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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고려대 교문에는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대자보가 붙었다. 1980~19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에게 '대자보'는 매우 익숙한 단어이지만 2000년 이후 입학생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이다. 이 대자보를 붙인 사람은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였다.

 

김씨는 대자보에서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며 "학비 마련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고 계신 부모님이 눈 앞을 가린다. '죄송합니다, 이 때를 잃어버리면 평생 나를 찾지 못하고 살 것만 같습니다.' 많은 말들을 눈물로 삼키며 봄이 오는 하늘을 향해 깊고 크게 숨을 쉰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탑은 끄덕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지만 균열은 시작되었다"며 "동시에 대학을 버리고 진정한 大學生의 첫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 이제 내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에 두고 나는 말한다"고 글을 맺었다.

 

솔직히 김예슬씨 글을 읽어면서 대학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탄식했다.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이 되었지만 그래도 내가 다닐 때는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다. 겉치레였지만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독재정권에 저항는 시늉이라도 했다. 지금은 변질되었지만 자본과 권력에 굴종하기는 보다는 양심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밤을 새워가면서 동료 학생들과 토론도 했다.

 

그런데 이제 대학은 자본에 정신을 팔았고, 학생들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는 비극이 현재 대학 현실이라는 김예슬 절규 앞에 부끄러웠고, 안타까웠다. 이 모든 것이 김예슬씨보다 20년을 앞서 산 바로 나 같은 선배들이 만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예슬씨 대자보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찬반 논쟁이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12일 포털 <야후>는 '독점생방송 Yahoo Show' 프로그램에서 김예슬 대자보에 대한 누리꾼들 토론을 벌였다.

 

 

토론에 참여한 야후 누리꾼 'bun5209'는 "동의합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자기 전문공부보다는 자격증을 위해 스펙을 쌓기 위해 공무원 시험 취직 등등을 위한 공부만을 하는 대학들이 너무 많다고 하더군요 이게 말이 되냐"고 했다.

 

lovelymylife'는 "문제는 있지만 답은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인 것 같다. 바꾸려고 외치고 거기에 동조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힘없는 일개 집단의 작은 목소리일 뿐이기 때문에,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암울한 현실. 이것이 지금 우리 한국의 청년들의 미래이자, 미래의 부모가 될 이들이 자식에게 되물림 할 수밖에 없는 아픈 현실의 한 모습이다"고 했다.

 

'appa5874'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현실에 순치된 젊음을 다시 생각을 하게하는 큰 용기"라고 김예슬씨 결단에 동의했다.

 

하지만 'prepmanj'는 "경쟁 없는 세계는 역사상 없었다"며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같은 돈키호테"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포털 야후의 <프레시안> 기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에 달린 댓글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kds430'는 "대학이 아닌 다른 길에는 경쟁이 없을 것 같습니까? 현재 자기가 있는 곳을 뛰쳐 나가 본들 뛰쳐 나온 그곳 또한 경쟁이 있을 거라"며 "노숙자 사회에서도 서열이 있고 감방 안에서도 서열이 있습니다. 무한 경쟁사회에 지친 것은 알지만 현재에 만족하고 더 나은 삶을 꿈꾸지 않는다면 그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더 나은 삶을 꿈꾼다면 경쟁은 필연적이라"고 했다.

 

<야후>는 또 고려대 <'88만원 세대' 여대생의 자발적 퇴교시 대자보에서 밝힌 "대학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 발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이라는 질문을 통해 누리꾼들 찬반 여부를 물었는데 13일 '해당 여대생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가에85.%, '해당 여학생의 섣부른 판단이다'에 14.2%에 동의했다.

 

 

야후뿐만 아니라 다음 <VIEW>에도 김예슬씨 대자보에 대해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김예슬씨 결단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글들이 많았다.

 

다음 블로거 '라피앙떼'는 "저는 김예슬양과 30여년의 차이가 나는 197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녔습니다. 저 역시 '청운의 꿈'을 품고 가족의 기대를 온 몸에 받으며 '명문대'에 입학했다가 다른 길을 선택했기에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뒤척였을 예슬양의 고뇌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면서 "자신이 거부한 것들과의 싸움에서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는 단단한 다짐을 볼 때, 예슬양은 어떠한 가시밭길이라도 헤치고 나갈 강한 열정과 투지를 가진 인재로 보인다"고 김예슬씨 결단을 높였다.

 

그는 이어 "부디 예술양의 '탈주'와 '저항'이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취업을 위한 자격증이 없어도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경영할 수 있다는 비전을 성공적으로 가꾸어 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김예슬씨의 꿈과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했다.

 

'상상 더하기'도 "자유를, 인간다움을 짓밟는, 생명을 죽이는 체제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철옹성 같은 유신 체제였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며 "이 땅의 젊은이들을 죽음 같은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불의에 대한 저항도 꿈꿀 수 없게 하는 이 질식할 듯한 체제가 마냥 갈 수는 없다. 여중생들이 불 붙인 '촛불세대'에서도 확인했듯이 젊은 세대들의 '반란'은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오마이뉴스>의 김예슬씨 대자보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에도 12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천을귀인'은 "대학을 중퇴하면 상당한 불이익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며 "치열한 고민끝에 내린 그녀의 선택이 앞으로 보다 값진 그리고.. 보다 나은 자신과 세상을 일구어가는데 최선의 선택이 되기를 기원한다. 주어진 일상이라는 덫에 갖혀 사는 나로서는. 추억에만 머물며 아련히 그리워해야하는 처지이지만. 한 젊은이의 고뇌에 찬 결단에 부러움과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의 삶에 풍족함이 있으라"고 격려했다.

 

대학과 자본의 거대한 탑에 돌멩이 하나 뺀 김예슬씨, 그 작은 균열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홀로 그 일을 맡기에는 거대한 탑이 견고하고, 튼튼하다. 그러므로 이를 무너뜨리는 것은 모두가 함께 할 때 가능하다.


#고려대#김예슬#자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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