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8년 6월 울산촛불집회에서 제자들과 자유발언대에 오른 조용식 교사.
 2008년 6월 울산촛불집회에서 제자들과 자유발언대에 오른 조용식 교사.
ⓒ 박석철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5~7월 울산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촛불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이들은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여학생들이었다. 2008년 6월 어느날, 한 여고의 남자교사가 자유발언대에 오르자 수십 명의 여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순하게 생긴 이 교사는 겉보기와 달리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미 쇠고기 수입의 부당성을 논리정연하게 시민들에게 설명했다. 그가 목소리에 액센트를 줄 때마다 학생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이 교사는 "다른 행사로 밖에 나가 있는데, 반 아이들이 여기(촛불집회 장소)로 빨리 오라고 문자를 보냈다"면서 "학생들이 자유발언을 하라고 시켜 이렇게 올라왔다"고 운을 뗐다.

이 교사는 이어 "초식동물에게 고기를 줘 미친소가 되고, 우리 학생들은 꿈과 희망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성적 경쟁만을 먹어야 하니 미치지 않겠나"며 "학생들을 밤 10시까지 잡아놓고, 다음엔 학원으로 보내는 게, 미친 소 키우기와 뭐가 다르냐"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올해 42세로 한문을 가르치는 조용식 교사. 그는 지난해 수십 차례 진행된 울산촛불집회에서 인기 있는 자유발언자였고, 그의 제자들인 여학생들도 단체로 단상에 올라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이런 모습을 울산시교육청 장학사가 뒷편에서 서서 유심히 지켜보는 광경이 몇 차례 취재진에 목격되기도 했다.

일제고사와 관계없는 고교 교사, 일제고사 때문에 해임

 올해 3월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해임돼 7월 15일 정든 교단을 떠나고 있는 조용식 교사
 올해 3월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해임돼 7월 15일 정든 교단을 떠나고 있는 조용식 교사
ⓒ 시사울산

관련사진보기


일년이 지난 2009년 7월 15일, 조용식 교사는 왼쪽 가슴에 한송이 꽃을 단 채 안타까워하는 학생과 교사들을 뒤로 하고 쓸쓸히 교문을 나서야 했다.

지난 13일 울산시교육감의 중징계 요청에 시교육청 부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간부 8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는 그에게 해임 결정을 내렸다. 지난 3월 31일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에 동참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징계위는 "국가공무원으로서 복종과 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명목을 붙였다.

이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번 징계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교사의 경우 당시 일제고사와 상관없는 고등학교 교사였고,  정식으로 연가를 내고 체험학습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징계는 이뤄졌다. 다른 두 교사에게는 2~3개월의 정직이 내려졌지만 조 교사에게는 교사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해임이 내려졌다.

교육계에서는 조 교사가 정권과 교육청에 미운털이 박혔다고 보고 있다. 그는 강압적인 교육정책이 나오면 어김없이 교육청 홈페이지에 교육감의 정책전환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는 등 입바른 소리를 해 왔다.

이번 징계에 대해 울산시교육청은 그가 앞서 두 번의 징계를 받은 것이 감안됐다고 밝혔다. 그 중 하나는 지난해 울산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활한 '보충수업 관리수당' 관련 맞고소 사건과 연관돼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지난해 편법 수당 지급 사례를 공개하면서 A학교 학부모들과 명예훼손 맞고소 공방을 벌였고, 조용식 교사는 자신의 학교 통신망에 A학교 소식을 올려 해당학교 학부모들에게 고소당했다.

학부모-교사 간 명예훼손 맞고소 사건에서 검찰은 교사들만 약식기소했고, 해당 교사들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하지만 울산교육청은 조 교사에게 감봉 1월의 징계를 내렸다. 지금까지 울산교육청은 교직원들이 불미스런 일로 재판을 받게 됐을 때 통상 2심까지 기다렸다 징계를 하던 관례를 깨고, 아직 정식재판 일자도 잡히지 않은 사안에 대해 징계를 결정한 것.

또한 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심상정 후보 쪽이 작성한 글을 민주노총 울산본부 게시판에 올렸다가 지난해 4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만원형을 받았다. 이 때문에 견책처분이 내려졌다.

교육청은 이 두 사건에 일제고사 체험학습 참석을 더해 조 교사에게 해임 처분을 내린 것.

"찍힌다고 해야할 이야기 안 할 수 있느냐?"

지난해 여고에서 올해 남녀공학 고교로 옮긴 그는 학생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많은 교사다.

15일 교문을 나설 때 학생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피켓을 들고 나와 그의 빠른 복직을 기원했다. 이전학교 여고생들은 직접 서명용지를 들고 다니며 "조용식 교사의 징계를 철회하라"는 서명을 받기도 했다.

실업자가 된 조용식 교사는 "이 정권 하에는 사소한 일로 탄압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다"면서 "억울한 해임에 대해 끝까지 권리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교육청과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교육청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쓴소리를 올릴 때마다 교육 당국자들이 나를 더 미워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하지만 약점잡힌다고 해서 해야할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두 번의 징계에 대해서도 "아직 유죄인지 무죄인지 가려지지도 않은 약식기소를 두고 징계를 내리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라면서 "징계를 한 지 1년이 지난 사건과 관련 없는 일제고사 사건을 묶어서 해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시민들을 상대로 해고의 부당성을 알려 나갈 것"이라며 "소청심사를 신청하는 한편 행정소송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교조 울산지부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