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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내일 12시 50분까지 참관수업하거든, 꼭 와야 해."
"그거 꼭 안가도 돼. 갈 수 있는 부모님만 가는 거야."
"싫어, 만약에 오지 않으면 아빠 각오해. 엄마라도 오라고 하든지."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신신당부합니다. 아내보다 시간 여유가 있는 내가 가기로 했습니다.

 수업중인 초등학교 교실
 수업중인 초등학교 교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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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처음으로 참관수업을 갔었던 때를 떠올려 보면썩 유쾌하지 않습니다. 곱게 차려입고 화장을 한 젊은 엄마들 사이에 껴 있는 남자가 저 혼자라서가 아닙니다.

선생님의 질문에 서로 하겠다며 손을 들고 "저요! 저요!"를 외치는 아이들 속에서 수업에는 관심이 없듯 고개를 숙이거나 허공을 쳐다보는 아이들 몇몇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선생님도 의식한 듯, 고개를 숙인 아이에게 말을 걸어 보는데,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책상에 엎드린 채 울어 버렸습니다.

교실 앞쪽으로 한 학부모가 나가서 제 아이의 사진을 찍자, 그래도 되는 것처럼 몇몇이 찍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수업이 끝났습니다. 교실 안은 선생님과 사진을 찍겠다며 난리통을 겪는 속에 조용히 교실을 나가는 아이의 눈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시간에 맞춰서 교실을 찾아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이번에도 대부분이 젊은 엄마들이고, 아빠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참석한 학부모의 이름을 적어달라고 합니다. 허리가 약간 굽은 할머니 한 분이 교실에 들어오지 않고 문앞에 서 있어서 안으로 들어오시라고 해도 괜찮다며 한사코 손사래를 칩니다.

1학년 때와는 달리 제법 차분하게 조용히 손을 들기만 하는 것이 달라 보입니다. 아빠와 눈이 마주친 딸은 손을 흔들며 웃습니다. 아직 부모를 못 찾은 아이들은 가끔 뒤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어두운 표정의 아이들 몇몇이 눈에 들어옵니다. 질문에 대답을 안하고 천장을 바라보는가 하면, 수업이 끝날 때까지 손을 한번도 들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참관수업을 보고 있는 학부모들.
 참관수업을 보고 있는 학부모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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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자 이번에도 사진 찍느라 시끄럽습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 속에 홀로 집으로 가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혼자 걷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참관수업 하는데 엄마 안 온 것 같다."
"네에."
"다른 친구들 온 것 보면 너도 엄마가 왔으면 좋겠지?"
"........"
"엄마 아빠는 회사에 가서 못 온 거야?"
"몰라요."

아이는 귀찮은 듯 옆으로 피해서 가버렸습니다.

참관수업이 어떤 환경에서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가르치는 선생님은 어떤 분인가를 알아볼 수 있는 현장 체험의 긍정적인 목적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저학년 아이들의 정서를 고려하면 참관수업에 오지 못하는 부모를 둔 또 다른 한편의 아이들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학부모를 학교에까지 불러서 수업현장을 보여주어야 할까요? 각 학교(교실)마다 디지털 수업 교구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보여주는 참관수업을 제안해 봅니다.


#참관수업#초등학교#학부모#선생님#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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