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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새로운 정치적 실험인 '민주주의 2.0'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2주일을 넘어간다.

 

민주주의 2.0은 지난 9월 18일 문을 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마다하고 인터넷상에서 토론의 장을 만들겠다며 일부 비판적 시각을 무릎쓰고 강행했던 것.

 

노 전 대통령측은 '민주주의 2.0'(www.democracy2.kr)에 대해 "참여민주주의와 토론문화 발전을 위한 사이트"라고 밝히면서 노 전 대통령도 '노공이산'이라는 아이디로 20여건의 글을 올리면서 발언수위를 높여 왔었다.

 

'민주주의 2.0' 방문자수는 늘고 있는가?

 

노 전 대통령 자신이 '민주주의 2.0'의 문을 열면서 올린 "'자유로운 대화, 깊이있는 대화'를 기대하며"라는 글에서 강조했듯. 자유롭게 대화하되 깊이있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시민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방문자수와 그 충성도다.

 

노 전 대통령의 말마따나 "그 원동력은 시민 참여"이기에 방문자수가 얼마만큼이나 되는가가 민주주의 2.0 성패 여부를 점쳐 볼 수 있는 하나의 잣대일 것 같다.

 

지난 2주 동안 민주주의 2.0에 접속한 방문자수는 첫 주를 고비로 서서히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된다. 웹사이트 평가기관인 '랭키닷컴'의 자료에 따르면 민주주의 2.0은 9월 18일 서비스를 개시한 날 순방문자 20만6961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후 지난 2주 동안 지속적으로 방문자수가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웹사이트 방문자수가 가장 적은 숫자를 기록하는 일요일을 시계열로 비교해 보아도 이 같은 경향은 뚜렷하다.

 

서비스를 개시한 직후인 9월 22일과 일주일이 경과한 9월 28일 두 시점의 순방문자수를 비교해보면 9월 22일에는 9만8812명이 9월 28일에는 1만9290명만이 방문해 개설 직후 꾸준히 방문자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 2.0에 대한 또 다른 방문자 수 등의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다음>의 민주주의 2.0 사이트 지표 분석에서 지난주(9월 22~ 9월 28일) 순 방문자수는 15만9451명에 그쳤다. 하지만 민주주의 2.0은 비슷한 유형의 웹사이트인 정치웹진을 가볍게 누르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정치적 토론의 장을 제공해 왔던 정치 웹사이트 가운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서프라이즈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다음>의 사이트 지표분석에서 같은 기간 서프라이즈의 순 방문자 수는 9만1150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랭키닷컴 순위에서도 민주주의 2.0은 2주째인 9월 3주에는 하루 평균 8만5천명의 방문자수와 분야 점유율 34.4%를 기록하며 랭키닷컴의 정치웹진/정치포럼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

 

민주주의 2.0이 나름대로는 가능성을 엿보였다고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공식홈페이지인 노하우(www.knowhow.or.kr)의 경우에서와 같이 반짝 인기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지난 2월 퇴임 직후 오픈했던 노 전 대통령의 공식홈페이지인 노하우도 오픈 직후인 2월 4주 하루 평균 12만여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했지만, 최근 들어 하루 평균 4~5만명의 방문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에 비추어 노 전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은 새로운 정치실험인 민주주의 2.0의 앞날도 그리 순탄 하지만은 않을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웹진의 몰락과 민주주의 2.0

 

지난 1999년 천리안 동호회를 시작으로 문을 연 인터넷 정치참여와 토론 문화는 그동안 엄청나게 발달한 인터넷 문화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초창기 온라인상에서 토론의 장이었던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에서 운영진들의 노선에 반발하고 나온 누리꾼들이 만들었던 '동프라이즈(현재 폴리티즌)'는 5년이 흐른 지금 제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다. 동프라이즈는 새로 만든 직후에는 서프라이즈를 누르고 정치웹진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동프라이즈에서 분화되어 나갔던 '남프라이즈'는 지난 수개월째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이 같은 사정은 여타 대동소이한 토론 공간을 제공했던 '중프라이즈'나 '진보누리', '신데렐라' 등의 토론 사이트도 비슷하다. 인터넷의 활성화와 함께 우리 국민 특유의 정치적 열성에 힘입어 무수하게 생겨났던 정치 웹진의 현재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훈은 민주주의 2.0에도 그 예외는 아닐 것 같다. 인터넷에서는 즉흥적인 즐거움만 추구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 다수 누리꾼들의 이용 행태를 극복할 것인가에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2.0 이 과연 노 전 대통령이나 운영자들의 바람처럼 다수에 의해, 그리고 폭넓고 깊이 있는 토론이 이루어질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아젠다가 토론의 장에 올라가고 이를 참여자들의 활발한 토론에 힘입어 정교하게 다듬는다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그 이상 바람직한 모델은 없을 듯하다.

 

그 같은 취지에 공감한다고 해도 문제는 현재의 민주주의 2.0 사이트의 분위기가 너무나 무겁게 여겨진다는 점이다. 젊은 누리꾼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재미없는 콘텐츠로만 채워져 있는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주 동안 자유마당에 올라온 글은 통 털어 2300개에 그치고 있다. 민주주의 2.0 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토론마당에 조차 고작 190개의 글이 전부이다.

 

노 전 대통령이 '노공이산' 아이디로 올린 '부동산 보유세 논쟁의 역사를 모아 봅시다'는 글에도 조회수는 2만4336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그것도 이 글은 방문자들 눈에 가장 잘띄이는 민주주의 2.0 사이트의 메인면에 1주일째 노출되어 있는 글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2.0이 노 전 대통령의 바람대로 새로운 토론문화의 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누리꾼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성장아이템이 절실히 필요할 듯하다.

 

젊은 누리꾼들의 참여 없는 민주주의 2.0은 한물간 정치인들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풋내기 정치꾼들의 놀이터로 남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2.0#노무현#노공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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