면에서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이 비례대표 50% 여성할당 및 남녀 교호순번제라는 제도개선을 통해 1차적으로 정치 진입이 가능하도록 한 의미가 있었다면, 이번 18대 총선은 비례대표를 통한 정치참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성들이 지역구에 도전하여 본격적인 여성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 여성들의 바람이었다.

 

이를 위해서 비례 여성의원들도 용기를 내어 물러섬 없는 도전으로 이미 1~2년 전부터 지역에 출사표를 던지고 열심히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17대 국회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정치적 대변자로서 매우 우수한 의정활동을 수행해 왔음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므로 여성 정치참여 확대운동에 앞장서왔던 여성계도 마땅한 후보가 없다고 아우성치던 정당들이 이번만큼은 지역구 여성공천을 반드시 확대할 것을 기대했고, 또 강력하게 촉구해 왔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여성후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여성에게는 ‘후보의 정당한 기회’조차 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정치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여성들은 다시 한번 각 정당에 당부하고자 한다. 공천기준에 결격사유가 없는 한 필히 여성후보들이 적극 공천되어야 하며, 특히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여성후보들이 공천에서 희생되는 일은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여성단체 발표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20대 여성정책'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노동자회 등 8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지난 13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20대 여성정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평등 강화 ▲노동 ▲인권 ▲보육·학령기아동 ▲가족 ▲평화통일 등 6개 분야 20개 정책을 제안했다.

 

성평등 강화정책에는 여성정책 추진체계의 강화, 정책결정 과정의 여성대표성 확대, 성인지정책 형성교육 강화가, 노동정책에는 기간제 보호입법 차별규제 조항의 실효성 제고, 임금의 공정성 확립 등이 포함됐다.

 

또 인권정책에는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 성폭력 관련 형법 개정,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언급했고, 가족정책에서는 성평등한 가족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가족 지원,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제, 남성의 육아휴직 할당 등 가족친화기업 문화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국가비전·국정목표 속에서는 성평등 철학과 가치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과 비전에서 성평등 가치가 드러나고, 국정지표에서 열악한 여성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윤 대표는 또 여성장관 내정자들이 각종 의혹으로 낙마한 것에 대해 "여성을 단순히 구색 맞추기 식으로 여겨 폭넓게 인재를 찾지 않고 좁은 인맥 범위 안에서 고민 없이 사람을 찾으려는 안이한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각 부처 산하기관 임원 및 공기업 임원 임명 등에서 여성할당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며, 각 분야 여성인재 발굴 시스템을 상시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여성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전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제안서를 여성부와 총리실 등 관련부처에 전달할 계획이다.


#총선#여성후보 대진표#오유석#여성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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