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주걷기여행 저자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독자들이 말미오름을 걷고 있다. 출판사 북하우스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고 예스24가 후원한 제주올레길 걷기 행사가 지난 11월 3~4일 이틀동안 열렸다.
 제주걷기여행 저자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독자들이 말미오름을 걷고 있다. 출판사 북하우스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고 예스24가 후원한 제주올레길 걷기 행사가 지난 11월 3~4일 이틀동안 열렸다.
ⓒ 조경국

관련사진보기


제주올레 1코스는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 있는 시흥초등학교 근처에서 시작된다. 시흥초등학교 앞에는 제주올레 코스가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그 곳에서 시작된 올레는 말미오름을 지나고 알오름을 거쳐 종달리로 이어진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방목하는 소가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문이 있다. 문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엉성하지만 소가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니, '문'이라고 불러야 하겠지. 거기에는 '소 방목 중 문단속 부탁합니다'는 주인의 당부가 아주 작게 쓰여 있다.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그 문을 지나서 길은 이어진다. 소가 방목 중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건 소뿐만이 아니다.

"어어, 똥 밟았다!"

올레를 걷는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런, 이 길에는 방목 중인 소가 남긴 흔적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것이다.

 올레길 도중에 만난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소 뿐 아니라 말이나 꿩등 동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올레길 도중에 만난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소 뿐 아니라 말이나 꿩등 동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조경국

관련사진보기


 제주올레길에는 항상 들꽃 메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제주올레길에는 항상 들꽃 메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 조경국

관련사진보기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제주올레 1코스 길을 처음 낸 것은 지난 2007년. 그 길이 이어지고 이어져 10코스까지 길이 열렸다. 얼추 140㎞가 넘는다고 했다. 이 길을 '간세다리(천천히)'로 걸으면 9박10일 정도가 걸린단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을 끼고 펼쳐지는 길은 걷기 좋은 길이다.

서 이사장은 길만 만든 것이 아니라 그 길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바로 <제주걷기여행>(북하우스 펴냄)이다. '놀멍(놀면서) 쉬멍(쉬면서) 걸으멍(걷는)' 제주 올레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 반응이 아주 뜨겁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눈앞에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 길과 함께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러면서 퍼뜩 드는 생각은 이 길, 꼭 걸으리라.

그래서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걷기에 나섰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제주올레길... 올레꾼의 80% 이상은 여성

 제주걷기여행의 저자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제주걷기여행의 저자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 조경국

관련사진보기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제주올레를 만들고, 제주올레를 소개하는 책을 펴낸 서명숙 이사장이 독자들과 함께 걷는 길에 끼어들어 함께 걸었던 것이다. 서 이사장과 독자들이 올레를 걷는 행사는 '예스24'와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독자들은 15명으로 전부 여성이다. 서 이사장의 말에 따르면 제주는 여성의 기가 센 곳이란다. 그래서인지 제주올레를 걷는 올레꾼의 80% 이상이 여성이라고. 이는 제주올레가 여성들이 혼자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올레를 걸으면서 일주일째 혼자 올레를 걷는 젊은 여성 서아무개씨를 만날 수 있었다. 서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도보여행을 한다면서 제주도는 네번째로 찾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서 이사장이 독자와 함께 걸은 길은 제주 올레 1코스 일부와 3코스. 1코스는 경사가 완만한 두 개의 오름을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3코스는 제주의 바다를 흠씬 느끼면서 걸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으로 제주 올레의 맛을 충분히 봤다고 할 수는 없다. 서 이사장은 "제주 올레의 맛만 본 것"이라며 시간을 더 내서 "간세다리로 제주올레를 걸어보라"고 권했다. 제주 올레는 삶에 찌든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영혼의 쉼터라는 것이다.

꼭 한꺼번에 1코스에서 10코스까지 전 구간을 다 걸을 필요는 없고, 2박3일이든 3박4일이든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제주올레를 즐기라는 것이 서 이사장의 말이다. 제주 올레는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므로.

서 이사장은 11월부터 12월 사이가 제주올레를 걷기 아주 좋은 계절이라고 귀띔했다. 제주의 계절은 육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제주에는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았다. 햇볕은 따스했고, 오름에는 들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고, 억새는 무리지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정말 걷기 좋은 계절이 아닐 수 없다.

10코스까지 이어진 제주올레는 11월 30일에 11코스가 열린다. 길은 길게 이어질수록 좋다. 그만큼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중독이 되고, 그래서 걷기 좋은 길을 찾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제주올레 걷기를 추천한다. 아니, 주말이 아니라도 좋다. 언제라도 시간이 날 때면 제주올레를 꼭 걸어보시라. 혼자 걸어도 좋고, 둘이 걸어도 좋고, 여럿이 걸어도 좋다.

 아이들과 함께 참가한 제주걷기여행 참가자. 제주올레길은 가족들과 걷기에도 부담없는 도보여행지다.
 아이들과 함께 참가한 제주걷기여행 참가자. 제주올레길은 가족들과 걷기에도 부담없는 도보여행지다.
ⓒ 조경국

관련사진보기


 잎이 새파랗게 자란 당근밭 돌담길을 따라 걷고 있는 제주걷기여행 참가자들.
 잎이 새파랗게 자란 당근밭 돌담길을 따라 걷고 있는 제주걷기여행 참가자들.
ⓒ 조경국

관련사진보기


[책 소개] 서명숙의 <제주걷기여행>은 어떤 책?
ⓒ 북하우스

관련사진보기

서명숙 이사장은 잘 알려진 대로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었다. 당연히 같이 근무했다.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산티아고로 떠난다고 했다.

산티아고로 떠나기 전에 광화문에서 잠깐 만난 서 이사장은 배낭을 메고 걷는 연습 중이라고 했다. 산티아고로 떠날 수 있는 자유가 부럽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리고 산티아고로 떠났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간이 흐른 뒤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와 같은 순례자 길을 제주도에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생각이고 좋은 시도라고 감탄했지만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제주올레는 큰 성공을 거뒀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을 터. 말하기는 쉽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그보다 몇 배나 더 어렵지 않나. 도보여행을 즐기는 마니아들은 스페인의 산티아고에 꼭 가기를 소망한다.

그런 마니아들에게 꼭 걸어야 하는 길이 하나 더 추가되었으니 바로 '제주올레'다. 물론 도보 마니아만 제주올레에 열광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올레를 걷기를 소망하고 있으니까.

<제주걷기여행>은 서 이사장의 도보 편력이 담긴 책이다. 제주올레를 만들게 된 동기와 만들면서 겪었던 일들, 산티아고 여행이야기 그리고 제주도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서 이사장은 이 책을 통해 마음속에 간직한 속내도 간간이 털어놓으며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지만 책을 읽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제주걷기여행>을 읽으면서 마음으로 제주올레를 걷고, 이 가을이 끝나기 전에 제주올레를 걸으러 떠난다면 세상에서 더 부러울 것이 없지 않을까?


[관련기사]
☞ 오바마 당선된 날, 그는 울어버렸다
☞ "사장님" 된 나, 전기요금 반토막 냈다
☞ "오럴 해저드" 강만수, 이번엔 "종부세 위헌 예상" 발언
☞ 가을에 걷기 좋은 길, 제주 올레


#제주올레#도보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