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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 독일 베를린에서는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 20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축하한 반면, 11월 10일 한반도에서는 아직도 냉전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는 슬픈 현실을 다시 한 번 인식시켰다. 그것은 이른바 제 3차 서해교전이다.

 

11월 10일 오전 서해 대청도 인근해상에서 남하하는 북한 경비정과 우리 해군의 교전이 있었다. 지난 1999년과 2002년에 이어 세 번째 남북한의 직접적인 무력충돌이다. 남북한 신뢰 위기를 불러옴과 더불어 우리는 다시 한 번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적인 상황에 있다는 것을 인식시킨 사건이다.

 

한국을 방위하는 해군의 입장에서는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승리한 해전이라고 자축하는 것은 일면 이해가 되지만, 모 야당의 당수가 수백 발을 쏘고도 적함을 격침시키지 못했다고 해군에 대해 질책하는 것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북한군이 적군이며 한국 헌법상 적성단체라고 할지라도 그들은 한민족이며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고 있지 않은가? 지난 2002년 우리 6명의 해군 장병의 전사와 이번 북한군 장교 1명과 다수의 사상자들은 다 같은 우리 민족이 아닌가? 지난 반세기 동안 남북한 양측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 의해 인위적으로 그어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대립해 왔다. 냉전이 끝나고 20년이 흘렀지만 한반도의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

 

민족과 인권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서해 북방한계선(NLL)문제는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는 안보문제다. 이번에 남북한 충돌이 벌어진 지역은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공항과 멀지 않은 곳이며 남북한 양쪽의 해군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으로 한반도의 화약고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점을 염려한 지난 정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10.4 정상선언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공동어로구역 설정과 서해평화특별지대는 남북한 양측 정부에게 대결과 전쟁이 아닌 새로운 공동의 삶을 모색한 획기적인 플랜이었다.

 

서해 NLL 지역에서의 지나친 남북 간의 대결을 종식시키고 공동어로구역 설정으로 남북한 어부들에게 자유로운 어로 활동의 보장과 개성공업지대를 넘어선 서해안 구상은 급진적이었다고 평가되지만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면 남북한 양측에 매우 매력적인 계획이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2008년 2월 대한민국 신정부 출범이후, 남북 간의 정상적인 대화가 막히고 대립으로 점철된 결과가 이번 사건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9월 6일 있었던 북한 당국의 '임진강 무단 방류사건'은 남북 간 대화단절이 낳은 또 다른 비극이다.

 

만약 임진강 이용과 한강 이용에 대해서 '남북 간 협의체'(Governance)가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서해 NLL에 대한 남북 간 협의체(Governance)가 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충돌과 긴장이 있었을까?

 

여기서 우리는 과거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엘베 강 이용에 대한 동/서독의 Governance'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엘베 강은 과거 체코에서 발원하여 동독지역을 거쳐 서독의 주요항구인 함부르크로 이어진 강이다. 문제는 동독지역의 화학공업단지들에서 방출되는 폐수가 바로 서독지역으로 유입되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명성이 높았던 서독의 함부르크는 악취와 오염으로 몸살을 앓았고 엘베 강은 폐수가 흐르는 강으로 독일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강이었다. 이것을 서독 정부가 동독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엘베 강 이용에 대한 동/서독 위원회를 만들었고 서독정부의 동독의 공업지대 오염저감시설에 대한 지속적 투자로 엘베 강을 오염으로부터 되살려 낸 사건이다. 

 

이러한 서독정부의 경험을 우리는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제 3차 서해교전 뿐만 아니라 임진강과 한강 또한 필요하다. 군이나 안보기관들이 말하는 수공 위협은 제외하더라도 만약 임진강과 한강에 동독처럼 북한의 공장들이 오염물질을 무단방류한다고 상상해보라! 벌써 2천 만의 식수원이 위험해진다.

 

또한 서해 NLL 주변에서 우리는 이미 여러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고 있다. 첫째, 서해 NLL에서 무력충돌로 인한 안보의 불안이며, 둘째, 서해 꽃게잡이철 중국 어선들의 중간수역에서 싹쓸이 불법조업과 안보에 따른 조업제한으로 인한 우리 어민들의 경제적 손실, 셋째, 서해 무력충돌로 인한 국가이미지의 손실과 그에 따른 경제손실 문제가 그것이다.

 

이번 제 3차 서해교전은 남북한의 안보문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보다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분쟁과 안보위협을 막고 남북 간이 공생할 길을 생각할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남북한은 눈앞에 벌어진 공동하천문제, 공동바다문제에 대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서 공동하천과 바다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를 연구, 사전 조율, 조정을 해야 한다. 이렇게 구성된 협의체(Governance)는 남북한 공동이익의 추구와 신뢰회복 나아가서는 통일의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21세기는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아니다. 새로운 화합의 시대이며 경제전쟁의 시대다. 남북한 통일을 많은 사람들은 바라고 있다. 통 큰 결단, 그랜드바겐, 남북회담 등등의 큰 정책들이 남북통일로 이끄는 길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남북통일은 실질적인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신뢰회복을 외치는 사람은 많으나,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서 구체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제 3차 서해교전과 임진강 참사에서 나타난 남북한 공동의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이 통일의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된다. 남북한이 반세기 넘게 분단되어 있었으므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과 장소, 일거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남북한의 공동하천문제와 공동바다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Governance)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덧붙이는 글 | 이신욱 기자는 러시아 국립모스크바 대학교 정치학 박사입니다.


#서해교전#서해해전#3차 서해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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