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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랐구나.”

  갈색으로 우뚝한 낙우송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도로변에서 자라고 있는 가로수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탄사가 터져 나오게 할 정도의 크기로 자라고 있었다. 초록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으니,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해준다. 나무의 위용에 가슴이 열려지는 것 같은 감동을 맛보게 된다.

 

 

  전라북도 순창에서 전라남도 담양으로 향하는 도로였다. 순창읍에서 강천사로 향하는 도로의 양쪽에 서 있는 낙우송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이제는 폐교가 된 학교의 담장으로 심어진 듯한, 나무가 거목으로 자라서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버리고 있었다. 길이기 길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무는 당당한 모습이었다.

 

  도로 반대편에 서 있는 가로수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벚나무 가로수가 결코 작지 않았다. 그런데 낙우송이 워낙 크게 자라 있어서 자연스럽게 대비가 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왜소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크게 자란 나무만을 보고 반대편의 가로수만을 보게 되면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결코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야를 좀 넓혀서 동시에 가로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부조화를 이루고 있던 도로 양편의 나무들이 사뭇 다르게 보인다. 큰 나무는 큰 나무대로의 장점이 부각되어지고 있고 작은 나무는 작은 나무대로의 장점이 눈에 들어온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크고 작은 나무들이 광각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니, 또 다른 멋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인생을 생각해본다. 살아온 날들을 생각해보니,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유년시절의 모습이며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즐겁게 뛰놀았던 일들이 생생하다. 어디 그뿐인가? 사춘기 시절의 가슴 설레던 일들이 엊그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여학생에게 반하여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전하던 편지의 내용까지 선명하다.

 

 

  약속도 하지 않은 약속 장소에서 가슴 조이면 기다리던 일이 엊그제 일만 같다. 돌아가는 물레방아 소리가 어찌 그리도 크게 났던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얀 반달이 내려다보고 있는 시각에 달덩이 얼굴을 하고서 나타난 여학생과의 해후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그 뒷이야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떨리던 가슴은 지금도 생동감이 넘친다.

 

  대학을 졸업하고 모두가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의 일들도 생생하다. 경제난으로 어려움이 더해지니, 그 때의 일이 더욱 더 생각난다. 위기는 되풀이 되는 것일까? 야망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포효하던 시절이 아직도 가슴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고통 속에서도 세월은 흘러갔고 이순의 나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각각의 기억들은 저마다 독립적이다. 각각의 추억들이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아무런 의미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여서 내 인생이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고도 확실한 현실이다. 커다란 낙우송과 작고 왜소한 가로수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그들은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그 것을 느낄 수 있다. 인생 각각의 기억들이 흩어져 있어 서로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면 살았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나의 일부이며 나의 부분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니, 새로운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의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일들이 갑자기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

  그 것은 분명 발상의 전환이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지만, 발상을 전화하여 바라본다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위기란 또 다른 기회라고 하지 않은가?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생각으로 다른 입장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되면 분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햇빛이 하수구까지 모두 다 비춰주어도 햇빛 자체는 절대로 오염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경제 위기는 언제인가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 사람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 그 누가 대신해서 어려움을 해쳐나가게 해주진 않는다. 우리 스스로 이를 악물고 극복하면 포근한 햇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낙우송이 장관이었다.

덧붙이는 글 | 담양에서 직접 촬영


#낙우송#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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