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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어떤 기살까?

궁금증을 갖고 들어오셨다면 낚이셨습니다. 제목을 '어느 채식주의자의 슬픔' 정도로 해야 맞는 것 같은데 역으로 했기 때문이지요. 제목을 역으로 뽑은 이유는 채식주의자 입장에서 육식주의자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쓰고자 함입니다. 그래도 읽어 보실래요?

고기 집에서 야채와 밥만 먹는 채식주의자

 생선 대신 순식물성 '구약감자'라는 식물 뿌리를 재료로 묵처럼 만들어 요리한 '곤약초밥'.
 생선 대신 순식물성 '구약감자'라는 식물 뿌리를 재료로 묵처럼 만들어 요리한 '곤약초밥'.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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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부류 요리.
 두부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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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약회
 곤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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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뱀 나오겠어요?"

채식하는 엄마에게 아이들이 종종 식탁에 앉으면서 한 마디씩 던지지요. 반찬이 풀만 있으니 뱀 나오겠다는 뜻이지요. 그럼 아내는 슬픈 표정으로 운을 떼지요.

"날마다 고기반찬 먹을 수도 없잖니. 그런다고 엄마가 고기 안해 주는 것도 아니고…."

옆에서 실실 웃고 말지만 "신랑도 안하는 반찬 타령을 새끼들이 하네!"란 말에는 너털웃음을 날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말이지 아내는 고기반찬도 곧잘 합니다. 맛보지 않고 하는 음식 간도 기가 막히게 맞지요.

그랬던 아내는 지난 해 여수에도 채식 뷔페가 생겼다고 좋아했지요. 그러나 한쪽 귀로 흘려들었지요. 마침 어제(5일)가 식목일이라 채식을 먹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요.

"저녁, 채식 뷔페 어때?"

아내는 대찬성, 아이들은 시큰둥. "엄마를 위해 한 번 먹어보자. 엄마는 우리를 위해 삼겹살집에 가서 야채와 밥만 먹잖아"라고 설득해야 했지요.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은 것이다!"

 채식 뷔페 내부.
 채식 뷔페 내부.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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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로에 요리.
 알로에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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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으로 만든 콩강정.
 콩으로 만든 콩강정.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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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 내부에는 이른 저녁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채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거든요. 입구에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문구가 보이더군요. 일단 환영이었습니다.

주인장 이민우(33)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지요. 음식 색감이 살아 있더군요. 육식을 찍을 때와 또 달랐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문구도 눈에 띄더군요.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건강하고 맛있는 채식음식을 함께 드세요!"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은 것이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 - 서양의학의 시조 히포크라테스 -"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다'는 문구가 제일 찡하게 다가오더군요. 채식주의자들은 저런 자부심으로 채식을 하는구나 싶었지요.

습관적으로 먹었던 고기와 생선... 육식주의자의 슬픔

 눈으로 드셔도 맛스럽지요?
 눈으로 드셔도 맛스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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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 뷔페 내부와 쑥버물, 쑥갓 튀김.
 채식 뷔페 내부와 쑥버물, 쑥갓 튀김.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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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으로 만든 콩강정.
 콩으로 만든 콩강정.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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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을 대신해 콩불고기, 탕수채, 강정 등이 있더군요. 또 생선회를 대신해 곤약(구약감자)이 있었고요. 고기와 생선을 대신할 다른 음식이 있었던 셈이지요. 채식주의자들은 막연히 채식만 하는 줄 알았더니, 대체 음식을 찾아 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습관적으로 고기와 생선을 먹어왔던 게지요. 육식주의자의 슬픔이랄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식사 후, 아이들과 음식 품평회를 했지요. "뱀 나오겠다"던 두 아이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습니다. 음식평에 대해 냉정한 녀석들이 "간혹 오자"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녀석들도 저와 같은 느낌을 받았음에 틀림없었지요. 아내를 위해 이런 집 하나쯤 있어도 좋겠더라고요.

먹거리를 두고 육식주의자니 채식주의자니 따질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먹으면 그게 최고겠죠?

 시식과 풍경.
 시식과 풍경.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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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채 샐러드.
 야채 샐러드.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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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으로 만든 콩불고기.
 콩으로 만든 콩불고기.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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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채식#육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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