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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사랑 이야기를 향한 발걸음


이번 학기에 관광자원론 강의를 듣게 되면서 관광자원으로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때마침 내가 다니고 있는 안동대학교에 있는 안동대학교 박물관이 새로 단장해 그곳을 찾아갔다.

올해 새롭게 개관한 안동대학교 박물관은 구 도서관 건물 내 3층(상설전시실)과 4층(특별전시실)에 위치하고 있다. 새로운 도서관이 생기면서 열람실이었던 곳이 유물들의 새 보금자리가 됐다.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9호 안동석사자를 비롯하여 박물관 건물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9호 안동석사자를 비롯하여 박물관 건물
ⓒ 신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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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대학교 박물관 전시실 안내도
 안동대학교 박물관 전시실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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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박물관이라 설마했는데, 설마가 사람잡네

안동대학교 박물관에는 고고학, 민속학, 역사학, 복식사 자료 등 총 7천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선사·고대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 순으로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각 시대별로 매력적인 문화유산들을 볼 수 있다.

선사·고대시대의 전시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삼국시대의 유물로 안동 임하사 전탑지에서 나온 사리구다. 사리구란 불타(佛陀)를 화장한 뒤 나오는 작은 구슬 모양의 유골을 넣는 용기를 일컫는다. 집모양의 외함(外函), 직육면체의 모양의 내함(內函), 사리병(舍利甁)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리병은 은으로 만든 병에 유리를 씌운 칠보병이다.

 안동 임하사 전탑지 사리구
 안동 임하사 전탑지 사리구
ⓒ 신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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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안동 태화동 9호분에서 출토된 삼국시대의 금동귀고리다. 귓볼에 닿은 고리 부분과 밑에 늘어지는 수하식, 그리고 그 중간에 들어가는 중간식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귀고리는 장신구 중에서도 인류가 가장 일찍부터 사용한 것으로, 목걸이·팔찌 등과 함께 고대 동양에서는 일종의 호신 부적으로 사용됐다. 우리 나라에서는 세공기술이 가장 발달한 삼국시대의 고분에서 주로 출토되고 있다.

귀에 닿는 고리 부분이 굵어서 귀에 달았을 때 상당한 무게가 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박물관 측에 물어보니 고리 안은 비어있단다. 또 수하식의 형태는 대체로 심엽형으로 불리는 하트 형태가 가장 많은데 이 금동귀고리는 자세히 보면 하트 형태와 비슷한 나뭇잎 모양의 장식물을 매달아 놓았다.

 안동 태화동 출토 금동귀고리
 안동 태화동 출토 금동귀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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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의 전시관에서 관심 있게 본 유물은 안동 정하동 23호 무덤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청자류다. 모두 무늬가 없는 녹청자류로 참외 모양의 주전자, 주둥이가 넓은 퇴주기, 잔과 잔 받침이 하나로 된 탁잔, 긴 목과 주구를 갖춘 정병, 작은 항아리 등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고려청자는 청록색을 띠고 상감기법으로 모란·국화·매죽 등의 문양을 나타내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만들어진 공예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공예품은 무늬가 없고 청록색을 띄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재적으로 가치가 높고 예술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안동 정하동 출토 고려청자
 안동 정하동 출토 고려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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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준 조선의 사랑 이야기

 이응태 묘 출토 편지(1586)
 이응태 묘 출토 편지(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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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둘러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고 관심 깊게 본 유물은 조선시대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던 '이응태 묘 출토편지'와 '미투리'다.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 일대의 택지 개발 계획에 따라 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다 조선시대 미라와 함께 당시의 복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안동시 정하동 이응태(李應台, 1556~1586)가 31세의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죽자 부인이 남편을 저승으로 떠나 보내면서, 남편의 가슴 위에 편지와 미투리를 함께 얹어 묻었다.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라고 시작되는 이 편지는 남편을 향한 부인의 애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그리고 끝부분에서는 '이 편지를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라고 적어 놓은 편지에서 조선시대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볼 수 있다.

 원이 엄마의 사랑의 미투리
 원이 엄마의 사랑의 미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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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리는 보통 삼이나 모시 또는 노끈 따위로 삼은 신으로 일반적으로 서민층의 남녀가 사용했다. 하지만 이 미투리는 부인이 병든 남편의 쾌유를 빌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줄기로 삼은 것으로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볼 수 있다. 45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조선의 사랑 이야기는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저널 <내셔널지오그래픽>에 게재되어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2007년 11월호).

덧붙이는 글 | 참고 : 황호근 <한국장신구미술연구> 일지사 1976
강경희 외 <한국미술문화의 이해> 예경 1994
장경희 외 <한국미술문화의 이해> 예원 1994
이상기 <대학교 박물관이 이쯤은 돼야지!> 2008
조선의 민속전통편찬위원회 <조선의 민속전통2>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94



#안동대 박물관#사리구#고려청자#원이 엄마#미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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