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멀고도 가까운 이웃'이 누구일까요? 일본이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가족과 사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5월에 맞는 답은 아닙니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은 바로 가족입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 해야할 듯합니다. 가족이란 '멀고도 가까운 이웃'이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공동체입니다. 싫어서도 아니고 미워서도 아닌데 우리는 흔히 가족 구성원과 싸우는 것도 모자라 상대방을 원수처럼 대할 때가 많습니다. 떼어내고 싶다고 떼어낼 관계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싫든 좋든 가족 간에 우의를 다져야 한다는 묘한 의무감에 사로잡히는 5월에도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 있었을 출근과 등교와 아침식사 전, 그대는 가족 얼굴을 한 번씩 보았습니까? '다녀오리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와요'하는 같으면서도 다 다른 울림 그리고 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 울려대는 그 떨림을 들으셨나요? 그 울림과 떨림을 어디다 내팽겨쳐버렸는지 알고 싶지도 않나요? 그렇다면, 장담하건대, 그대는 지금 '험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겁니다.

 

병원 가는 길, 아픔을 나누다보니 더욱 끈끈해집니다

 

작년부터 어머니께서 병원에 자주 다니십니다. 치료를 받기 위해서죠. 간이 좀 안 좋으시다더군요. 피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기인 간, 간 치료를 위해 병원에 줄기차게 다닌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간 병원에 정기적으로 다닌 일이 없던 터에 이같이 장기간 병원을 드나드는 어머니를 보는 마음은 늘 불안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무엇 무엇을 잘못했을까. 지금부터 뭘 해야하지'하는 식으로 말이죠. 도둑 제 발 저리는 셈입니다.

 

함께 병원에 다닌 시간을 따져보면 참 많은 시간을 같이 다녔습니다. 두 주에 한 번 정도 인천에서 서울 동쪽 끝까지 오가는 길은 참 멀었습니다. 그간 이보다 더 많이 함께 시간을 보냈을까 싶을 정도로 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다 티격태격 싸운 때도 많고, 병원에 가는 길이 길다보니 이런저런 얘기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에 가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의사 선생님 말씀을 한마디라도 더 듣고자 애를 쓰기도 했지요. 치료비 걱정이 뒷맛을 쓰리게 하곤 하지만.

 

어쨌거나, 어머니와 저는 언제부턴가 아웅다웅 어우러져 사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라는 생물학적 차이만으로도 많은 게 다를 수밖에 없는 사이인데 그간 함께 보낸 시간이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상대방 말을 들을 기회가 많습니다.

 

어머니는 병원에 오가는 길에서 당신께서 이렇게 장기간 병원 신세를 질 줄은 몰랐다고도 하시고, 그간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를 설명하시기도 합니다. 바로 옆에서 함께 오가는 길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어머니 말씀을 귀담아 듣습니다. 그렇게 저는 어머니에 대해 예전보다 더 많은 걸 알아가는 중입니다. 여자의 삶, 어머니의 삶에 대해서 말이죠. 한편에선, 병원에 갈 때마다 틈틈이 가져 온 책자들을 들춰봅니다. 간 치료에 관한 안내지들 말입니다.

 

어느 해보다 깊이 남을 어버이날

 

제 몸이 아픈 게 아니었어도 저는 늘 어딘가 아팠습니다. 아마 간이 자리한 그곳을 저도 모르게 매만지곤 했던 것 같습니다. 병원에 오갈때마다 가져온 간 관련책자들을 틈틈이 보면서 말이죠. 당장 급한 건 거의 다 치료했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생기를 되찾아가는 어머니를 보면서 저는 오히려 더더욱 조바심을 냅니다. '혹시 모르지. 오히려 지금부터 늘 조심해야지' 하면서 말입니다. 아픈 사람은 정작 저인지도 모릅니다. 염려병.

 

염려할 일이 병뿐인가요. 집안일이며 동네일이며 지인들 일이며 날마다 염려할 일이 많습니다. 어머니에겐 이렇게 염려할 일이 많습니다. 저는 고작 어머니 병에 대해서 걱정 몇 번 하는 사이, 어머니는 오늘도 빨래하시고 음식 만드시고 지인들 경조사 챙기시고 가족 건강까지 챙깁니다. 얼마 전 보약을 해오셨더군요. '너 마른 얼굴 가지고 밥 먹고 살겠냐' 하시면서요. 물론 온 가족이 다 같이 먹습니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흔해빠진 말은 집어치운다 하더라도, 어머니를 향한 마음은 이제 거의 '일편단심 민들레' 수준이 되어갑니다. 앞으로는 나이 때문에라도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어머니 건강은 제 관심사 일순위가 된 지 오래니까요. 아 참, 아버지 건강도 마찬가지구요. (빠트렸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치료 여정은 이처럼 요모조모 빛깔도 다양한 이야기들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2008년 5월 8일 목요일 어버이날을 바라보는 마음은 작년에 비해 참 많이 다릅니다.

덧붙이는 글 |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늘 건강하게 사세요! 


#어머니#병원#여자#치료#사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