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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KBS 1TV '퀴즈 대한민국'에서 제37대 퀴즈영웅이 탄생했다. 그 영예의 주인공은 바로 서울대 서양화과에 재학 중인 홍지혜(24)씨.

 

"운 좋게 퀴즈 영웅까지 한 번에 간다"던 홍지혜씨는 차분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며 압도적인 점수로 최종 라운드에 섰다. 그리고 그녀는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마지막 문제를 맞히며 총상금 4300만원을 획득했다.

 

방송에서 해박한 상식뿐만 아니라 숨겨둔 끼까지 마음껏 발산한 지혜씨. 14일 만난 그녀는 평범하지만 열정만큼은 남다른 대학생이었다.

 

"방송 끝난 날,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지혜씨는 가장 먼저 출연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신중하게 정답을 맞추는 그녀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그녀는 잔뜩 긴장했다며 그때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연극도 했고 단편영화도 두세 번 찍어봐서 카메라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은 다르더군요. 연극과 영화는 짜여진 대본이 있는데, 방송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험을 봐야 해서 매우 떨렸죠. 방송 끝나고 나온 그 날은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긴장했는데도 노래를 잘 불렀다고 하자 "무슨 소리냐"며 환하게 웃는 그녀.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퀴즈에 대한 애정과 풍부한 상식 덕분이었다.

 

지혜씨는 어릴 적부터 퀴즈에 관심이 많았다. 공부를 좋아했던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 장학퀴즈에 나오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자신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약 2주 전, 그녀는 TV 자막에 뜬 KBS 지역 예심 공고를 보고 선뜻 도전하게 되었다.

 

"예심을 보면 6개월 후 방송에 나온다는 글을 인터넷으로 읽었어요. 그래서 지금 쯤 봐야 졸업할 때쯤 돼서 하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일주일 후에 촬영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지혜씨는 일주일 동안 학교 수업도 포기한 채 열심히 공부를 했다. 

 

"책도 읽고 신문도 많이 읽었죠. 그런데 책에서 읽은 건 거의 안 나왔어요. 선저우 7호도 그렇고 시사적인 문제가 많이 나왔죠."

 

하지만 지혜씨를 퀴즈 영웅으로 등극시킨 마지막 정답(목성에서 가장 큰 위성 이름...편집자)은, 연극을 했던 그녀의 산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목성의 갈릴레이 위성 4개는 알고 있었어요. 그 중에서 어떤 것을 골라내야 하는지가 관건이었죠. 그런데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뜻대로 하세요'의 여주인공이 남장을 하면서 자신을 '게니미드(가니메데)'로 불러달라고 해요. 그 생각이 나서 4개 중 익숙한 이름으로 말했는데, 그게 정답이었어요."

 

"상식책 말고 신문을 보세요"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찍기'가 아니었다. 지혜씨는 독서나 공부를 통해 얻은 지식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잡식'이 많다.

 

"학교보다는 사회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이력서에 낼만한 경력은 없지만, 동아리 활동이나 일 같은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는데 그게 도움이 됐어요. 인터넷으로 기사나 드라마·만화를 보는 것도요."

 

그래서 그녀는 박학다식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상식책보다는 뉴스를 읽을 것을 권한다.

 

"상식책은 재미가 없잖아요. 저는 TV 볼 시간이 없어서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를 읽어요. 단시간에 준비해야 한다면 책 읽는 게 더 낫겠지만, 1~2년 정도 시간이 있다면 뉴스를 보는 것이 지식을 훨씬 깊고도 풍부하게 쌓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지혜씨는 졸업학기를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대학 생활은 학업으로 바쁠 4학년답지 않게 왕성하다. 그녀는 그동안 연극, 단편 영화에 참여하기도 하고, 벽화나 웹디자인 작업도 했다. 지금은 교내 스노보드 부주장을 맡고 있단다.

 

그녀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그녀는 친구와 함께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쇼핑몰 '왓위민원트'(http://www.w-w-w.co.kr)를 열었다. 그녀에게는 친구와 이루고픈 더 큰 꿈이 있다.

 

"나중에 저는 미술하고 친구는 음악과 음식을 담당해서 복합문화카페를 만들 거예요. 쇼핑몰 주인이 꿈은 아니지만 최종 꿈을 이루기 위한 단계로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지혜씨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하지만 그녀에게서는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의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활동 끝에 남는 것은 열정과 열의예요. 돈만 많이 드는 활동보다는 이런 것들이 훨씬 값지고 재미있어요." 

 

"아트디렉터로 한국 사람들 뒷바라지하고 싶어요"

 

지혜씨의 장래 희망은 아트디렉터이다. 고등학교 시절엔 이과였다는 그녀는 예술 분야 중에서도 이성적이면서 감성적 사고가 필요한 미술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자 졸업 후 외국으로 유학을 갈 예정이란다.

 

"약 3년 전 유학을 결심했어요. 외국의 큰 세상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많이 배워야 하고, 그것을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한국 예술이 발전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죠."

 

그녀는 덧붙여 한국 사람들을 뒷바라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라가 좀 더 부강하기 위해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데,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일을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미술학도들이 많은데 국내 미술 시장이 워낙 좁다보니 크게 성장하지 못해요. 그래서 제가 아트디렉터로서 미술학도들을 뒷바라지 하겠다고 한 거죠."

 

꿈에 대한 각오가 단단한 지혜씨는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학업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대학교 들어가서 공부 열심히 하다가, 바로 졸업했는데 꿈이 없는 학생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저는 대학생들에게 외부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지혜씨는 방송에 출연한 이후 유명인사가 되었다. 방송으로 유학금도 벌었고 인터넷 쇼핑몰도 활기를 띠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혜씨가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녀를 퀴즈 영웅으로, 남다른 대학생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10년 후면 꿈을 이뤄 받은 만큼 사회에 보답하고 싶다는 지혜씨. 장래 그녀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해본다.


#퀴즈 대한민국#퀴즈 영웅#홍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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