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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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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응, 그냥 그렇지 뭐. 요즘 이력서랑 자소서(자기소개서) 쓰느라고 정신없이 보내고 있어."

4학년이라는 이유로 수업도 잘 나오지 않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최근 근황을 물어보니 '역시나'였다. 이곳저곳 원서를 넣느라 바쁘게 지낸다고 한다. 지난 학기에는 토익학원에 다니며 최소한의 스펙(학점, 영어점수, 자격증 등 취업준비생이 갖춰야할 조건들을 일컫는 말)을 만들기 위해 애썼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력서를 넣을 정도면 어느 정도 점수는 만든 모양이다.

"토익은 어떻게 좀 나와? 그래도 이력서 넣을 정도면 꽤 되나 보네?"
"그냥 그렇지 뭐…한 800 정도.? 기본이라고 볼 수 있지. 그래도 이정도면 일단 이곳저곳 원서 넣을 정도는 되니까…."
"원서는 몇 군데 정도 넣었는데? 결과는 좀 있어?"
"우선 한 10~20곳 정도 넣었어. 아직 결과는…. 이렇다 할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학연수 경험도 없고, 쉽게 될 거 같지는 않아. 그래도 졸업하기 전까지는 돼야 할 텐데…. 일단 하나만 걸리길 바라고 있어!" 

'서류상으로' 특별히 내세울게 없는 친구는 일단 서류전형만 통과하면 자신이 있다고 한다. 적어도 면접에 들어가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 심사위원이나 면접관들도 자신의 능력과 비전을 알아 봐 줄 것이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전북에 원서 넣으라고? 너 장난해?"

전북 경제나 기업의 열악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나였지만, 그래도 취업에 대해 크게 신경 써 본적 없었던 까닭에 '설마 한두 군데 정도는 있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친구는 이른바 지방대를 다니며, 남들 다하는 공무원시험에 한번쯤 유혹을 느껴볼만 했지만 기어이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고집했다. 내심 서울이 아닌 지역에 원서를 넣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친구의 대답은 내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너, 장난해?"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솔직히 전북에는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의 기업이 없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우선은 서울에 지원하고 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친구는 굳이 그 당연하다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역에서 일을 하더라도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 합격을 해 지역으로 내려오거나, 혹은 서울에서 경험을 쌓아야 지역에서도 어느 정도 '먹힌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친구처럼 '최소 800'이라는 토익 점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서울로 올라갈 자격조차 안 되는 내가 친구에게 "지역에 원서를 넣으라"고 말하는 것은 친구 말대로 '장난'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너도 이젠 토익을 좀 해보는 게 어때?"

친구의 권유에 난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응... 근데 난 listening(듣기)이 좀 안돼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취업#토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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