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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없는 시골에 살다 보니 빨갛게 익은 까치밥이 대롱대롱 매달린 감나무 있는 집이 그립습니다. 감나무 하나 없는 산촌시골집. 몇 년째 감나무를 키워보려고 별별 노력을 다해도 겨울이면 얼어 죽어 허전하기 그지없습니다. 더구나 여기서 조금만 시내 쪽으로 가면 담 너머로 홍시가 주렁주렁, 그 빈자리가 더욱 아쉽습니다.

 

 

마늘심기를 마지막으로 올 농사를 끝내고 허리를 펴니 초겨울햇살이 말갛게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더 추어지기 전에 서둘러 풍물장엘 다녀와야 할까 봅니다. 트럭에 시동을 걸고 카스테레오의 스위치를 돌리니 ‘홍시’라는 노래가 추억처럼 흘러나옵니다. 홍시는 그 진솔한 내용과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생생하게 다가와 잃어버린 어머니의 추억을 되살려놓습니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맞을세라

비가 오면 비젖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사랑땜의 울먹일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그리워진다

…..

-나훈아 <홍시>

 

춘천 풍물장에 들러 털신, 장갑, 갈퀴, 삼태기, 부삽, 조선낫, 톱, 강아지 사료, 이면수 한 송이...를 사들고 돌아서려니 뭔가 허전해옵니다. ‘홍시’ 사는 걸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과일가게에 들러 홍시 한 박스와 내친김에 곶감도 몇 꽂이 사 트럭에 싣고 산골로 돌아오는 길. 시골길만큼이나 정겨운 홍시 노래를 흥얼거리며 구불구불한 춘천댐 구빗길을 돌아 나오려니 오늘따라 쪽빛강물이 더욱 새파랗게 내려다보입니다.

 

 

홍시와 어머니, 내 어머니의 젖무덤은 대봉감 홍시만큼이나 불룩했습니다. 젖무덤만 큰 게 아니고 손도 크고 마음도 넉넉했습니다. 감나무에 까치밥을 넉넉히 남겨놓아야 겨울이 따스해오듯, 먹거리는 그게 밥이든, 떡이든, 반찬이든 먹다가 조금은 남아야 속이 편안했습니다. ‘동생들 주게 좀 남겨라.’ ‘손님이 올 지도 모르니 남겼다 주자.’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남긴다는 것은 곧 아끼는 일, 풍요와 여유라는 진리를 깨우쳐 주곤 했습니다. 또한 예비와 준비 희망, 몫을 나눈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음에랴.

 

 

감나무 없는 시골 산촌, 빨갛게 익어 대롱대롱한 까치밥을 떠올리며 그 옛날 어머니처럼 쌀통에다 홍시를 갈무리해놓고, 지붕 밑에 곶감을 빼먹으며 긴긴 겨울밤을 의미 있는 자리로 채워가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카페 '북한강 이야기' 윤희경 수필방, 농촌공사 웰촌 '전원생활' 북집 네오넷코리아, 정보화마을 인빌뉴스에도 함께합니다.

쪽빛 강물이 흐르는 '북한강 이야기'를 방문하면 시골과 농촌을 사랑하는 많은 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홍시#곶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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