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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코짱 한국愛 빠지다'의 표지그림 '다카코짱 한국愛 빠지다'의 표지 그림에는 다카코짱과 식구들이 함께 김장을 하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외에도 내용에도 그림들이 많아 문장도 길지 않고 한국어 배울 학생이나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
▲ '다카코짱 한국愛 빠지다'의 표지그림 '다카코짱 한국愛 빠지다'의 표지 그림에는 다카코짱과 식구들이 함께 김장을 하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외에도 내용에도 그림들이 많아 문장도 길지 않고 한국어 배울 학생이나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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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의 첫 만남은 인터넷의 어떤 다문화 관계 카페 게시판이었다. '다문화가족에 추천해드리는 책'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재미 있게 꾸민 책을 출판했다는 소개 글이 올려져 있었다.

"이것은 원래 일본에 있는 일본사람들 대상으로 쓴 글인데 한국에 사시는 외국인 및 그 가족들이 읽으시면 정말 서로 이해가 되고 외국인은 한국문화를 그리고 한국인은 외국사람이 어떻게 한국을 바라보고 어떤 것이 이해 안가는지를 쉽게 재미 있게 알 수 있는 책입니다"라는 소개에 흥미를 가지고 도대체 그녀가 어떤 계기로 이런 책을 꾸미게 되었던지 알고 싶어서 책을 구매해봤다.

읽어보니 "아~그렇구나~"라고 공감할 내용도 많았고 한일간의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었다. 그래서 그 책을 좀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메일 인터뷰를 부탁해봤다.

언젠가 책을 내겠다는 꿈이 한국에서 이뤄져

-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요?
"학생 때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우연히 한국사람이랑 결혼하게 되어서 한국에 왔는데, 와보니까 한국이 저한테 딱 맞아서 처음 2개월 정도는 너무 재미 있어서 어쩔줄 몰랐습니다."

- 책을 출판하게 된 계기는요?
"원래 저는 글을 쓰는 걸 좋아했었어요. 학생 때는 소설도 써봤는데... 잘 안됐죠. 그나마 학교에 내는 리포트 같은 것 꽤 인기가 있어서 선생님끼리 복사해서 돌려보고 하셨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었어요. 제가 대학생 때 집에서 떨어져 혼자 살기로 됐는데 그 때도 고향(이라고 하나? 같은 사이타마에 있었는데) 친구들한테 편지를 썼는데 적어도 2,3장 많으면 10장 넘게 쓰기도 했어요.

그게 한국에 오니까 더 새로운 사실이나 재미 있는 얘깃거리가 많아서 막 친구들한테 이런 저런 얘기를 썼었어요. 그후 직장생활을 시작하다가 인터넷을 알게 되어서 그 때 블로그라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였어요.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너무 복잡하지만 블로그는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일기처럼 쓰는 사람들 많았는데 저는 한국에 대한 얘기를 계속 썼어요.

그러다 조금씩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게 되어, 어쩌다 한국번역전문사이트인 개소문이라는 사이트에서 번역연재를 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처음은 겁을 냈죠. 일본사람이 보는 것을 전제로 글을 썼기 때문에 한국사람이 볼 때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래도 조금 흥미로워서 몇 번 개소문 사장님이랑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연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 연재가 한 2년 정도 되었을 때(원래 일본판은 3년?) 국민출판사라는 출판사가 책으로 출판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책을 내는 게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출판하게 되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 책을 출판하게 될 때까지의 일화가 있다면?
"원래 글은 있었던 것이라서 특별히 힘든 일이 없었습니다. 다만 편집하시는 분은 아주 고생하셨다고 하네요. 너무 글이 많아서 뭘 실어야 할지 아주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책 표지에 대해서 개소문 독자분들한테 3종류 중에서 골라달라고 출판사에서 요청을 했나봐요. 거기서 어떤 독자 분이 재미 있는 표지를 만드셔서 올리시더라구요. 그게 아직도 생각나네요.

우리 애들이 한국과 일본 사이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주지 않을까?

<海虹의 한국생활>의 어떤 애독자?가 올렸던 표지 디자인 출판사에서 개소문 독자들에게 책표지 디자인을 선택해 달라를 요청을 했을 때 어떤 유저가 올렸던 표지 디자인
▲ <海虹의 한국생활>의 어떤 애독자?가 올렸던 표지 디자인 출판사에서 개소문 독자들에게 책표지 디자인을 선택해 달라를 요청을 했을 때 어떤 유저가 올렸던 표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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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출판 후에 주변 반응은 어떤지?
"우리 가족은 물론 친구들이나 아는 분들이 다 축하해주시고 많이 읽어주셨어요. 그림을 그린 분 이름이 표지에 없어서 그런지 제가 다 그렸냐고 하신 분도 많았는데 그건 아니에요(웃음).

특히 출산 후 여름인데 이불 속에서 뻘뻘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야~ 다까꼬씨 몸조리 힘들게 했네'라고 하신 분이 계셨는데 그건 그림을 그리신 분이 오버해서 그리신 거고요.(웃음) 일본가족들한테도 책을 드렸는데 한글이라 읽을 수 없잖아요.

가끔 메일이나 전화를 주시면서 '많이 팔리냐?' 물어보세요.(웃음) 전에 다니던 회사에도 가봤는데요, 그 땐 사인회라도 하라고 다들 하시더라구요.(웃음) 얼마 전에 우리 딸이 학교선생님께 책을 갖다드렸는데요, 선생님이 집에 갖고 가시더니 26살이 된 아드님이 '어? 이 사람 유명한 사람인데?'라고 알아보셨다네요~. 너무 반가웠어요."

-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어려웠던 것 등?
"아마 제가 이렇게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안 믿어주시겠지만(웃음) 저는 굉장히 낯가려요. 혼자 있는 게 제일 편한 스타일이라 한국사람과도 그러지만 일본에 있었을 때도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게 어려워하는 면이 있었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는데 한국사람만 있는 곳에 딸랑 혼자 있으면 좀 힘들 때가 있어요.

그런 면이 저도 싫은데 잘 고쳐지지가 않네요. 그래서 처음에 남편 친구들도 많이 어울리려고 해줬는데 잘 적응할 수 없었고 거기에다 애를 둘 낳고 나서 생활이 어려워지자 우울증까지 걸려서 고생했었어요. 그래도 좋은 병원 원장님들을 만나서 잘 넘겨왔고, 항상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애를 써주셔서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그리고 책에도 있는데 한국은 '먹어라 먹어라' 문화잖아요.(웃음) 사람이 먹고 있는 모습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소식인데다 매운 것도 잘 못먹어서 한국분들이란 식사하는 게 부담 갈 때가 있어요. 제가 조금밖에 안 먹으니까 굉장히 걱정하시거든요.(웃음)

일본에 있었을 때는 친구들이랑 어디 놀러갔다가 맨 처음에 배고프다는 소리를 하다가 식당에 들어가면 남기니까 얼마나 혼났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당연히 식당에서 나오면 또 맨 먼저 배고프다고 하니까... 위가 작은 데다 소화가 빨라서 어쩔 수 없는데 만날 친구들한테 혼났어요.(웃음)"

- 앞으로 한국사회나 한일교류에 원하는 것은?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우리 애들이 한국인 아빠와 일본인 엄마 사이에 태어났잖아요. 애들이 양쪽의 아픔을 짊어지게 되는데, 그런 애들이 한국과 일본 사이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블로그를 통해서 한국에 재미 있는 면이나 좋은 면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너무 안 좋은 것만을 서로 지적하는게 아니라 좋은 면도 받아들여서 서로 좋은 자극을 주면서 사이 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국가 간의 문제는 저한테는 너무 커서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아주 조금만한 곳부터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고 사랑하는 교류를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그 외에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책은 한국에 사시는 외국인 분들은 꼭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요. 그리고 그 가족분들도 꼭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외국사람이 볼 때 한국에서 당연한 일상생활이 특이하게 보인다는 점, 그래서 적응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또 이 책은 어린 학생들도 많이 읽어줬으면 합니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나, 또 자신이 외국에 나갔을 때 자기만의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제 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배웠으면 합니다.

저는 생활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블로그에는 거의 안 씁니다. 블로그를 읽으신 분들이 저의 글을 읽고 행복한 느낌을 가졌으면 해서요. 꼭 한국에 있으니까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디서 사나 사람 사는 데 힘들 때는 있기 마련이니까. 그걸 웃으며 넘어가고 또 밝은 얘기를 전해주면 여러 사람이 밝게 살 수 있고 그게 밝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블로그를 통해서 그런 분위기를 전해주고 싶고, 책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읽으셨으면 해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몇 번 그녀와 메일과 전화로 이야기하면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우선 나랑 같은 사이타마현이 그렇고, 내가 고교시절에 다녔던 동네에 그녀의 친정이 있는 것이 그렇다. 또 이야기 듣다보니 서로 잘 아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자와 한글 표기는 다르지만 이름의 발음이 똑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 책 속의 다카코짱에게도  정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 블로그에서 그녀의 <해홍(海虹)의 한국생활>를 찾아봤다. 댓글이 참 많았다. 다 읽기도 힘들텐데 성실하게 답변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번역자의 더하는 한 마디'라는 개소문닷컴 운영자인 안진흥씨의 글 중에는 "몇몇 이용자들이 그녀의 글 중 일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노골적으로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고, 몇몇 이용자들은 정치적인 키워드를 꺼내들며 집요하게 괴롭히기도 했었다"라는 증언도 있었다.

그는 다카코 씨로부터 "저 이제 연재 못 할 거 같아요"라는 이메일을 몇 번 받았으면서 그 결심을 철회하기 위해 몇 번의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했단다. 그리고 나서 언젠가부터 그녀는 사소한 비난에 예전처럼 쉽게 상처받지 않으며, 비난보다는 그보다 몇 배 더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단다.

그 내용을 보면서 나에게도 '오마이뉴스 재팬'에서 내가 한국에 관련한 기사를 투고할 때마다 비판했던 댓글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더욱 그녀의 입장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역시 그녀와 같이 누군가의 응원과 격려를 느끼며 기사를 올릴 용기를 얻었던 것이다.

이제 인터넷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더 서로가 서로를 알고, 알려줄 수도 있다. 그런데 모든 정보가 어디까지 진실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울 때도 많다. 특히 그것이 한일간의 화제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나도 그녀와 같이 여기에 내 가족이 있고 자녀가 있으니까 어떤 일이 있다 해도 한일간의 가교(架橋)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마치 그녀의 필명인 해홍(海虹)과 같이 두 바다를 연결하는 것처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문화 타임즈 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카코짱 한국愛 빠지다#일본#다문화#국제결혼#개소문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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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7년~2019년,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2021년 ~ 인천서구마을공동체 웃서모 대표 겸임 2023년~ 인천 i-View 객원기자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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