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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 국물맛이 끝내줍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오뎅과 오뎅국물...창가에 앉아...
삶은 계란은 띄엄띄엄 작은 그릇에 5개씩 놓여 있었다.
▲ 오뎅 국물맛이 끝내줍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오뎅과 오뎅국물...창가에 앉아... 삶은 계란은 띄엄띄엄 작은 그릇에 5개씩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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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들어서 양산 원동, 배내골 등으로 자주 나들이를 했다. 봄의 전령 매화꽃은 메마른 풍경에서부터 봄이 오는 것을 가장 먼저 알렸다. 나는 그윽한 향기를 내며 온 산천을 물들이는 매화꽃을 바라보았다. 매화가 절정에 이를 무렵, 봄꽃들이 하나 둘씩 앞다퉈 피기 시작했다. 이후 매화꽃이 시들해질 무렵엔 벚꽃이 꽃구름을 이루기 시작했다.

진달래, 동백꽃, 유채꽃, 개나리꽃 등이 온 산과 들을 화려하게 수놓는가 싶더니, 이제 벚꽃도 절정에 달했다. 마치 눈이 흩날리듯, 벚꽃 잎이 봄바람에 분분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메마른 나무들이 연둣빛 잎새를 터뜨리기 시작하더니 온 산을 유록빛으로 물들여 가고 있다. 마치 붓으로 초록물감을 찍어 놓은 것 같다.

낙동강 휴게소 실내 풍경이다...각종 차와 주류 등이 진열되어 있다...
▲ 낙동강 휴게소 실내 풍경이다...각종 차와 주류 등이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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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드리운 연하디 연한 유록빛 실버들은 강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채색한다. 아직도 겨울산인 양 메마른 나무들로 채워져 있던 산 빛이 온통 연둣빛으로 변해간다. 2,3월부터 4월까지 거의 두 달 동안 이쪽으로 다니며 봄 마중을 하였다. 그리고 봄이 어떻게 오는지, 이곳 봄이 어떻게 만개하고, 절정을 이루고 또 다른 계절로 걸음 하는지를 보았다. 양산~물금~화제~원동~배내골을 왕래하며 봄이 남으로부터 북쪽으로 점점 올라가는 것을 목도했다.

양산에서 물금을 지나 화제를 거쳐 원동 가는 길에 보면 '낙동강 휴게소'가 있었다. 원동역가는 고갯길, 순매원 약 500~1000m앞에 있는 낙동강휴게소는 여러 번 지나다녔지만 겉으로 보기엔 그냥 작은 상점처럼 보여서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들어가 보지도 않았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낙동강... ...무척산도 보인다...산이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 창밖으로 보이는 낙동강... ...무척산도 보인다...산이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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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나 등산객들이 낙동강 휴게소에 들리는 모습을 보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언제나 간식거리는 집에서 준비해 갔던 우리는 휴게소에 들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엔 별 준비 없이 나온데다 아침을 가볍게 먹었던지 배내골까지 가서 약수를 떠서 오는 길에 좀 출출해졌다. 그리하여, '낙동강 휴게소' 앞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휴게소 안 오뎅국물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휴게소 낙동강 휴게소 안에서 밖으로 보고 찍은 장면...
▲ 휴게소 낙동강 휴게소 안에서 밖으로 보고 찍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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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이 잘 보이는 창가의 의자... ....
▲ 낙동강이 잘 보이는 창가의 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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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너무 진해 보여서 과연 맛이 괜찮을까 망설여졌지만 오뎅 두개와 계란 두개를 주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보통 상점에서 파는 상품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휴게실이 있었다.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창문, 휴게소 안에 놓인 탁자와 의자들이 있었다. 또 바로 낙동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탁 트인 넓은 창문 앞에 긴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실외에도 나무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었다. 실내에는 주인의 꼼꼼한 손길이 닿은 흔적이 보였다.

여러 가지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복분자차, 녹차, 유자차, 원두커피, 매실차, 율무차, 한방차, 모과차, 오디즙, 칡즙, 대추차 등 차종류가 적힌 메뉴판이 걸려 있고 생맥주 코너, 건강주, 와인코너도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실내 곳곳마다 작은 조롱박이 걸려 있는가하면 입구 옆에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명함인 듯한 무료홍보판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 옆에서는 가요 테잎도 판매하고 있었다.

휴게소 안에서... 창가에 앉아 바깥풍경을 바라보다...낙동강이 보이고...저 멀리 무척산도 보인다...
▲ 휴게소 안에서... 창가에 앉아 바깥풍경을 바라보다...낙동강이 보이고...저 멀리 무척산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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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처럼 지나가다가 출출한 배를 안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해 컵라면, 감자떡, 오뎅, 삶은 계란 등도 있었다. 수수한 듯하지만 나름대로 정성어린 손길이 닿은 흔적이 있는 휴게소 풍경이었다. 나는 남편한테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좋네요"하고 말했더니, 날더러 몰랐냐고 되묻는다. 오래 전에 함께 산행했던 사람들과 함께 와 본 곳이라나? 참, 나보다 먼저 다른 사람들과 추억을 공유했던 곳이라?

괜히 질투나네. 내가 한 번도 이곳 휴게소에 들리자고 말 안해서 그동안 안들어 왔다나 어쨌다나! 뭐 어떠랴. 그들과 함께 한 추억이 다르고 우리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다른데. 우리는 낙동강이 보이는 전망 좋은 탁자 앞에 앉아 오뎅이랑 오뎅국물, 그리고 삶은 계란을 먹었다. 그런데 보기보다 오뎅은 훨씬 맛있었다.

무료 홍보판... ^^여기 휴게소를 다녀 간 사람들...그들이 남긴 흔적들인 듯 하다. 각종 명암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 무료 홍보판... ^^여기 휴게소를 다녀 간 사람들...그들이 남긴 흔적들인 듯 하다. 각종 명암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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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 풍경... 실외에도 나무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어 좋다...
▲ 옥외 풍경... 실외에도 나무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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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맛은 또 얼마나 진하고 시원하던지 몇 번을 먹었던 것 같다. 오뎅을 두개 더 주문해서 국물과 함께 먹었다. 창가에 앉아서 보는 낙동강 뒤로는 김해가 보이고 산과 산들 사이로 높이 우뚝 솟은 무척산이 보였다. 오뎅과 오뎅 국물 맛도 좋지만,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는 낙동강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낙동강과 주변 풍경이 더 좋았다. 가끔은 이곳에 들러 강물과 계절 따라 변해가는 산과 들판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다.

어제(16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는 쉬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고 오늘도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봄비 내리는 오늘 같은 날, 며칠 전에 들렀던 휴게소에서 바라보던 풍경 떠오른다. 이렇게 봄비 오는 날에 다정한 사람과 함께 그곳을 지나는 사람이 있다면 휴게소에 잠시 머물다 가면 좋을 것이다. 휴게소 창가에 나란히 앉아 조석으로 변해가는 강물과 산과 들판을 바라보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끈뜨끈한 오뎅 국물, 아니면 원두커피라도 한 잔 하는 건 어떨까.

좋은 사람과 나란히, 혹은 마주 앉아 창가에 엉기는 빗물 너머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말이 없어도 두 마음 하나 되어 강물처럼 흘러가리라. 이 봄비 그치고 나면 하얗게 꽃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벚꽃도 다 지고 잎이 무성하게 돋아나겠다.

덧붙이는 글 | 우리동네 '맛집' 응모글입니다.

*[낙동강 휴게소]는 양산에서 화제를 지나 원동가는 길에 순매원 500~1,000미터 앞두고 있는 고갯길 옆에 있습니다. 순매원을 지나면 곧 원동역이 나오지요.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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