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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원내대표단과 새벽 6시까지 감자탕 집에서 술 한잔 하면서 '이렇게 어이없는 일이 있을 수가 있느냐'고 (자책)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1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다.

 

임 의장이 말한 '그 날'이란 지난 12일 새벽이다. 한나라당은 당시 국회 예결특위에서 사·보임(국회 상임위나 특위 위원을 교체하는 절차)이 미처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추경안을 통과시켰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어처구니 없는 자살골"이란 비판이 터져 나온다. 민주당도 "헛발질을 했으니 값을 치러야 한다"(정세균 대표)고 벼르고 있다.

 

임 의장은 간담회 후엔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11일 밤부터 12일 새벽까지의 막후를 소개하기도 했다.

 

"사·보임 절차, 실무진 실수... 이한구 위원장 책임 없어"

 

임 의장은 당시 사·보임 절차와 관련해 "실무진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임 의장은 "원내대표실에서 국회의장실까지 (사·보임 요청) 서류절차는 전달이 된 걸로 확인됐다"며 "문제는 예결위 행정실에서 (의장실의) 사·보임 승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위원장에게 '정족수가 됐다'고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의장은 "(민주당에서는 이한구 예결특위 위원장의 사임을 요구하지만) 그러니 이 위원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에게는 섭섭한 마음을 털어놨다. 임 의장은 "예결특위 회의가 해산된 이후 홍준표 원내대표가 김 의장을 5~6번 찾아가 (직권상정을) 설득했다"며 "그런데도 끝내 본회의를 안 열어주더라"고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상임위 절차가 끝난 법안이 3~4개 더 있었는데, 의장이 본회의를 열어 이것들만 처리한 뒤 '추경안은 이런저런 절차상 흠결이 있으니 처리할 수 없다'고만 밝혔어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임 의장은 "당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판례상 이런 행정적 문제가 있을 경우라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면 문제 삼기 어렵다는 의견을 줬다"고 소개하면서 "당일 새벽까지 본회의가 열리기를 기다렸던 선진당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단의 책임을 추궁하며 사퇴를 강하게 촉구하는 의원들을 향해서는 "그 의원을 원내대표단 시키면 되겠다"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홍준표 최선 다해... 사퇴하더라도 공백 없어야"

 

민주당을 배제하면서까지 추경안을 밀어붙이려 한 배경도 설명했다. 임 의장은 "야당이면 모르겠지만, 여당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국민에게 할 말이 없다"며 "택시업계 등에도 '추경안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다리라'면서 간신히 설득해 오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이상 처리를 미룰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임 의장은 홍준표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임 의장은 "당일 새벽 예결특위가 산회된 뒤 홍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실과 선진당을 5~6번이나 오가며 양쪽을 설득했다"며 "할 만큼 했는데도 처리가 무산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의총에서 그렇게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사퇴의사를 밝힌 홍 원내대표와 거취를 함께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임 의장은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면 대표단이 다 사의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사퇴를 하더라도 (원내사령탑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해놓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안 처리는 해놓고 사퇴할 것"

 

임 의장은 퇴진을 하더라도 추경안 처리만큼은 마무리 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임 의장은 "개인적으로 '선 추경 처리 후 사태 수습'이라고 본다"며 "홍 원내대표에게도 '(사퇴하더라도) 추경안은 우리가 처리하고 보자'고 문자 메시지를 남겨놨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난 11일 추경협상 막판에 제안했던 2조8천억원 증액안에 대해서는 "그쪽에서 합의를 요청한 안이고 우리 편에서 보면 합의를 거절한 안"이라며 "적어도 이번 추경에서는 그 부분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임 의장은 추경안 처리가 쉽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그는 "예결특위를 다시 소집하면, 이번에는 민주당이 몸으로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임태희#추경안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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