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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진석 추기경의 안내를 받으며 조문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진석 추기경의 안내를 받으며 조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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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보강: 17일 오후 4시 40분]

이명박 대통령도 조문... 2시간은 기다려야 조문 가능

전직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도 17일 오후 3시 명동성당 대성전을 찾아 고 김수환 추기경 시신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정진석 추기경의 안내를 받으며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유리관 앞을 한바퀴 돌아본 뒤 명동성당 사제관에서 정 추기경과 대화를 나눈 뒤 오후 3시 20분께 성당을 떠났다.

민주노동당에서도 강기갑 대표와 곽정숙·이정희 의원, 박승흡 대변인이 빈소를 방문했다. 강 대표는 "김 추기경은 어두운 시대에 노동자, 농민, 소외계층을 감싸주셨다"면서 "민주노동당이 그런 당이 되도록 노력하면서 발버둥치고 있는데 제대로 못해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때 가톨릭 수사가 되려고 6년간 수도원 생활을 하기도 했을 정도로 독실한 신자(세례명 로벨또)인 강 대표는 "80년대부터 미사 등에서 김 추기경을 몇 차례 뵈었는데, 성직자의 길을 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시더라"면서 "그 분은 많은 수도자와 교인들에게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가르쳐주셨다"고 고인을 기렸다.

오후가 지나면서 추모행렬은 더 늘어났다. 2줄로 늘어선 인파는 명동성당 입구를 지나 을지로 쪽 도로까지 이어져있다. 2시간은 기다려야 조문을 할 수 있는 상황.

타 종교 성직자들도 명동성당을 찾았다. 오전 10시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스님, 11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 최희범 목사에 이어 오후 2시 30분께는 이성택 원불교 교정원장이 조문에 참여했다. 이 원장은 "김 추기경은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다"며 "이웃종교인 원불교에서 추모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나라당 이상득·나경원·권영세 의원 등이 빈소를 방문했고, 가수 인순이씨도 성당을 찾아 조문하며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이혜훈·이정현 의원 등 측근들을 대동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난해 마지막 전화를 드렸을 때 나라를 편안하게 만들어달라고 당부하셨는데, 그 말이 나에게는 유언이 됐다"며 "하늘에서는 나라 걱정·국민 걱정 안 하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가톨릭 신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가톨릭 신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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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17일 오후 2시 55분]

조문 온 정치인들, 추기경과 개인적 인연 강조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지 이틀째인 17일,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명동성당을 찾은 사람들의 행렬은 명동성당 들머리를 돌아 500m 가까이 이어졌다.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대성전 앞에서는 '묵념만 간단히 해주십시오'라는 내용의 안내 피켓도 등장했다.

조문객 중에서는 각 지역 성당 소속 신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방문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어린이를 데리고 나온 주부 등 가족 단위 조문객도 눈에 띄었다. 장례위원회 측은 부의금이이나 화환은 받지 않고 있다.

감옥에서 차입금 200만원 받은 DJ..."먼저 대통령 되라" 격려받은 YS

전날 갑작스러운 선종 소식을 접한 정치인들도 이날 잇따라 명동성당을 찾았다. 오전 11시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명동성당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부인 이희호씨, 박지원·이석현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온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 추기경은 위대한 신앙가이자 선구자였다, 독재 치하에서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광야의 소리같은 말씀을 주셨고 행동으로 참여해 국민들을 도우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차입금을 받았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제가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지만 김 추기경님은 정신적 지도자이다. 야당 시절과 대통령 시절 가르침과 의견을 받았다. 진주와 청주에서 감옥살이 할 때 아내에게 100만원씩 두 번 차입금을 주시기도 했다. 자상하고 따뜻한 사랑을 받은 것이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서거를 슬퍼하면서도 영생을 누리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17일 오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명동성당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17일 오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명동성당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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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조문을 하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조문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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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오후 2시께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 역시 "제가 대통령 할 때 청와대에 많이 오셨다, 큰 일이 아니라 노동자 한명만 갇혀도 오셨는데 되도록 그 분 부탁을 들어드렸다"며 김 추기경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후보단일화 문제에서 김 추기경이 자신의 손을 들어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대중씨가 여기 왔다갔는지 모르겠는데, 김 추기경께서 '나이는 젊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보다) 먼저 대통령 되는 게 옳다'고 하셨다. 내가 단식을 23일 할 때도 오셔서 강력히 우려하셨다. 나는 죽을 각오로 싸우는데, 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김 총재가 돌아가면 민주주의는 누가 하냐'고 하셨는데, 그 말이 단식을 끝내는 계기가 됐다."

명동성당 들머리 가득메운 추모행렬... "묵념만 간단히"

 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가톨릭 신자들이 전시된 김 추기경의 생전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가톨릭 신자들이 전시된 김 추기경의 생전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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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 역시 오전 11시 50분께 명동성당을 찾아 "김 추기경은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민족의 양심을 일깨워주신 이 시대의 스승"이라면서 "1년 반 전에 사형제 폐지 문제로 당시 유인태 의원과 함께 김 추기경을 뵈었다, 국회의장 취임 후에도 뵙고 싶었는데 (김 추기경이) 와병 중이라서 결국 못 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외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김 추기경을 조문했다.

오전 10시 40분 조문한 정 대표는 "김 추기경은 유신 시절 박정희 정권에 옳은 소리를 하는 유일한 지도자였다, 우리 사회의 큰 별이 떨어졌다"고 애도했다. 오전 11시 40분 조문한 손 전 대표는 "10여년 전부터 매해 김 추기경에 세배를 드렸다, 2008년에 세배드릴 때는 '용기 잃지 말고 좋은 정치인이 되라'는 덕담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가 받은 세뱃돈은 1만원이었다고 전했다.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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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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