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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문제는?"
"그런데, 단속은?"

신문고시 엄격히 집행해야... <광주일보> 13일자 사설.
▲ 신문고시 엄격히 집행해야... <광주일보> 13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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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 거래 행위 및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의 유형 및 기준'(신문고시)을 존치하기로 결정했지만 지역신문들은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13일자 지면엔 의문부호가 대신 가득하다.

공정위가 12일 과도한 경품 제공 및 무가지 살포를 금지한 신문고시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3년 동안 더 운영한 뒤 폐지 여부를 검토키로 했지만 이 정부 들어서면서 신문시장의 불법 판촉행위 단속이 수상하리만치 소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하루 전인 11일 신문고시 존치를 촉구하는 공문을 청와대와 각 정당에 발송한 지역신문들은 '일단 급한 불은 껐으나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걱정 반, 의심 반 속에 위기의식까지 함께 하고 있다. 가뜩이나 미디어법 통과로 잔뜩 부어 있는 이들에게 신문고시마저 폐지됐더라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의 반응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신문고시, 무늬만 '존치' 단속은 '뒷짐'... 있으나 마나"

신문고시가 폐지됐을 경우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됐으나 일단 후폭풍은 피했다는 조심스런 분석이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큰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정부의 신문시장 정상화 의지가 여전히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 불법 판촉행위에 대한 단속이 몹시 소극적인 것이 단적인 예다.

2007년 8억9660만원(239건)에 달했던 과징금은 작년 2340만원(19건)으로 급감했고, 올 들어서는 단 1건, 210만원으로 급감했다. 그만큼 신문시장 질서가 바로 잡혀가고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길거리에선 지금도 신문을 구독하면 상품권을 주겠다는 호객행위가 여전하다. 직권조사도 지난 정부 때는 3차례나 시행됐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한 차례도 없었다.

단속인력 부족을 들먹이며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도 신문고시를 존치하겠다고 하는 것은 계속해서 무늬만 유지시키고 단속은 '나 몰라라' 할 수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정부가 신문 판매시장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신문고시 존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신문고시가 '있으나 마나'한 규정으로 전락했다는 따가운 지적은 그간 숱하게 반복돼 왔다. 그런데 공정위는 이번에도 마지못해 '신문고시 유보'라는 프레임만 의식했을 뿐, 신문고시 집행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위반에 대한 제재 수위를 어느 정도 높여야 할 것인지 등에 관한 구체적이고 부가적인 고민은 전혀 보여주질 못했다.

불공정 거래행위를 막기 위해선 직권조사를 적극 활용해야 가능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시민감시단의 신고포상금제에만 의존하겠다는 태도다. 현 정부 들어 '신문고시가 사문화됐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누구 때문인지 정작 당사자인 공정위가 아직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단속의지... 직권조사 이 정부 들어 한 차례도 없었다"

신문고시 위반건수는? 13일 <부산일보>의 신문고시 존치 결정에 관한 분석기사.
▲ 신문고시 위반건수는? 13일 <부산일보>의 신문고시 존치 결정에 관한 분석기사.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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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시는 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엄격한 잣대로, 제대로 법집행을 해야 빛을 발휘할 수 있다. 누구보다 공정위가 잘 알고 있다. 이번에 신문고시를 존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직 우리 신문시장이 공정경쟁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단속과 제도의 실효성에 관한 진지한 대책이 없으니 '있으나 마나'란 소릴 들어 싸다.    

신문고시를 3년 동안 더 운영한 뒤 폐지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이 또한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당국으로선 비판적 여론을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지역신문들은 공정위를 향해 세운 비판의 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13일 <부산일보> <국제신문> <광주일보>는 이 문제를 사설과 기사에서 동시에 거론했다. 모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주문했다. <경인일보> <대전일보> <전북일보> <경남도민일보> 등도 일반기사에서 "문제는 단속의지"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일보>는 '신문고시 취지대로 불공정행위 적극 단속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여러가지를 주문했다.  "신문고시 존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신문시장 정상화 의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며 "정부가 신문 판매시장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신문고시 존치는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또한 사설은 "현 정부 들어 '신문고시가 사문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음을 공정위는 인식해야 한다"며 "신문고시를 두는 것에 그치지 말고, 엄격한 잣대로 제대로 법집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일반기사 '공정위, 신문고시 존치 배경'에서도 공정위의 단속의지를 비웃었다.

"공정위는 무가지 살포와 과도한 경품 제공 등으로 신문시장이 여전히 혼탁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무부처로서 신문 유통시장에는 사실상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사고 있다"고 한 기사는 신문시장의 불공정 사례를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신문고시 위반과 관련한 과징금은 2005년 5억9천800만원, 2006년 1억6천900만원, 2007년에는 8억9천600만원에 달했다가 작년 2천300만원, 올해 상반기 210만원으로 급감했다. 공정위의 직권조사도 지난 정부 때는 3차례나 시행됐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한 차례도 없었다."

"법과 고시만 만들어 놓고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

과도한 경품 뿌리 뽑아야... <국제신문> 13일자 사설.
▲ 과도한 경품 뿌리 뽑아야... <국제신문> 13일자 사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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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점을 높이 부각시켰다. '신문고시 폐지 유보 배경'의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시정명령이나 과징금부과가 참여정부 당시보다 현저히 적다"며 "2007년 537건이던 시정명령은 2008년 237건, 올 상반기에는 40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신문은 사설 ''신문고시' 유지, 과도한 경품 뿌리 뽑는 계기돼야'에서 공정위를 향해 날선 비판과 충고를 했다.

"공정위의 신문고시 유지가 불공정 거래가 여전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했다면 앞으로는 불법 행위를 제대로 단속해야 마땅하다. 법과 고시만 만들어 놓고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지금도 거대신문들은 가가호호를 방문해 경품과 상품권, 심지어는 현금까지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 형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문시장이 이런 식인데도 공정위가 규제하지 않는 건 어불성설이다."

<광주일보>도 사설 '존치키로 한 신문고시 엄격히 집행해야'에서 공정위를 나무랐다. "신문시장의 불공정 행위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혼탁하다"며 "특히 MB 정부 들어 공정위의 단속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발 더 나아갔다. "자본에 의한 여론의 독과점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정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며 " 정부는 신문고시를 존치하는 데 그치지 말고 엄격히 집행해 여론 독과점을 방지하고 지역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전북일보>도 '문제는 실효성'이라고 지적했다. '신문고시 유지결정 이유와 과제'란 제목의 기사에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금, 상품권동원 불공정 판촉행위 제재수위 높여야"

신문고시 존치는 당연... <전북일보> 13일자 3면.
▲ 신문고시 존치는 당연... <전북일보> 13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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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지방신문협회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를 3년간 더 운영한 뒤 폐지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단순한 신문고시 '폐지 보류'로는 엉클어진 언론시장의 정상화가 어렵다는 지적"이라며 "언론시장의 독과점 방지와 지역여론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신문고시의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등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북민언련 박민 정책실장의 발언을 인용해 더 확장시켰다. 기사에서 그는 "신문고시의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확보 논의가 집중돼야 하는 상황에서 엉뚱하게 폐지 논의만 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무가지나 경품 제공에 있어 최대 허용 기준인 20%를 5% 정도로 낮춰야 하며, 신고자가 증거자료를 직접 수집해야 하는 신고포상금제의 까다로운 신고요령 등은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일보>도 '신문고시 3년간 유지… 실효성 높이려면'의 기사에서 시장에서의 불공정 판촉행위에 대한 제재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는 "무료 신문이 아닌 유료 신문 구독을 권유하면서 현금이나 다름없는 백화점 상품권은 물론 직접 현금다발을 들어 보이며 현찰을 주겠다는, 납득할 수 없는 판촉 행위를 하는 신문사는 이른바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메이저 전국일간지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사는 "게다가 자사 계열의 스포츠신문·경제 전문 주간지 등을 공짜로 얹어주겠다며 서슴없이 유혹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경품과 무료 구독기간을 계산해보면 1년 구독료의 130%를 넘는 경우도 흔하다"고 했다. "거대 전국일간지들도 몰상식한 판촉활동을 중지하고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주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처럼 지역신문들은 과열경쟁과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신문고시 존치가 결정된 이상 공정위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문고시가 유명무실하다는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충고의 메시지가 강렬하다. 신문시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공정위의 국가적, 사회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신문고시#지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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