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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회장, 법정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6일 오후 선고공판이 열리는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굳은표정으로 도착했지만, 집행유예를 받은 뒤 법정을 나올때 미소 띤 얼굴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이건희 전 회장, 법정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6일 오후 선고공판이 열리는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굳은표정으로 도착했지만, 집행유예를 받은 뒤 법정을 나올때 미소 띤 얼굴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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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3년에 벌금 1100억원에 처합니다. 대신 징역형의 집행은 5년간 유예합니다."

16일 오후 1시45분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 200여명이 넘게 가득 찬 법정은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이 흘렀다.

민병훈 부장판사(형사합의23부)가 이건희 삼성 전 회장에 대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자, 방청석 일부에서 "아~"라며 조그만 탄식이 들렸다. 20여분간에 걸친 삼성 1심 재판 선고는 그렇게 흘러갔다.

법원, 조세포탈 일부만 유죄...에버랜드 사건은 '무죄'

삼성 재판의 큰 갈래는 두 가지였다. 삼성그룹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조세포탈 혐의다.

특검쪽에서 재판부에 공소사실로 내놓은 것은 세가지였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의 편법 증여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헐값발행, 삼성전자 등의 차명주식 거래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 등이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의 핵심으로 꼽혀왔던 에버랜드 CB 편법 증여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또 삼성SDS BW 저가발행 혐의에 대해서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나머지 삼성전자 등의 차명주식 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해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은 110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개인 재산을 직접 관리하지 않았고 특검 수사 후 조세포탈 금액을 납부했다고 하더라도, 조세포탈 행위는 국가의 과세권을 침해하고 조세 형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며 "유죄로 인정된 조세포탈 금액만 456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주식 거래 과정에서 시세차익의 목적을 노린 매매가 아니고,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정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중한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 등에게도 각각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고, 최광해 전 삼성구조본 재무팀장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한편 현명관 전 삼성구조본 비서실장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부실특검 논란속 예견된 판결... 삼성지배권 승계에 '면죄부'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6일 오후 선고공판이 열리는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6일 오후 선고공판이 열리는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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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의 이 전 회장등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은 예상 밖이었다. 법조계에선 그동안 재벌총수들에 대한 재판을 볼 때, 1심에선 주로 실형을 선고한 뒤, 항소심에서 경제 기여도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을 마치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특히 삼성 재판의 경우 그룹 승계과정에서의 불법성과 차명 주식거래를 통한 수천억원에 달하는 탈세 등을 볼 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조심스레 예상됐다. 물론 이 전 회장의 건강상태와 삼성의 국가경제 기여도 등을 감안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이같은 예상을 비켜갔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사실상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그룹의 지배권 승계에 면죄부를 주게 됐다.

또 특검쪽에서 주장한 이 전 회장의 1128억원의 조세 금액과 증권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일부만 인정했다. 사실상 삼성의 손을 들어준 셈이었다.

이날 재판정에 직접 나온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판결에 대한 소감을 묻자, "1심 판결치고는 예상치 못한 결과이며 매우 허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삼성특검은 수사당시부터 공소를 유지하는 과정,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까지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냈다"면서 "이같은 부실한 특검 수사 속에 그동안 화이트칼라 범죄에 사법부가 다시 한 번 편향적인 온정주의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안도하는 삼성... 이건희 회장 "도의적 책임 질 것"

한편 이날 재판이 열린 417호 대법정에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비롯해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윤종용 전 부회장,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등 30여명에 달하는 삼성그룹 사장단이 재판을 지켜봤다.

이들 삼성 임직원들은 재판부가 이 전 회장 등에게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만 유죄 결론을 내리자,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재판이 끝나자 이들 사장단 인사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그동안 고생했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으며 일부는 가끔 입가에 웃음을 띄기도 했다.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현명관 전 삼성그룹 비서실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특검 쪽에서 항소를 하지 않겠느냐"면서 "아직 재판이 다 끝났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심적 고생이 많았겠다"고 묻자, 현 전 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좀더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이건희 전 회장은 재판이 끝난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여러분께 폐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말한 후 "도의적 책임은 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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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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