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제저녁 읽다가

아무렇게나 펼쳐 놓은

시집 위로  

개미 한 마리가

아주 더딘 걸음으로 기어가고 있다

활자 위를 지나는

저 개미는

목하 독서 중이다

저렇게 온몸으로 하는

독서는  

아주 느린 법이라는 걸

나도 겪어 봐서 잘 안다

 

세상엔 눈으로만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그의 머릿속에선

관념이 새끼를 치느라 늘 수선스럽다

또 어떤 이는

저 개미처럼

자신의 몸으로 책을 읽는다

그의 몸에는 수백 개의 눈이

촘촘히 박혀 있다

몸에 박힌 눈으로

책을 읽어

세상을 깨우치는 사람을 가리켜

노동자라고 부른다

그의 독서는 느리지만

확실한 깨달음이 장점이다   

 


#개미 #몸 #독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