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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예쁘다.”

 

꽃은 꽃이라서 곱다. 그래서 꽃을 보면 누구나 사랑한다. 그 이유를 묻게 되면 꽃이라서 좋아하는 것이라 대답한다. 꽃은 꽃 그대로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데 꽃이라 모두 다 똑 같지 않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저렇게 우뚝할 수가 있을까? 눈이 동그래진다. 감탄사만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꽃들이 바로 우리 꽃이란다. 외국에서 들여온 꽃들이 아니라, 원래부터 이 땅에서 자라는 자생화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보는 꽃들이 많이 있었지만 하나도 낯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내 몸에 흐르고 있는 전통이 그것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투표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집사람의 표정을 보니, 거역할 수가 없었다. 집안 일에 매달리고 있는 아내를 위해서 뭔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다양한 방법으로 구박을 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였다.

 

비가 내리고 있으니, 어디로 가야할 지 막막하였다. 그때 마침 자동차의 라디오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전북 정읍에서 자생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정읍 농업기술지원센터에서 개최된다고 하니, 딱 좋았다. 거리가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비오는 날에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쉬지 않고 내리는 비 사이를 달리는 기분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을 뚫고 달리니 상쾌하였다. 비가 내려 도로에 달리는 차들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한가한 도로를 여유를 만끽하면서 달리게 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비가 내리는 것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읍 시내에 있는 농업기술센터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물어물어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정읍 시내 한 가운데에 있었다. 옹색하게 자동차를 겨우 주차하고 나니, 노란 튤립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우중에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튤립은 노란색만이 아니라 빨간색을 하고 있는 것도 있어 이채로웠다.

 

기술센터 마당 안에는 다양한 작품들로 오밀조밀하게 꾸며놓고 있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분재에 올려놓은 꽃들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예 작품들이 시선을 잡는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서도 뒷마당에는 다양한 체험 공간이 마련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직접 해볼 수 있게 해놓고 있었다.

 

제4회 정읍 자생화 전시회. 본관 2층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 들어서니, 입이 닫아지지 않는다. 우선 전시된 꽃들의 종류가 다양하여 놀랐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작고 고운 수많은 꽃들이 피어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었다. 저렇게 예쁜 꽃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니,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이 앞섰다.

 

얼레지, 하늘 메 발톱 꽃, 잔대, 할미꽃, 노랑 할미꽃, 보춘화, 금낭화, 하얀 금낭화, 등나무 꽃, 철쭉, 광대수염, 산 괴불주머니, 애기 별 꽃 등 그 이름도 생소한 수많은 꽃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나 같이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고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꽃들의 이야기가 귓가를 간질이게 되니, 그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다.

 

꽃들 중에는 어린 시절 쉽게 볼 수 있었던 꽃들도 있었다. 그 꽃들의 이름만을 알지 못하였을 뿐 결코 낯설지는 않았다. 무심하게 지나쳤을 뿐이었다. 이렇게 곱고 예쁜 꽃들이 모두다 우리 꽃이라니, 자랑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미안해진다. 왜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는지,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꽃들이 가슴에 쏙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땅에서 자라온 자생화여서 우리의 정서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와 할머니들이 사랑한 꽃들이니, 그 후손인 나도 당연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단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꽃들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잃어버려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하였던가? 우리 꽃의 아름다움에 젖어들면서 그동안 우리 꽃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앞서게 된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 소중함을 상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된다. 한 발 떨어져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그만큼 전시회에 나와 있는 꽃들은 곱고 사랑스러웠다. 저마다 특징을 가지고 있어 더욱 더 정감이 가는 것이었다.

 

우리 꽃의 아름다움에 푹 젖었다. 비가 내리고 있어 더욱 더 운치가 있었다. 그윽한 꽃의 향에 젖어서 나를 돌아다 볼 수 있어 더욱 더 좋았다. 꽃에는 잊고 있었던 어머니가 그리워졌고 어린 시절이 떠올려졌다. 여러 가지 이유로 보지 못한 다정한 친구 녀석들의 얼굴도 다가왔다. 우리 꽃에 푹 빠져 행복한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정읍시 자생화 전시회에서


#야생화#전시회#우리것#친구#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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