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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로 소통하는 디카시(詩)가 영역을 점점 확대해 나가고 있다.

 

'디카시'는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거기서 얻은 영감들을 나열해 놓은 시로 보면 된다. 다시 말해 디카로 시적 형상(날시, raw poem)를 찍어 문자로 재현한 새로운 장르의 시다.

 

이상옥 시인(창신대 교수)이 2004년부터 인터넷서재에 담기 시작했는데, 디카시집에다 디카시론집에 이어 디카시를 주제로 한 세미나도 열렸다. 지난해 12월 창간한 반년간 정기간행물 <디카시> 2호가 이번에 나왔으며, 디카시 공모전과 백일장도 열린다.

 

이 시인은 2004년 9월 디카시집 <고성가도(固城 街道)>을 내고, <디카시를 말한다>는 시론집을 2007년 5월에 냈으며, 그해 10월에는 '디카시 세미나'가 열려 시인과 평론가들이 이론을 보태기도 했다.

 

디카시는 문자와 영상의 결합이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멀티미디어 시대에 소통 방식이 문제에서 '문자+영상'으로 바뀌고 있는데, 글쓰기도 자연적으로 문자와 영상이 결합하고 있다.

 

디카시에 대해 이 시인은 "언어 너머의 시(자연이나 사물에서 포착한 시적 형상, 날시)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문자로 재현한 시"라고 소개했다. 멀티언어예술이라 할 수 있다.

 

변종태 시인의 디카시 몇 편

 

이번에 나온 <디카시> 2호에는 이상옥 시인과 변종태 시인(계간 <다층> 주간) 휴대폰으로 디카시의 쌍방향 소통을 하며 이를 인터넷 카페(디카시 마니아)에 시범적으로 연재했던 작품 위주로 담았다.

 

변 시인은 제주도 오름 사진을 찍어 놓은 "제주 오름"이란 시에서 "봉분도/오름도/저렇듯 봉긋 솟아/애 둘 달린 아낙의 가슴으로/설익은 너의 유년을 더듬는다/짜면 젖어 줄줄이 흐를 듯/솟아 있는 제주 오름/그 뒤로 제주 오름 한 쌍/바다에 젖을 물리고 있다"고 노래했다.

 

활짝 핀 장미꽃 한 송이를 휴대폰으로 찍은 변 시인은 "깊은 속내"라는 제목에다 "한 송이 장미/양짓녘에 피었네/저 장미의 복판으로/깊숙히 걸어 들어가면/그녀를 만나겠네/그녀의 속에서/또 다른 그녀를 만나겠네/그녀 속에 핀/한 송이 장미를 우지끈 꺾겠네"라는 내용으로 시를 써 이상옥 시인한테 전송했던 것.

 

이상옥 시인의 "푸른 신호등"은?

 

 

이상옥 시인은 "푸른 신호등"을 사진으로 찍고 그 옆에 "멀리 있는 그대 그리움의 이름표/밤의 길목마다 걸어 놓았다"고 표현해 놓았다.

 

이 시인은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를 지날 때 시적 영감이 떠올라 "길인데 길이 아니다/하이패슨데 하이패스가 아니다//문자가 문자가 아니다/내가 내가 아니다"는 내용의 시를 썼다.

 

또 이 시인은 겨울 창문에 부닥친 비를 찍은 사진에다 '겨울비'라는 제목을 붙여 "아침 출근길/내 마음 깊이 풍금소리가 난다/풍경(風景)으로 듣는 겨울비"라는 내용의 시를 써 놓았다.

 

이번 책에는 변종태·이상옥이 나눈 대담도 실려 있다. 변 시인은 "디카시는 시이면서 사진이고 사진이면서 시인, 제3의 장르로 태어날 수 있다"면서 "디카시의 생명력은 순간성이다. 순간적으로 본 사물이나 상황을 순간적으로 떠오른 시상과 결합하여 장착하게 되는 순간성, 그것이 디카시의 매력이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정보기술의 산물인 디카시는 새로운 문학콘텐츠로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며 "순간포착과 즉석의 쌍방향성 소통이라는 디카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고, 디카시를 종이책에 인쇄할 때 디카영상과 문자의 결합을 보다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변 시인은 "각 정보통신사와 결합하여 '아침을 여는 디카시'처럼 가입자들에게 서비스를 해준다면 가히 우리나라는 정보화의 선두주자일 뿐만 아니라 시의 공화국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고교생 디카시 백일장, 9월 27일 고성에서

 

디카시 백일장이 열린다. 고성예총은 경남 고성군과 경남도교육청, 창신대 등의 후원을 받아 '제1회 고교생 디카시 백일장'을 열기로 하고, 최근 요강을 발표했다.

 

백일장은 전국 고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오는 9월 27일 고성 남산공원에서 열린다. 이전 백일장처럼 종이에 써서 내는 것이 아니다. 휴대폰으로 고성을 테마로 디카시(사진+문자)를 창작한 뒤 휴대폰 멀티메일로 그날 오후 3시까지 전송하면 된다.

 

최우수상과 우수상 등을 뽑아 장학금도 지급하고, 수상자가 창신대 문예창작과에 지원할 경우 문예특기생으로 선발하게 된다. 고성예총은 "디카시 백일장은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펜의 역할을 하는 디지털카메라로 시적 형상을 포착하는 새로운 시적 체험을, 신세대 고교생들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영남대 학보인 <영대신문>은 지난 1학기 때 "나도 이젠 디카시인"이란 제목으로 '디카시 공모'를 벌이기도 했다. 무크지 <디카시> 주간인 이상옥 시인은 "이제 디카시는 휴대폰으로 소통하면서 공모전과 백일장이 시도될 만큼 보편적 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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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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