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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실제 연설을 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으로 쓴 연설문 제목은 '9.19로 돌아가자'였다.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포괄적 패키지 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뒤, '북핵문제 해결의 로드맵'이라는 평을 받는 '9.19공동성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4년 전 9.19 합의 당시 한국측 수석대표였던 송민순 의원(비례대표, 민주당)은 "성명이 나온 뒤 '이제는 누구도 (9·19 성명이 합의된) 6자회담의 배에서 뛰어내리지 못한다'고 했었다"면서 "북한이 뛰어내리려고 애를 썼고, 미국 네오콘도 무용론을 얘기하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평가절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결국은 다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이 문제는 (7월말) 미중 전략대화에서 충분히 논의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9.19성명을 끌어내기 위한 정책기조가 "한미공조, 남북소통, 한중조율 삼박자였다"면서 "지금도 남북소통과 한중조율을 통해 우리가 주도권을 갖지 못하면, 미국은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할 것이고 북한은 겉모양으로만 대화에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송 의원이 줄곧 강조한 말은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북미대화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통미봉남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송 의원은 "북한에 대해 10.4선언 이행을 요구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10.4선언에는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 이행 등 핵문제와 경제협력 문제가 포함돼 있다"면서 "이에 대해 논의하자고 하면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틀을 만들고, 북측에 전향적인 제안을 하고, 대외적으로도 남북간에 논의를 하고 있으니 미국, 중국, 일본도 여기에 참여해달라고 하면서 주도권을 쥐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6.15, 10.4선언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했으므로, 역으로 북한에 이에 대한 이행을 요구해 북미대화 국면의 주도권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북미대화 진전, 우리가 조절해 달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송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연합뉴스> 및 일본 <교도(共同)통신>과 한 공동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포기를 하겠다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히 것에 대해서도 "핵을 포기한다는 진정성이 나타났다면 한반도 문제가 해결단계에 들어가는 것"이라면서 "(북한에게 핵은) 안보적, 경제적, 내부 정치적 생존의 수단인데, 어떻게 쉽게 포기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어떻게 대통령이 상황을 그렇게 가볍게 인식하는지 모르겠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은 중국이라는 뒷문이 열려 있는 한 아무 소용이 없다. 중국은 뒷문을 닫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다. 수없는 비판과 고언이 있었음에도 이 대통령은 "한국은 한국대로, 일본은 납북 문제만 갖고, 서로 경제협력을 위한 요청에 의해서 각자 그렇게 간다면 핵을 포기시킬 수 있는 성과를 낼 수가 없다"(15일 인터뷰)며, 국제정세를 거스르는 대북압박 공조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송 의원은 따끔한 '경고'를 했다.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는 전 세계 핵 비확산과 동북아 안정 그 다음 세 번째가 남북관계 진전 문제다. 전 세계 핵 비확산 차원에서 서울의 입장을 듣는 것이다. 북미 대화가 어느 정도 진전됐을 때 우리가 미국 보고 '너무 빠른 것 아니냐, 조절해 달라'고 해서 조절되는 게 아니다. 그것이 강대국 정치다."

 

다음은 송 의원과 나눈 문답 전문이다.

 

- 9.19공동성명이 나온 지 4년 됐다. 소회가 있다면.

"당시 13일과 6일을 나누어 총 19일간 밤낮없이 마라톤협상을 했었는데,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핵문제만 갖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공통 인식을 참가국들이 갖게 됐다. 더 중요한 건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수립되지 않으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한국이 인식시켰다는 것이다.

 

또 동북아 전체의 다자간 안보 협의체를 만들자고 했는데, 이것도 한국의 생각이 상당 부분 투영됐다. 근세사에서 항상 한국의 역사를 다른 나라가 써줬는데 이제는 우리가 쓴다는 느낌을 가졌었다. 당시 집중적인 협상을 하면서 우리가 채택한 접근 방법은 한미공조, 남북소통, 한중조율 삼박자였다. 지금도 이런 삼박자를 바탕으로, 우리 역사를 우리가 쓴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실제 연설은 하지 못했지만, 생애 마지막으로 쓴 연설문의 제목이 '9.19로 돌아가자'였다. '9.19공동성명'이 갖는 현재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당시 합의를 하고 난 뒤 '이제는 누구도 9.19 성명이 합의된 6자회담의 배에서 뛰어내리지 못한다, 뛰어내린 사람에게는 구명보트를 주지 않는다'는 말을 했었다. 이후 북한이 뛰어내리려고 애를 썼고, 미국 네오콘도 무용론을 얘기하고, 이명박 정부에도 평가절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다 돌아오는 것이다. 뛰어내려봤지만 갈 길이 없어서 다시 배로 돌아오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몇 시간이 지난 뒤,  김정일 위원장이 "북핵 양자, 다자 핵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 북한과 미국이 마주앉게 만든 배경은 무엇이라고 봐야 하나.

"미국은 정부가 들어서면 6개월 정도는 정책 리뷰를 하는데 북핵문제가 최우선 순위는 아니다. 그런 상태에서 북한이 미사일과 핵실험을 한 것이다. 지금은 그 정책 검토가 완성돼 가고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8월초에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가면서, '김정일-오바마' 간접대화가 이뤄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클린턴이 이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설명했고, 김정일의 제안을 수락한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논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렇게 된 것이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 방치하는 것이 다른 어떤 대책보다도 좋지 않은 대책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경제, 안보, 국내 사정 때문에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 북한은 6자 회담 틀을 벗어난 양자대화를 원하겠지만, 미국은 결코 그렇게 할 수 없고 중국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미 이 문제는 7월말 미-중 전략대화에서 충분히 논의가 됐다. 그래서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미-북대화를 해 나간다는 것에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다."

 

"북한 설득카드, 9.19공동성명에 기본 틀 있어"

 

- 지난 8월에 광복절을 앞두고 "미북 협상국면의 전개에 대비하려면, 우리 정부는 미북간에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국민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양 정부의 입장을 서로에게 전달했다. 또 뉴욕채널을 통해 북미간에 실무적인 대화가 계속 있어왔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 필요한 게 뭔지, 무슨 제약을 갖고 있는지도 잘 안다.

 

미-중 전략 대화를 하면서, 중국은 공개적으로 '미국이 북한의 안보적 우려 사항을 수용한다면,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일괄 타결 방안에 북한이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북한의 '이유 있는 안보우려(reasonable security concerns)를 미국이 수용한다면'이라고 중국의 입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미북대화 안 되고 통미봉남 걱정 안 해도 된다'고만 하는 것은 다가올 상황을 애써 외면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우리가 문제를 쥐어 잡고 해결하는 노력을 보이라고 정부에 촉구한 것이다."

 

- 북한이 광명성2호를 발사했고, 2차 핵실험까지 한 상황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북한의 핵과 장거리로켓은 완성 수준에 도달한 게 아니다.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시스템에서 핵이 없는 미사일 개발은 별 의미가 없다. 장거리미사일로 몇 천km 날아가서 TNT 몇 백kg 폭발시키는 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미사일보다는 핵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핵시설 불능화를 완성한 다음에 폐기로 가야 한다.

 

북한을 설득하는 카드는 9.19에 기본적인 틀이 짜여 있다. 미국도 지향점은 9.19에 나와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나. 이번에 미국은 북핵의 불능화 및 폐기 과정과 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미국이 제공하는 경제협력과 관계정상화에 대한 속도,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같이 내놓으려 할 것이다."

 

- 북한에 제시하는 카드에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 인정'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2000년 미사일 협상 때 러시아가 대신 발사해주자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런데 북한은 그렇게 주장하겠지만 동북아 지역 어느 나라도 북한이 장거리 우주개발을 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해주는 나라는 없을 거다. 국제법적 측면으로 보면 어느 나라도 권리가 있지만, 우주 발사용 로켓은 바로 장거리 미사일용 로켓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필요다. 북한은 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로호 실험에 대해 북한쪽에선 그걸 갖고 국제법 위반이라고 하는지 보자고 하는데, 법적으로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남쪽이 갖고 있는 우주개발 필요성이나 경제 능력이 북한과 비교가 안 되는 것이 아닌가, 법적 측면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접근해야할 것이다."

 

- 미국이 말하는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은 무엇이라고 보나.

"9.19성명을 구체화시키는 것일 것이다. 9.19성명 첫머리에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한다고 돼 있다. 그에 대해 경제협력, 관계정상화, 평화체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지난번에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었는데, 지금 미국은 그렇게 하니까 시간이 너무 걸리고 거꾸로 돌아갈 수도 있으니, 뒤로 갈 수 없는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만 될 수가 없다. 북한이 '핵 능력을 불가역적으로 폐기할 테니 미국도 북한에 대한 관계정상화, 경제협력 등을 불가역적으로 하라'고 하면 가능한가. 미국이 한 번에 다 해 줄 테니, 핵을 내놓으라고 할 수 없는 내재적 요인이 있는 것이다."

 

-프랭크 자누지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이 "미 의회는 북한에 내놓게 될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미국 혼자 지불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한국도 돈 내놓을 준비하라는 소리인데.

"당연하다. 한국이 당연히 응분의 부담을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우리가 적극적으로 북한에 지원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상황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1/6의 지분을 가져서야 되겠는가. 한반도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가 지분을 갖고 가야 하지만, 국제정세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50% 이상은 지분을 가져야 한다. 그걸 '퍼주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북이 핵 불가역적 폐기한다면, 미국도 관계정상화-경협 그렇게 해줄 수 있나"

 

 

- 이후 북미대화의 전개상황을 전망해본다면.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고, 6자 회담과 미북대화가 병행될 것이다. 6자 틀안에서 북미가 대화하고, 그 대화가 진전되면 6자 회담에 와서 다른 나라가 추인하고 지원해주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곧바로 해결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2년 동안 경색돼 있다가 대화국면으로 가는 것을 보고,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착시에 빠지기 쉽다. 해결국면으로 가기 위해선 상당한 고통과 시간이 따를 것이다. 양적인 변화가 질적인 변화를 가져 온다고 하지 않나. 결국 대화와 협상을 쌓아가면서 티끌모아 태산을 만들어 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 "정부는 외면하지만 통미봉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었는데.

"북한은 한 번도 통미봉남을 포기한 적이 없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한반도 정통성을 내부적으로 주민에게 설득하기 위해 이를 주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공조, 남북소통, 한중조율 중에서 한미공조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남북소통과 한중조율을 통해 주도권을 갖고 나가야 한다. 우리가 이것을 못하면, 미국은 미북대화 과정에서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고, 이에 대해 북한은 '남북대화 한다'면서 겉모양으로만 대화에 나올 것이다. 북한은 실속 챙기는 것만 하고, 핵무기, 정치, 군사 등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다. 실제 한반도문제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는 전 세계 핵 비확산과 동북아 안정 그 다음 세 번째가 남북관계 진전 문제다. 전 세계 핵 비확산 차원에서 서울의 입장을 듣는 것이다. 북미 대화가 어느 정도 진전됐을 때 우리가 미국 보고 '너무 빠른 것 아니냐, 조절해 달라'고 해서 조절되는 게 아니다. 그것이 강대국 정치다."

 

- 현정은 현대그룹회장 초청,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조문단 파견은 그런 '겉모양'인가.

"모양새도 있고 실속도 있지 않은가. 현정은 회장 방문에서는 북한이 실제 챙길 수 있는 실속이 있고, 조문단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지도자 돌아가셨는데 조문단을 안 보낼 수 있나. 조문단을 보냄으로서 북은 명분이 살고, 남남갈등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통민봉관(通民封官) 전술에도 맞고.

 

그런 걸 보고 '북한이 고분고분해졌다', '유화책으로 나왔다'고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냉철하게 봐야 한다. 북한이 무엇을 잃었나. 북한은 체면도 잃지 않고 실속도 챙겼다."

 

-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연합뉴스> 및 일본 <교도(共同)통신>과 한 공동 인터뷰에서 "북한은 유엔제재에 따른 위기를 피하기 위해 유화책을 쓰고 있다. 북한은 핵포기를 하겠다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은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특수무기 개발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생존의 문제를 걸고 하는 것이다. 안보적, 경제적, 내부 정치적 생존의 수단인데, 어떻게 쉽게 포기하겠나. 북한이 핵포기 진정성이 없다고 했는데, 핵을 포기한다는 진정성이 나타났다면 한반도 문제가 해결단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대통령이 상황을 그렇게 가볍게 인식하는지 모르겠다. 북한에 대한 압박은 중국이라는 뒷문이 열려 있는 한 아무 소용이 없다. 중국은 뒷문을 닫지 않았다."

 

- 지난 6월에, "아시아 문제에 대해서 미국, 일본, 중국이 큰 틀을 정하고, 그 하부구조로 한미일 협의나 6자회담을 통해서 문제를 풀어가자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었는데.

"미국은 세계전략차원에서 주요 지역의 문제를 늘 그런 구도로 생각한다. 전 세계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의 강국들과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관리해 가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의 반발이 심했다. 정부도 좋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국내에서 굉장한 반발이 나와서 현 상태에서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도 이 문제에 대해 미국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정부에서 처음에 이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동북아가 그런 구도로 가도록 허용한다면 역사적으로 중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미-중-일은 기후, 환경, 금융위기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지, 한반도 문제는 논의하지 않는다고 한다는 점이다. 어불성설이다. 기후 환경문제는 미중일이 아니라 유엔이나 G7에서 하는 것이다. 미중일이 얘기하는 것은 결국 지역 문제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 캠벨 동아태 차관보 등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 2008년 7월에 낸 'Strategic Leadership'(전략적 리더십) 보고서에서 동북아는 6자 회담, 동남아에서는 ARF(아세안 지역안보포럼) 등을 통해 관리한다고 명시했다. 동북아 문제를 논의하면서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빼고 무슨 얘기를 하겠나."

 

"남북관계, 국제관계 원용할 필요 있지만 기본적으로 특수관계"

 

- 정부가 황강댐 사건에 대해 국제법적 접근을 모색하고 있는데.

"심각한 인식의 문제다. 남북문제는 국제 관계를 원용할 필요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특수한 관계다. 거기에 입각해서 봐야 한다. 정부의 대응은 두 가지 측면에서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 '국제수로의 비항행적 이용에 관한 협약'은 확립된 국제법이 아니라, 국제관습에 맞추어 선린 우호관계에 있을 때 상식에 따라 적용하는 건데, 지금은 그 협약 자체가 발효가 안 돼 있고 남북한도 가입하지 않았다. 결국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2004년과 2005년 수해 방지에 관한 남북간 대화와 잠정 합의가 있었는데 이것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자가 합의하면 최고의 규범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홍수방지뿐 아니라 수자원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 북한이 물을 예성강으로 빼서 농지 확대하고 북한강쪽도 유역을 변경하면, 한강으로 들어오는 물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또 만약 한강 상류 식수원이 오염된다면 어떻게 되겠나."

 

-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현재 국면에서 북한에 이에 대한 이행을 요구하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야 지금 미북대화 국면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다. 10.4선언 4항은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미국과 중국에 남북한도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고 해야 우리 레버리지가 커지는 것이다. 경제협력 부분도 있는데, 그 어느 것도 당장 해주게 돼 있지 않다. 그것을 위해 협의를 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 정치군사, 경제 문제를 남북간에 논의하자고 하면 일석삼조다.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틀을 만들고, 북한에 전향적인 제안을 하고, 대외적으로도 남북간에도 논의하고 있으니 미국, 중국, 일본에 대해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그런데 '돈이 얼마 든다', 이렇게 비난해 버리니까 스스로 정책 선택 여지를 없앤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이 중국에 직접투자한 금액이 393억 달러인데, 이걸 퍼주기라고는 하지 않는다. 북한도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10.4선언 대부분이 경제 논리로 이뤄진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 수자원 공동개발도 다 같이 하자는 것이다."


#송민순#9.19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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