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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지난 94년,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 구상으로 추진됐으나, 국방부 등의 반대로 무산됐던 사업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이를 사실상 허용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비롯한 일부 보수 인사들도 나서서 이 사업 추진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이 사업에 대한 각계 인사들의 의견과 취재기사를 내보낸다. [편집자말]
 신격호 롯데 회장
 신격호 롯데 회장
ⓒ 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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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제2롯데월드' 신축이 사실상 확정되기까지 롯데는 15년간 드러나게 때로는 드러나지 않게, 집요한 방식으로 추진해왔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본격적으로 시작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에 결국 성공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남은 인생의 꿈이라면 한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2 롯데월드를 완성하는 것(2004년 일본언론 인터뷰)"이라고 했던 숙원사업이었다.

이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 "시장 임기 내 착공하겠다"는 공언했는데 지키지 못하다가 대통령이 된 뒤 결국 롯데의 손을 들어줄 수 있었다.

YS 사돈이 롯데월드 사장이었으나 공군 반대 완강

'제2롯데월드'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5월, 롯데가  송파구청에 건축협의를 요청하면서 공식화됐다. 1988년에 이미 서울시에서 건설부지를 매입했던 롯데는 잠실 롯데월드 맞은편에 높이 376m(108층)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군은 2년 뒤인 1996년 6월, 건물높이를 164.5m로 제한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당시 롯데는 김영삼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었지만 '제2롯데월드' 사업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롯데는 부산·경남권 연고라는 김 대통령과의 공통점 때문에 야당 시절부터 밀접한 관계였고, 김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장인 김웅세씨, 즉 대통령의 사돈이 롯데월드 사장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는 '제2롯데월드' 부지가 비업무용토지냐 아니냐를 놓고 시끄러웠다.

이에 대해서는 롯데월드 사장이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특수성과 부지매입과정에서의 특혜 논란 등을 우려해 일부러 몸조심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1998년 5월에도 송파구청은 공군과 국방부 등의 의견을 반영해 롯데에 143m(36층) 높이로 허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로서는 처음 요구했던 376m(108층)의 절반도 안 되는 것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은 "IMF 외환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기진작 차원에서 건설 필요성은 나왔지만, 직접적인 건설이나 그런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군에서 절대 반대해 검토도 해보지 않고 접었다"고 밝혔다.

노무현 "3만5천개 일자리 탐난다" 검토 지시...공군 '불가'로 뜻 접어

 롯데그룹이 지난 2006년 12월 4일 공개한 제2롯데월드 슈퍼타워 조감도.
 롯데그룹이 지난 2006년 12월 4일 공개한 제2롯데월드 슈퍼타워 조감도.
ⓒ 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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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4년부터 다시 적극적으로 나섰다. 롯데에 따르면, 건설교통부에 기술 검토를 요청했고 건교부가 다시 미 연방항공청에 '제2롯데월드 건축이 서울공항 항공기 이착륙 안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기술 검토를 의뢰한 결과 2004년 1월에 '문제 없다'는 대답을 받은 것이 그 계기였다.

노무현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는 2004년초 노 대통령의 지방행사에서 '제2롯데월드' 건설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한다. 112층 건물을 지으면 3만5천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3만5천개의 일자리가 욕심난다"면서 검토 지시를 내렸으나, 이한호 공군참모총장이 '비행안전과 작전상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자 이를 수용했다.

전직 전투조종사는 "평시의 정상적인 이착륙때는 계기에 의존해서 비행할 수 있으나 전시에는 그렇게 안된다"면서 "기상이 나쁠 때는 육안으로 시계 비행을 해야 하는데 큰 건물이 있으면 엄청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조종사들에게는 상식적인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시에는 활주로 끝까지 가서 최대 엔진 출력을 통해 최대한 직각에 가깝게 뜨는 징크아웃 비행을 해야 하는데 큰 건물이 있으면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MB, 서울시장 때 "임기내 착공" 의지... 대통령된 뒤 사실상 허용 지시

그러나 롯데에게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있었다. 2004년 10월 롯데는 서울시에 건축계획 설계변경을 요청했다. 555m(112층)을 공식화한 것이었다. 공군은 그 이듬해인 2005년 1월 서울시에 '203m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이 시장은 달랐다.

이 시장은 2005년 2월 2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롯데가 잠실 제2롯데월드 부지에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준비된 땅이 있고 자기 자본으로 하겠다는데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뭐 있겠는가"라고 했고, 같은해 9월에 <서울신문>에 "(시장) 임기내에 착공해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도록 초현대식 건물을 짓도록 할 계획"이라고까지 했다.

이 무렵 서울시는 행정부시장 주재로 성남시·롯데·공군 관계자 등을 불러 관련회의를 열기도 했다. 결국 서울시는 그해 6월 22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롯데의 건축계획 설계변경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미 반대 방침을 정하고 있던 국방부는 행정협의조정을 신청했고 2007년 7월에 노무현 정부는 최종적으로 '비행안전 미보장'이라는 이유로 '203m 이하 건설'이라는 방침을 유지했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는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노무현 정부가 불가 방침을 확정한 9개월 뒤인 2008년 4월 28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전경련은 기업의 대표적인 투자애로사항의 사례로 '제2롯데월드' 건설 문제를 꺼냈다. 이상희 국방장관에 따르면, 전경련은 이날 '서울공항 활주로 3도변경-장비·시설 보완'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은 나중에 정부안으로 확정됐다.

<월간조선> 2008년 9월호에 따르면 당시 이상희 국방장관이 공군의 기존 입장을 대변하자, 이 대통령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해 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그런 식이니까 14년 동안 결정이 안난 것 아닙니까, 날짜를 정해놓고 그때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하세요"라고도 했다. 사실상 허용하라는 지시였다.

"김은기 공참총장 '제2롯데월드' 반대해 경질"

 이상희 국방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 등 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희 국방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 등 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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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9월 18일 정부는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검토'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공교롭게도(?) 국방부는 바로 이날 임기가 7개월이나 남은 김은기 공군참모총장 교체 방침을 밝혔다.  곧바로 '제2롯데월드'에 반대했기 때문에 교체됐다는 말이 나왔다. 한 예비역 공군장성은 "김 총장이 '제2롯데월드 문제'로 엄청난 압박을 받았는데, 허용하자는 쪽이었으면 임기를 채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총장은 정부에 대해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민원을 롯데와 국방부가 모두 책임져야 하고, (서울공항에 있는) KA1 경공격기와 (북한 지역 정찰이 주목적인) 백두·금강 정찰기와 관련 시스템, 대통령 1호기를 다른 공항에서 옮겨서 운용하는데 드는 모든 비용을 롯데가 책임진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거부하기 위한 구실로 이런 조건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9월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도  ▲서울공항 이전 ▲동·서편 활주로 10도 방향 변경 ▲동편 활주로 3도 방향 변경-장비·시설 보완▲ 건물 높이를 203m 이하로 건설 등 4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국방부에 따르면 2008년 12월 30일 롯데가 비용 부담을 밝혔고, 바로 다음날 서울시에서 행정안전부에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상정 요청, 이어 7일 뒤인 2009년 1월 7일 국무총리실에서 행정협의를 통해 사실상 신축허용 결정이 내려졌다.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이 대통령에 대해 "서울시장 때부터도 제2롯데월드에 대해서 굉장히 애착을 갖고 있다"고 표현했다.

민주당은 롯데그룹의 '숙원'과 이 대통령의 '애착'의 연결고리로,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인 장경작 롯데그룹 호텔부문 총괄사장을 의심한다. 삼성과 신세계백화점을 거친 그는 1996년 서울웨스틴조선호텔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5년 2월 롯데호텔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됐고, 올해 2월 총괄사장에 올랐다. 

외부인사 영입에 소극적이던 롯데가 이 대통령의 정치적 상승기에 장 사장을 영입했고, 이 대통령이 취임한 때에 총괄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우연이겠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몸 사리는 전직 공군 장성들

"롯데가 비용부담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지난 15년간의 불허방침을 바꿨다"는 이상희 국방장관의 해명에 대해 공군 주변에서는 "비용부담은 필요조건이다, 비용은 두번째 문제이고 작전과 비행 안전이 우선"이라는 말들이 나왔지만, 공개적인 비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2006년 2월 당시 윤광웅 국방장관이 '제2롯데월드' 문제에 대한 브리핑에서 '대재앙' '무한책임' 등의 용어를 쓰면서 반대 입장을 밝히자, 이 문제와 관련해 윤 장관에게 여러 차례 불만을 제기해온 성우회와 재향군인회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던 것은 물론이고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로 뜨거웠던 것과도 크게 비교된다.

한 예비역 공군 관계자는 "노태우 정부 시절 F-18 도입을 주장한 정용후 공군참모총장이 기무사에 체포돼 강제입원해 있다가 예편당했다"면서 "현역 참모총장도 이런 일을 당한 것을 직접 봐온 전직 공군 장성들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공군#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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