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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읽다가
아무렇게나 펼쳐 놓은
시집 위로
개미 한 마리가
아주 더딘 걸음으로 기어가고 있다
활자 위를 지나는
저 개미는
목하 독서 중이다
저렇게 온몸으로 하는
독서는
아주 느린 법이라는 걸
나도 겪어 봐서 잘 안다
세상엔 눈으로만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그의 머릿속에선
관념이 새끼를 치느라 늘 수선스럽다
또 어떤 이는
저 개미처럼
자신의 몸으로 책을 읽는다
그의 몸에는 수백 개의 눈이
촘촘히 박혀 있다
몸에 박힌 눈으로
책을 읽어
세상을 깨우치는 사람을 가리켜
노동자라고 부른다
그의 독서는 느리지만
확실한 깨달음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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