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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축제 지금 아이들은 더위를 피하러 물속으로 돌진한다. 거의 '광란의 밤'이 아니라 '광란의 대낮'이다.
▲ 분수 축제 지금 아이들은 더위를 피하러 물속으로 돌진한다. 거의 '광란의 밤'이 아니라 '광란의 대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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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경기도 안성 돌우물 공원. 지금 시각은 대낮 2시.

한창 뜨거울 시간인데 초등학생부터 중고생이 여기에 삼삼오오 모여든다. 이상하다. 요즘 아이들 밖에서 잘 놀지도 않는 데다가 지금 시각이 시각인지라 궁금증은 증폭된다. 보아 하니 인근 마을 아이들인가 본데,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뭔가를 기다리는 것. 그것이 무얼까.

"와, 와. 시작이다~"

아이들이 뭔가를 발견한 듯. 모두가 함성을 지른다. 조금 있으니 바닥에서 물이 솟구친다. 물줄기가 확 쏟아 오른다. 시원하게 뿜어댄다. 그렇다. 바로 공원에 설치된 분수의 작렬시간인 게다. 아이들은 그 시간대를 알고 있었던 것.

분수 축제 보라. 저것은 거의 군인들이 전투시 하는 '돌격자세'가 아닌가.
▲ 분수 축제 보라. 저것은 거의 군인들이 전투시 하는 '돌격자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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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날 애타게 기다렸던 아이들. 말 그대로 사막에서 물을 만난 물고기들, 아니 승냥이들처럼 물속으로 뛰어든다. 아니 '뛰어든다'는 표현으론 아무래도 그 장면을 묘사하기엔 부족하다. 그렇다. '돌진한다'가 맞겠다. 이 한 몸 불사르듯 전념해서 돌진한다는 것 말이다. 이 한 몸 던져서 신나게 놀아보리라는 아이들의 결연한 다짐의 몸짓인 게다.  

"하나 둘 셋 아자~~~"

숫자를 세어가며 돌진한다. 모두가 마법에 걸린 듯 솟구치는 분수에 정신을 잃은 지 오래다. 아이들의 관심은 오로지 그 분수에 집중되어 있는 듯. 분수는 일괄적으로 쏟아내지 않는다는 것도 매력 중 매력. 그러니까 적게 나왔다가 많이 나왔다가 높이 나왔다가 낮게 나왔다가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지나갈 그 물때를 맞추느라 벼르는 장면도 볼 만하다.

아이들에겐 이미 옷이 물에 젖는 것은 관심사가 아니다. 부모들에게 야단맞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기다려왔던 이런 신나는 일을 옷 버린다는 이유로 마다할 아이들이 아니다. 그것도 초등학생들만 그러는 게 아니다. 교복 입은 중고생도 그런다. 교복 말리기 어려울 텐데 싶지만, 뛰어든 학생에겐 이미 일말의 고민거리도 안 된다. 

분수 축제 이제 전방위적으로 아이들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 분수 축제 이제 전방위적으로 아이들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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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축제가 계속 되니 아이들의 수가 조금 더 불어나서 20여 명이 된다. 그 아이들은 조금 늦게 현장에 도착한 셈이다. 그 아이들도 뒤질 새라 돌진한다.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 했던가. 앞서 한 아이들의 시간을 조금 더 만회해 볼 요량으로 늦게 온 아이들의 돌진은 계속된다. 그래도 어떤 아이들은 끝내 물속으로 돌진하지 못하고 주위에서 맴도는, 그렇지만 대리만족으로 즐거운 아이들도 있다.

더운 여름날의 축제다. 캠프파이어는 불을 중간에 놓고 빙빙 돌고 노는 것이라면, 이것은 물을 중간에 놓고 빙빙 돌며 노는 것. '캠프워터'라고 해야 할까. 차이가 있다면 불은 뛰어 들지 못하지만, 물은 뛰어든다는 것. 불은 보면서 생각하게 만든다면, 물은 보면서 즐기게 만든다는 것. 불은 낭만이라면, 물은 환희라는 것. 불은 어른이라면, 물은 어린이라는 것.
한 시간은 지났을까. 분수가 멈춘다.

그렇게 열중하던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뿔뿔이 흩어진다. 조금 전 추억을 서로 이야기하며 마냥 즐겁다. 이렇게 해서 여름 대낮에 아이들이 펼친 ‘분수 축제’는 마감된다. 신명나고 걸쭉한 축제 한마당이 자리를 접은 게다. 아이들은 내일을 기약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간다.

역시 여름은 물놀이가 최고이렷다. 그렇다면 도심에 있는 분수 공원, 이래서 더욱 좋은 것이겠지.

놀이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그냥 놀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아이들에겐 속내가 있다. 그것이 바로 '분수가 치솟아오르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은 벌써 '분수 작렬 시간'에 가 있다.
▲ 놀이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그냥 놀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아이들에겐 속내가 있다. 그것이 바로 '분수가 치솟아오르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은 벌써 '분수 작렬 시간'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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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우물 공원 도심 한가운데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성 시내에 있는 생활공원이다. 이런 곳이 많다면 도시생활도 해볼만 하지 않을까.
▲ 돌우물 공원 도심 한가운데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성 시내에 있는 생활공원이다. 이런 곳이 많다면 도시생활도 해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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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돌우물 공원#분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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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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