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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였다. 딸아이가 오전에 전화하더니 저녁에 또 전화를 했다.

 

"엄마 폐렴백신 맞았어?"

"아니 아직."

"엄마, 아직도 안 맞으면 어떻게 해? 내가 알아보니깐 그 근처 다른 병원에는 없고 oo병원에만 있다고 하니깐 빨리 가서 맞아. 그러다 그것마저 떨어지면 어쩌려고?"

"알았다. 딸! 내가 맞으면 전화 할게."

 

지난주 딸아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해댔다. 딸아이가 걱정하는 마음에 매일 전화하는 것이 미안했다. 

 

그 전 주(8월21일) KBS <추적60분>에서 신종플루에 대한 내용이 방송되었다. 그 프로에 소개된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람 중 한 사람이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고 병원에 가지 않고 있다가 점점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이미 폐렴이 많이 진행이 되었고 숨이 헐떡헐떡 넘어갈 지경이라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둔 사례였다.

 

나도 방송을 보았기에 폐렴백신이라도 얼른 맞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방송을 본 딸아이도 다음날 아이들과 함께 폐렴백신을 맞았다면서 우리 집에 왔다. 딸아이는 "엄마, 이거 아빠하고 백신 맞고 점심이든 저녁이든  먹으면 되겠네"라며 십만 원짜리 수표를 내놓는다.

 

세정제와 살균비누도 함께 내놓으면서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꼭 세정액으로 닦던지, 살균비누로 손도 깨끗이 씻어야 해. 의사들도 이 세정액을 많이 사용한데. 세정액은 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깐"이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돌아갔다. 그 후로 딸아이는 매일 백신을 맞았느냐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지난주 초 바빠서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8월26일 수요일 아침 일찍 딸아이가 가르쳐준 병원에 전화를 했다. 마침 11시쯤 나갈 일이 있어 그때 맞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oo병원이지요? 폐렴백신을 맞으려고 하는데요. 11시쯤 가려고 하는데..."라고 말하자 간호사가 잠시 기다리란다. 그러더니 "지금 3분 맞을 것밖에 없어요. 문의 전화가 계속 오니깐 맞으려면 지금 빨리 오세요"라고 말한다. 남편과 서둘러 병원에 가서 폐렴백신을 맞았다. 그리곤 딸아이한테 주사 잘 맞았다고 전화를 해주었다.

 

폐렴백신을 맞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올케와 언니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근처 병원에 가서 폐렴백신을 맞으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병원에도 폐렴백신은 없고 앞으로 언제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올케가 전해주었다. 아들과 사위도 못 맞았다. 

 

주말에 아들이 와서 "엄마가 문자도 넣고 전화를 그렇게 했으면 주사를 맞아야지. 넌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니?"라고 말하자 아들은 아주 태연하게 "엄마 난 젊어서 괜찮아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젊음 하나로 그런 것들을 모두 막아낼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앞으로 살 날이 창창한 젊음. 그 젊음이 있으니깐 더 맞아야지.

 

내가 주사를 막 맞고 난 후 3번째 사망한 사람이 또 나왔다. 67세 된 남자는 폐렴 악화로 인한 폐혈증쇼크로 사망했다고 한다. 해당병원에서도 신종플루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 소식을 듣고 폐렴백신을 맞은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폐렴백신을 맞은 손자들. 큰손자 학교에서도 열을 쟀고 마스크를 하고 학교에 간다. 재치기, 기침을 할 때에는 손으로 입을 막고 휴대용 세정액을 가지고 다닌다. 몇 군데 학원을 다니니 그럴 수밖에. 아주 깔끔한 작은 손자도 조금만 움직이고 나면 세정액으로 손을 씻는다.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났을 때에도 폐렴백신이 화두가 되었었다. 대부분 친구들은 못 맞았다면서 한 걱정이었다.

 

그런데 1일, 뉴스를 보니깐 병원마다 폐렴백신이 동이 났고 진짜 맞아야 할 사람들이 맞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폐렴백신은 5세 이하 영유아, 65세 이상 노인, 당뇨병, 만성폐질환, 만성질환자 등에게 효과가 있다고 했다.

 

폐렴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100% 폐렴구균이 안 생기는 것은 아니란다. 일반인들과 학생들은 접종을 자제해주기를 당부했다. 또 보건복지부장관은 폐렴백신은 신종플루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발표도 했다. 요즘은 재치기나 기침, 몸에 열이 나는 듯해도 정말 불안하다.

 

현재 신종플루 발병환자는 4300여 명이고, 1800여 명이 치료 중이고 3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8월말경보다 신종플루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신종플루가 이대로 잠자듯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나 간절하다. 하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정부 발표를 보고 나니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폐렴백신을 맞은 후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했는데 정부 발표를 보고 나니 또다시 불안해지는 것은 왜인지.

 

며칠 전 5살 된 작은 손자에게 물어보았다.

 

"우협아 이 세상에게 제일 무서운게 뭐야?"

"음 음 제일 무서운 것은 세균이야."

 

나도 세균이 무섭다.


#신종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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