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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대해 방담을 나누고 있는 여고생 4명의 모습.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대해 방담을 나누고 있는 여고생 4명의 모습.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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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경쟁 속에 힘든데 성적으로만 나누려 하는 모습의 교육감은 원치 않아요."   
"'한 줄 세우기' 말고 숨은 능력을 찾을 수 있는 입시 제도를 마련해주길 바랍니다."
"우리들 숨 좀 돌리게 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지금보다 심해지면 정말 힘들 듯"
"경쟁을 하면서도 따뜻한 어울림을 강조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교육 대통령'을 뽑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대해 '교육 3주체'의 핵심인 청소년들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제발 엄마 얼굴 좀 보게 해 달라"는 절규에 찬 말도 있었고, "주입식 암기 교육이 아니라 창의적인 교육을 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8일 서울 A여고에 다니는 여고생(고2) 4명을 만나 약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방학임에도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받고 있는, 그래서 저녁시간을 이용해 인터뷰에 응한 우리 주위의 평범한 고등학생들이다.

어른들이 뽑는 교육 대통령? 학생들은 할 말 많다

선거 기간 동안 각 교육 현안과 쟁점에 대해 직접적인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그들에게는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다. 첫 주민 직선제로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임에도 이들은 그저 투표장에 가는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교육감은 결국 학생들 잘 되라고 선출하는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건데…"라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어리면 가라!"고 외치듯 치러지는 '어른들만의 잔치'격이 된 교육감 선거가 달갑지만은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교육감 선거를 논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자 자신의 학교생활에 대한 거침없는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쏟아냈다. 그리고 학교자율화, 0교시 보충학습, 수준별 이동수업 등 각 현안에 대한 10대 특유의 솔직담백한 말을 가감 없이 들려줬다.

그들이 들려준 말은 30일 투표장에 갈 어른들에게, 그리고 향후 교육감이 될 사람에게 보내는 강한 당부의 말과 같이 들렸다. "맘 편히 놀러가고 싶다" "잠 좀 더 잤으면 좋겠다"는 투정어린 말투가 많았지만 그 속에는 새로 뽑히는 교육감에게 바라는 염원이 묻어 있었다.

교육감이 챙겨야 할 학생들의 '가려운 곳'은 어디인지, 교육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학생들이 원하는 정책은 무엇인지, 또한 그들의 발랄한 언어로 말하는 이상적인 교육감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내용이 좀 길지만 오는 30일 학생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감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한번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학생들의 요청에 의해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방담 참여 청소년은 이유진·김규리·한예림·강유리(고2·가명)양이다.

방학에도 매일 보충학습..."놀고 싶은데 애들이 다 하니까..."

- 한창 방학 때인데 어떻게 지내나요?
이유진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하며 지내죠. 1교시가 오전 8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학교에 가요. 그리고 과목을 단과학원 수강하듯 선택해서 낮 12시까지 수업을 들어요. 오후 6시까지는 자율학습을 하고요. 가격은 보통 한 과목에 2만원이고, 애들이 많으면 싸고, 적으면 비싸요."
김규리 "강제로 보충학습을 시키는 학교도 많은데 우리는 그렇진 않아요. 고3은 물론 강제고요. 그래도 절반 이상은 신청해서 방학에도 학교에 나오죠. 집에 있으면 놀게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괜히 불안하고."

- 방학 같지 않은 방학이네요. 왜 방학인데도 보충학습을 하고 있어요?
이유진 "안 하려 해도 안 할 수가 없어요. 방학 때 집에 있으면 늦게 일어나게 되고, 그러면 불안하니까 1교시부터 신청해서 듣는 거죠." 
김규리 "대학 가는 것이 목표고, 그러려면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야 되잖아요."
한예림 "방학 때 다져놔야죠, 뒤처질 수도 있으니까."

- 방학인데 놀러가고 싶진 않아요?
이유진 "만날 놀고 싶죠. 항상 교실에 앉아 있을 때 그 생각을 하죠." 
김규리 "놀고 싶은데 애들이 옆에서 다 하니까…."
힌예림 "압박이 장난 아니잖아요." 

- 지금 놀러간다면 어디에 가고 싶어요?
한예림 "바닷가요."
이유진 "저는 캐리비안베이!"
김규리 "여행이라면 아무데나 좋죠."
이유진 "집에 가만히 앉아서 하루 종일 TV만 봐도 행복할 것 같아요."
한예림 "시원하게 에어컨 틀어놓고, 부모님 눈치 안 보고 집에만 있어도 정말 좋을 듯."  

- 평소 '야자(야간자율학습)'를 끝나고 늦게 들어가면 어때요?
이유진 "정말 집에 있는 시간이 없어요. 아침에 엄마 얼굴 못 보고 나와서 학기 중에는 밤 10시 반 넘어서 들어가니까. 진짜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죠."
김규리 "맞아."

- 사교육은 다들 받나요, 아니 안 받는 사람도 있나요?
이유진 "저요. 저는 그래서 학교에 오래 남아 있죠."

- 나머지는요?
강유리 "저는 수학학원이요."
김규리 "저는 과외하고 있어요. 수학이요."
한예림 "저는 인터넷 강의로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고 있어요."
이유진 "방학 때는 거의 학원을 다니죠. 대부분 친구들이 방학 시작하자마자 부모님하고 같이 학원 알아보러 다니는 게 일이라니까요." 
한예림 "학원 아니면 과외는 거의 필수라고 볼 수 있죠." 

 지난 6월 1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이명박 정부 심판 39차 촛불문화제에서 한 여고생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익살스런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이명박 정부 심판 39차 촛불문화제에서 한 여고생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익살스런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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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절감] "밥값보다 비싼 학원비... 없앨 수 없다면 줄이기라도"

- 우리나라는 사교육 문제, 심각한 것 같아요?
이유진 "다른 나라도 우리처럼 무조건 학원가고, 몇십 몇백만원 하는 사교육비를 쏟아 부을까요? 집에서 교육비 나가는 게 식비보다 더 많지 않나?"
(일동) "맞아"
한예림 "저는 수학학원 하나 다니는데 그거만 35만원이에요. 일주일에 딱 2번, 한 시간씩인데 말이죠."
이유진 "과외도 서울대생이면 기본이 한 과목에 50만원이래요. 그 밑으로는 안 한대요."

- 과외를 하는 규리학생은 부담되지 않으세요?
김규리 "부담이 되죠. 그래도 안 하면 뒤떨어질까봐 오히려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예림 "부모님들이 오히려 부담이 되더라도 더 시키죠."

- 사교육 비용 때문에 부모님한테 미안하기도 하나요?
한예림 "진짜 많이 미안하죠. 비용이 한두 푼이 아니잖아요."
김규리 "또 학원 다녀서 성적이 바로 오른다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학원 다닌다고 꼭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한예림 "엄마가 '학원 다니는데 왜 성적이 오르는 모습이 안 보이냐'라고 말할 때 정말 할 말이 없죠."
이유진 "아예 사교육을 없앨 수는 없을까?"
한예림 "우리나라는 뿌리가 이미 너무 깊어" 
이유진 "우리 밑에 아이들은 더 불쌍해 보여요. 조그마한 초등학생 아이들이 자기 몸만 한 가방을 매고 학원을 전전하는 것을 보면 정말 딱할 따름이죠. 이 시간대에(저녁 7시경) 놀이터에 가면 노는 애들이 없더라고요."       
한예림 "정말 안타깝죠. 왜 이런 시대에 태어났는지…. 우리 사촌동생만 봐도 초등학교 4학년인데,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바로 밥 먹고 학원엘 가요. 그리고는 밤 8시 넘어 집에 돌아오고."   

- 새 교육감이 사교육 문제는 어떻게 해줬으면 하나요?
이유리 "아예 사교육을 없애거나 학원을 전면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여요. 그렇다하더라도 사교육비를 실질적으로 낮추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가격이 비싸면 있는 집 아이들만 사교육을 받게 되고, 그렇게 되면 더 격차만 벌어지잖아요."
한예림 "돈 있는 집안 아이들만 좋은 대학을 가고, 이런 현상이 계속 반복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교육 팽창은 막아야 할 것 같아요."

"그저 좋은 대학 가라고 하지 '왜', '어떻게'에 대한 교육은 없어요"

- 이렇게 공부하는 게 다 대학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잖아요. 대학에는 왜 가고 싶나요?
이유진 "성공하려고요. 대학 안가면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는 말이 사회에 파다하잖아요."
김규리 "대학을 못가면 취직도 힘들고, 비정규직에 안 좋은 일만 할 거라는 말이 많잖아요. 일단 대학에는 가야 한다는 소리도 많고."
힌예림 "학력 제한이 많이 없어졌다 해도 취업이나 사회에 나갈 때 학벌을 다 보는 게 현실 아닌가요?"

- 대학가서는 무슨 공부가 하고 싶어요?
이유진 "전 사회복지학과, 예전부터 하고 싶었죠."
김규리 "저는 조리계통 학과요."
한예림 "저는 경영학과."
강유리 "저는 조리 아니면 인문계열 학과요."

- 학교에서는 대학에는 왜 가 야하고, 어떤 꿈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치는 것 같나요?
이유진 "꿈을 위해 대학을 가려고 하는지, 단지 대학을 위해 대학을 가려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죠."
한예림 "학교에서는 그저 좋은 대학을 가라고 하지, '무엇 때문에 가야 한다' 이런 것은 잘 안 가르치죠."
김규리 "'왜' 라기보단 그냥 하는 거죠. 남들 하니까, 뒤처질 수는 없으니까." 

- 그럼 새로 뽑히는 교육감은 대학입시에 대해 어떻게 가르쳤으면 좋겠나요?
이유진 "경쟁 경쟁이 아니라 '왜' 그리고 '어떻게'를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왜 경쟁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꿈꿔야 하는지를 모르고 공부하는 게 지금 현실이니까."
김규리 "현실을 한탄하면서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을 따르는 우리도 참 웃긴 거죠. 공부 안하면 불안하고, 하기는 싫고… 이런 문제를 같이 고민해줄 수 있는 사람 정도?"

- 학교에서 주위 친구들과 공부할 때 서로 간의 경쟁 정도는 어떤 것 같아요?
이유진 "경쟁도 경쟁 나름이죠. 경쟁도 적정한 선에서는 좋은데 지금 우리는 그걸 지나쳐서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아요."
한예림 "너무 심하게만 시키지 않으면 나쁠 것은 없는 건데."
강유리 "우리나라는 뭔가 이상하죠. 다른 나라랑 비교해 보면 경쟁은 엄청 심한데 대학에서의 학력 평가를 보면 잘 못한단 말이죠."
한예림 "대학 순위를 보면 그런 것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강유리 "뉴질랜드에서는 청소년들이 1년은 학교에 가지 않고 쉰다고 하던데…"
이유진 "한 후보 선거문구를 보니 '아이들 숨 좀 쉬게 해주자'라더군요. 근데 사실 얼마나 숨을 쉬게 해줄지 모르겠어요. '촛불'을 경험한 후 어른들 말은 다 거짓말같이 느껴져요." 

[0교시 부활] "자기도 새벽 5시에 일어나 공부해 보라죠"

 방담을 진행 중인 여고생 4명의 모습.
 방담을 진행 중인 여고생 4명의 모습.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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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교시 수업이나 심야자율학습 등 보충학습 자율화에 대한 논란도 많아요.
이유진 "0교시는 우리 학교에선 아직 안 하는데 주위를 보면 하는 학교도 있더라고요. 근데 그거 하면 우린 새벽 5시에 일어나야 돼요."
김규리 "강제로 시키면 오기야 오겠죠. 그런데 학교에서 바로 자는 거죠. 그러면 또 사교육으로 가게 되는 거고."
이유진 "학교에 불러다가 잠만 재울 일 있나요? 정말 고문이다. 고문."
한예림 "아마 지금보다 보충학습을 늘리면 대부분은 피곤해서 자거나,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수업을 받겠죠. 학습효과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 같아요."
이유진 "0교시·1교시 졸려서 망치고, 그러면 오전 수업 다 망치는 거고…."
강유리 "점심 먹고 배부르니 또 자고."
김규리 "정말 학교가 여관도 아니고 말이죠."

- 0교시 수업을 한다면 아침은 먹고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유진 "못 먹는 거죠. 지금도 못 먹는데."

- 현재는 아침을 먹고 다니나요?(방학 중 1교시 아침 8시)
한예림 "전 안 먹어요.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낫죠."
김규리 "저도 차라리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아침을 거의 안 먹어요. 만약 0교시가 생긴다면 아침은 꿈도 못 꾸는 거죠."
강유리 "저는 먹고 다녀요. 집이 학교 바로 앞이니까. 그런데 만약 0교시 수업이 실시된다면 저녁에 미리 챙겨놓고 아침을 먹어야 될 것 같아요." 
한예림 "정말 엄마가 불쌍해지는 거죠. 새벽 5시 전에 일어나야 되고."
이유진 "우리 엄만 지금도 잘 못 일어나시는데 어떻게 5시에… 나 하나 때문에 깨우게 하는 것은 싫어요."

-  0교시 수업도 하고, 학생들에게 공부를 많이 시키면 성적 향상도 되고, 결국 안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말도 있어요.
한예림 "본인이 한번 해 보라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김규리 "그것도 하루가 아니고 3년 동안을 말이죠."
이유진 "그렇게 공부만 시킨다면 학생들 자살만 늘어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지금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라고 하던데."
강유리 "그 말하는 사람들은 학생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이유진 "한 시의원(정연희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 한나라당)은 '학생들이 공부하다 죽었다는 말은 못 들었다'고 하죠? 그런데 공부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소년들은 많지 않나요?"
김규리 "오히려 빠지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영어몰입교육]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를 영어로 하면?

- 이명박 정부가 취임 초 '영어몰입교육' 등을 공언하는 등 새 정부 들어 영어 관련 교육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에요.
김규리 "영어몰입교육, 그거는 심하게 말해 나라를 팔아먹는 교육 아닌가요?"
이유진 "선생님들도 그런 방식은 싫어하시는 것 같아요."
김규리 "영어 말고 수학·과학·사회 등도 영어로 수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아요."
한예림 "한국어로 수업 진도를 나가도 못 알아듣는데 말이죠."
김규리 "영어가 중요하다, 중요하다 하니까 앞뒤 안보고 밀어붙이려 하는 것 아닌가요?"
한예림 "학과 수업도, 영어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놓치는 꼴이 될 거예요. 영어 단어책 보다가 진도 다 나가겠다."
김규리 "실제 그렇게 영어로 다 배운다고 해도, 우리가 한국에 살면서 만날 영어만 쓰고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가 미국도 아니고, 모든 사람의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도 아닌데 천편일률적으로 몰입교육을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한예림 "정말 이러다가 국어 고전을 영어로 풀이하게 되는 상황이 오는 건 아닐까요?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 문구 영어로 설명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수준별이동수업] "영어·수학은 어쩔 수 없지만 확대하면 문제"

- 교육감 후보 간에는 수준별 이동수업에 대한 입장차도 드러나고 있어요. 학교에서 수준별 학습을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이유진 "영어하고 수학만 4개 반(ABCD)으로 나눠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하고 있어요. 성적으로 나누는 것은 싫은데 지금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해요."
김규리 "선생님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심한 편견이 생기기도 하죠. 얘는 D반이라 못하는 애고, A반이니까 잘한다. 이렇게 단순화 시키는 결과가 나오는 거죠."
이유진 "D반 친구들은 자신이 D반이라고 말을 잘 못해요. 그냥 '낮은 반'이라고만 말하며 얼버무리곤 하죠."
김규리 "실제로 소위 '낮은 반' 친구들은 반을 말하길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죠. 쟤는 A인데 나는 D인가. 이런 거죠."   
한예림 "알게 모르게 낮은 반 친구들을 무시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죠."
김규리 "나보다 낮은 반이니까 당연히 공부를 못하겠지 하고 단정짓게 되는 거죠."    

- 지금보다 수준별 이동학습을 확대하는 것이 좋을까요?
강유리 "이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과해요. 대학가기 위해 영어·수학이 중요한 만큼 이 정도는 허락할 수 있어도 나머지 과목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봐요."
김규리 "축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여기서 더 이상 강화할 필요성은 없다고 봐요."  

- 반대로 수준별 이동수업을 축소한다면 좋을 것 같나요?
한예림 "저는 지금 우리 학교에서 하는 정도가 좋다고 봐요. '영·수'에 국한하는 정도로" 
김규리 "그것은 생각을 안 해봤어요. 중학교 때부터 항상 나뉘어서 수업 받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서 말이죠." 
한예림 "맞아, 그 때부터 갈라서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막상 수준별 학습을 없애고 섞여서 수업을 받는다고 하면 많이 어색할 것 같아요."
이유진 "저는 중학교 때 수준별 학습을 안 했는데 당시에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래도 조금은 정리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공부만을 놓고 볼 때는 아무래도 지금처럼 주요 과목을 나뉘어서 하는 게 더 수월하긴 한 것 같네요."   

[학교자율화] "친구들과 학교에서 모른 척 할 수도 있어요"

- '학교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조치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예림 "지금과 같은 입시경쟁 속에서는 성급한 조치란 생각이 들어요. 여기는 '대학 잘 보내는 학교', 여기는 '못 보내는 학교' 이런 인식만 쌓이게 되지 않을 까요?"
이유진 "우리보다 학교에서 더 안달이 날 거예요. 지금도 학교는 어떻게 해서든 좋은 대학에만 보내려고 난리를 치는데, 만약 자유롭게 경쟁하게 한다면 학생들에게 더욱 공부만 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요?"
김규리 "결국 실질적으로 평준화를 무너뜨리는 결과가 되지는 않을까요? 학교 간, 지역 간 격차도 더 벌어질 거고요."
한예림 "그렇게 공부를 시켜서라도 대학에만 잘 보낸다면 학생들은 결국 그 학교에 갈 거예요."   
이유진 "학교에서는 대학에만 잘 보내면 학교의 평판이 좋아지니, 0교시나 보충수업 등을 확대해서라도 공부를 시킬 거고요."
강유리 "학교끼리의 경쟁이 심해지면 결국 우리들이 힘들어지는 게 아닌가요? 공부 안 시켜서 성적이 안 나와 타 학교와의 경쟁에서 밀리면, 학생들을 지금보다 더 학교에 잡아둘 것이니까 말이죠."  
이유진 "학교에서 서로 얼굴도 편하게 못 쳐다보는 사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도 공책 빌려달라고 하면 꺼리는 아이들이 많은데…. 학교에서 아예 모른 척 하며 지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규리 "사교육비도 더 늘 것 같아요. 경쟁이 더 심해지면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학교 공부로 만족할 순 없을 거고, 자연히 사교육 현장을 찾겠죠."
강유리 "지금도 경쟁이 심한데, 여기서 더 심해지면 아이들이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니 불안해질 거고, 그렇다면 첫번째로 찾는 것이 학원이나 과외일 거고…."

[전교조] "진보적인 사상을 가지면 왜 나쁜 건가요?"

- 혹시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요?
일동 "예. 조금요."
이유진 "그런데 어른들이나 언론에서 말하듯 그렇게 나쁜 짓을 하는 분들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 전교조가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커다란 쟁점이 되고 있어요. 전교조에 아이들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후보들도 대부분이고요. 이런 선거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이유진 "글쎄요. 그냥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진보적인 사상을 가졌다는 것이 과연 죄일까. 색깔로 몰아붙이는 모습은 달가워 보이지 않네요."
김규리 "언론에서는 다 나쁘다고 하는 것 같은데 정작 우리는 왜 나쁜지 잘 모르겠어요." 
이유진 "전에는 청소년들의 '촛불집회' 참여도 전교조가 배후조종을 했다는 소리가 있었죠? 그런데 사실 우리는 전교조가 어떤 곳인지도 자세히 모르는데 말이죠."
김규리 "처음부터 편견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는 모습은 별로 보기가 좋지 않네요." 

- '배후조종' 당한 촛불 집회는 참석했나요?
이유진 "저는 자주 갔죠."
한예림 "전 정말 가고 싶었는데 못 갔어요. 엄마가 절대로 못 가게 했기 때문이죠. 인터넷을 통해서는 자주 봤어요."
김규리 "주변에는 있어봤는데 실제로 참여해 본 적은 없네요."  
김유리 "저도 가보진 않았어요."

 지난 5월 14일 저녁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휴대폰 화상통화를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저녁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휴대폰 화상통화를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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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안전] "이제 개학하면 미국쇠고기 먹게 될까요?"

- 촛불 집회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오게 됐어요. 급식에 대한 불안감은 없어요?
김규리 "당연히 불안하죠. 뉴스에서 미 쇠고기 잘 팔린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이 터져요. 점점 우리에게도 가까워지는 거잖아요." 
이유진 "어떻게 사실을 알고도 살까요? 처음이랑 협상 내용이 변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학교 급식에서는 정말 안전하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이제 개학하면 먹을지도 모르겠네요."

- 학교 급식 운영도 직영이냐 위탁이냐를 두고 논란이 커요.  
일동 "믿을만한 곳에서 운영해 줬으면 해요."
이유진 "학생들 안전을 처음으로 고려한 급식 운영을 하길 바랄 뿐이죠."

[특목고] "대학보장, 인생보장... 갈 수만 있으면 갔겠죠"

- 학생들은 특목고(외국어고·과학고 등)에 가고 싶었어요?
김규리 "갈 수만 있었으면 갔을 거예요."
한예림 "저도요."
이유진 "전 못 갈 거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웃음)." 

- 왜 특목고에 가고 싶었어요?
김규리 "'대학 보장, 인생 보장' 이런 이미지가 강했어요. 특목고에는 잘사는 애들도 많고, 공부 환경도 좋으니까요." 
강유리 "실력만 된다면 가고 싶었죠. 가면 공부하는 분위기고, 대학도 잘 들어가고" 
김규리 "가만히 보면 우리도 '빡세게' 공부 시키는 거 싫다면서 공부는 또 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어. 우리가 말하고도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많네요."
이유진 "어떻게든 대학은 가야겠다는 생각이 만연하고, 특목고 가는 것도 어찌 보면 그런 거죠."
한예림 "'안 하면 안 된다'는 관념이 강하게 박혀있죠. 놀고 있을 때도 그야말로 '덜덜덜'이죠."
강유리 "고2쯤 되니까 '이 시간 쯤 친구 지은이는 뭐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또 공부를 하고 있겠지, 나도 해야겠다, 이런 거죠."

- 특수 목적보다는 명문대를 진학하기 위해 특목고를 간다는 소리네요?
김규리 "특목고는 전 과목 공부를 다 잘하는 애가 진학해요. 외고라고 해서 영어시험만 보는 것도 아니고, 과학은 잘하는데 영어를 못해서 과학고에 떨어진 애도 있죠." 
이유진 "중학교 때 전 과목 내신이 좋아야 특목고에 가요. 국영수 뿐 아니라 예체능 과목도 전교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애들이 가죠."  
한예림 "특수 목적이라기보다 대학을 잘 보내는 학교라는 인식이 강하죠."

- 새로운 교육감이 특목고를 원래 목적대로 되돌려 놓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한예림 "그런데 이것은 특목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특목고를 어떤 방식으로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이유진 "대학 잘 보내는 기관으로 진작부터 변해 있는 만큼, 교육감이 바로잡는다고 해서 바로잡힐 것 같지 않네요. 특목고 꼴찌가 우리학교 1등보다 잘하는 상황이잖아요."
강유리 "특목고를 안 다녀서 잘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현 입시구조상 쉽게 바뀌기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학생인권] "머리 길면 공부 안한다고요? 자르면 더 신경쓰여요"

- 두발 자율화, 체벌 등 학생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하나요?
이유진 "얼마 전 초등학교 학생이 선생님한테 무자비하게 맞는 동영상이 화제였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조폭도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체벌 자체를 반대하진 않아요. 그래도 정도껏 선을 지켜야지 막무가내로 학생을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두발도 염색이나 파마까지는 아니더라도 학생들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변했으면 좋겠어요"
한예림 "머리나 몸에 지나치게 치렁치렁 매달고 다니는 것만 빼면 이제는 치장과 관련된 규제는 풀어줘도 될 때가 아닐까요? "  
이유진 "솔직히 머리를 발끝까지 기르는 것도 아니고, 규제를 안 하더라도 적당히 알아서 할 텐데. 특히 남자애들 보면 걔네가 무슨 죄인지. '까까머리'가 안 어울리는 애들 많은데 말이죠. 머리 길면 공부 안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른들이 잘못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강유리 "자르면 더 신경 쓰이는데."
한예림 "외모에 신경을 써도 공부 잘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단지 어른들이 보기 안 좋다는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공부나 하지 왜 꾸미고 다니냐, 단정해야 공부도 잘한다'란 말은 맞질 않아요."
김규리 "그건 선입견과 편견일 뿐이죠." 

"우리가 직접, 우리 편에 설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나요?"

- 교육감 선거는 여러분들을 위해 일할 사람들 뽑는 건데 학생들은 투표권이 없어요.
한예림 "왜 어른만 참여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요. 배우는 것은 우린데." 
이유진 "이번에도 어른들이 하고 싶은 데로만 가게 되는 건 아닐까요?"
한예림 "투표권을 학생들에게도 줘야 한다고 봐요. 중학생까지는 몰라도 고등학생까지는. 아무리 생각 없는 청소년이라도 입시와 교육에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사람들이죠. 우리가 직접 정책을 확인하고, 우리 편에 설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맞지 않을까요?  
김규리 "부모는 물론, 우리 학생들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맞는 것 같아요. 교육감은 결국 학생들 잘 되라고 선출하는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 의사를 존중해야 하잖아요."
강유리 "솔직히 입시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잘 모르는 어른들이 더 많잖아요. 우리가 관심도 더 많고요." 
이유진 "교육감이 어떤 정책을 펴고, 그것이 직접 우리에게 온다고 생각하면 누구보다도 학생들이 더 심사숙고해서 투표에 임할 것 같아요. 어떤 후보가 무슨 공약을 앞세워, 교육과 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우리들도 함께 고민토록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 집회 때 10대 청소년들이 '우리는 뽑지도 않았는데 왜 고생을 해야 하나'고 외쳤잖아요. 그런 결과가 교육감 선거에도 나올 수 있을까요?
이유진 "맞아. 우리가 뽑지도 않았는데 0교시 수업을 해야 하면 어쩌죠?"
한예림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잖아요. 사실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더 잘 아는 부분이 많고, 어른들이 학교 다닐 때랑 지금은 시대도 많이 지났잖아요. 그런데 우리 의사 없이 뽑힌 교육감이 맞지 않는 정책을 편다면 많이 속상하겠죠."

- 어떤 자질을 가진 교육감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나요?
이유진 "학생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요. 안 그래도 경쟁 속에 힘든 우리들인데 단순히 성적으로만 나누려하는 모습의 교육감은 원치 않아요."  
김규리 "저도 경쟁보다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어울림을 강조하는 분이면 좋겠어요. 경쟁은 지금도 너무나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고 희망을 주는 교육환경을 조금씩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한예림 "부산 예산 전체가 서울시 교육을 위해 들어가는 예산과 비슷하다고 하죠. 이런 많은 예산을 헛되이 쓰지 말고 효율적으로 잘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또한 주입식 암기 교육이 아니라 창의적 교육, 답이 딱딱 떨어지는 교육이 아니라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하는 교육을 받게 해줬으면 하네요. 경쟁을 더 이상 부추기는 정책은 지양했으면 해요. 우린 이미 너무 찌들어 있잖아요."
강유리 "학생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경쟁을 하면서도 따뜻한 어울림을 강조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새로 선출된 교육감이 하지 말았으면 하는 정책과, 꼭 해줬으면 하는 정책을 하나씩 꼽는다면?
이유진 "하지 말아야 할 것은 0교시 등 보충수업 확대실시요. 그리고 실시했으면 하는 것은 단지 아이들 숨 좀 쉬게 해 줬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경쟁 경쟁만 외치는 정책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지금보다 심해지면 정말로 힘들어질 것 같아요." 
이규리 "전자는 학생들 자율 억압, 예컨대 두발규제나 0교시, 보충수업 강요 등이죠. 후자는 학생들이 돈 안 들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요. 정부재정을 바탕으로 청소년에 대한 투자와 혜택을 많이 늘려주시길 바랍니다." 
전예림 "전자는 교육 예산 낭비고, 후자는 대학입시구조를 수많은 전형으로 다양화하는 거요. 수능 하나, 점수 한 점을 가지고 줄 세우는 정책이 아니라 학생의 숨은 능력을 찾을 수 있는 입시 제도를 마련해주길 바랍니다."     
김유리 "전자는 영어몰입교육이요. 한글은 매우 우수한 언어고, 오히려 한글을 지금보다 더 소중히 여겨도 모자란데 무조건 영어에만 치중하자는 교육은 안했으면 하네요. 그리고 후자는 사교육비 절감입니다." 


#서울시 교육감#방담#여고생#청소년#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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