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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지방법원은 형사 기소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시효가 완성되었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교사들을 징계한 안양J학원에 대해서 "징계를 무효로 하고, 위법한 징계에 대해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징계시효가 지나고 무죄판결을 받은 교사를 징계하는 것은 무효이므로 그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것인데, 공무원인 교육부장관이나 교육감의 경우 직무유기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형사 기소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시효가 완성되었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교사들을 징계한 안양J학원에 대해서 "징계를 무효로 하고, 위법한 징계에 대해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징계시효가 지나고 무죄판결을 받은 교사를 징계하는 것은 무효이므로 그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것인데, 공무원인 교육부장관이나 교육감의 경우 직무유기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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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시효가 끝난 뒤 학교 측에서 교사들에게 내린 징계는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법원은 5월 27일 징계시효가 끝났음에도 형사 기소됐다는 이유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징계처분한 경기 안양 J사학법인에 징계를 무효화하고 교사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 판결은 현재 검찰에 정치활동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소속 교사 183명 중 징계 시효가 만료된 상당수 교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이들을 파면 해임하라는 방침을 시도교육청에 전달한 상태다.

법원 "징계시효 지난 징계는 무효, 손해 배상해야"

경기도 안양의 J사학법인은 이 학교 전교조 교사들이 2006년 12월과 2007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사학비리 척결과 비민주적 운영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유인물을 나누어준 것을 문제 삼아 형사 고발했다. 당시 집회에서 나눠준 유인물 내용을 근거로 명예훼손, 집회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복종의 의무 위반 등을 문제 삼은 것. 검찰은 교사들을 약식기소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교사들은 이에 불복, 2007년 정식재판을 청구해 2년 동안 유무죄를 놓고 다퉜다.

하지만 학교 측은 1심(2008년 8월 28일)에서 무죄 판결이 났는데도 2009년 1월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했다. 결국 교사 2명은 견책, 4명은 불문경고 처분, 나머지 교사들에게는 주의 처분 징계를 내렸다. 1심 무죄 판결에도 학교 측이 징계를 강행한 이유는 형사법상 무죄와 민사법상의 징계는 법리가 다르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교사들은 1, 2심에 이어 3심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2009년 7월 23일). 기소유예 처분된 교사들 역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내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한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법원은 사립학교법과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징계시효가 2년이므로 "2006.12.19.(집회 일시)은 피고 법인의 이사장이 징계의결을 요구한 2009.1.6.으로부터 역산하여 징계시효 2년의 기간이 이미 경과하였으므로 이 부분은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징계 시효가 지난 사건으로 한 징계는 명백한 위법이므로 견책에 대해서는 각 100만 원, 불문경고에 대해서는 각 50만 원의 위자료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형사처벌 법리와 징계 법리가 다르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 고발로 인해 기소됐어도 무죄 판결을 받으면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교사들이 집회를 하고 유인물을 돌린 것은 공익을 위한 것이었고 그 내용 역시 대부분 사실에 근거한 것이므로 기소됐더라도 처벌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리하여 재판부는 주문에서 징계 시효 만료와 징계 사유 없음을 근거로 "견책을 받은 교사에게는 100만 원, 불문경고를 받은 교사에게는 50만 원씩을 지불하고, 지불하지 않을 시에는 갚는 날까지 연 20%의 이자를 지불하라"고 판시했다.

징계대상 전교조 교사 중 시효만료자 100명

교과부는 민주노동당 관련 정치활동 혐의로 기소된 교사 183명에 대해 전원 파면 해임 징계를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 교과부는 기소만으로도 징계가 가능하며 만약 형사 사건으로 무죄를 받더라고 징계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번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은 이런 교과부의 논리가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법원은 시효가 지났는데도 징계한 것은 명백한 위법으로 손해배상 사유라고 밝혔다. 이같은 법원의 논리에 따르면 183명의 교사 중 최소 100명 정도는 징계가 어렵다. 이들은 징계시효인 2년 이전에 이미 민주노동당 후원금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과부가 파면 해임 징계를 강행한다면 전교조 교사들의 집단 소송은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법원에 의해 징계가 취소되고 국민 혈세로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다. 앞의 판례에서 견책에 따른 손해배상은 100만 원이었는데 파면해임은 이보다 훨씬 높은 징계이므로 손해배상액이 상당할 것이다. 100명의 위자료만 해도 최소 수억~수십억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징계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교사들 역시 징계양정 과다로 징계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직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이 정한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나며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 한나라당 후원 교사들과의 형평성에서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또 교사들은 일관되게 당원 가입을 부정하고 있는데, 설사 가입했다고 해도 당원 가입만으로 공무원이 파면 해임된 판례는 확인된 바 없다. 이 역시 나중에는 파면해임이 취소되고 위자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억울하면 소송해라? 징계시효 완성 징계는 직권남용 형사 처벌감

이번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은 교과부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교과부는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기소된 교사들의 판결 이후까지 징계를 연기하라는 주장에 대해 "억울하면 소송해라. 무죄를 받으면 그 때 가서 다시 소송을 하면 된다"고 막말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판결이 시도교육감에게는 징계를 유보하거나 파면 해임을 감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전망이다.

시효가 이미 완료되어 징계할 수 없는데도 이들 교사를 파면해임한다면 이는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교과부나 시도교육감들도 이 판결을 알고 있을 거라고 본다. 이들이 모두 법치를 강조하는 만큼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시효가 지난 교사들은 징계하지 않고, 시효가 남은 교사들도 판결 시까지 징계를 하지 않아야 한다. 법원을 무시하고 징계를 한다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 시효가 만료했는데도 형사 기소되거나 기소유예 받은 전교조 교사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린 사학법인에 대해서 징계를 무효로 하고 위법한 징계에 대해서 손해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같은 논리로 183명의 교사들에 대한 파면 해임을 강행하고 있는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치활동#징계무효#징계시효#전교조#직권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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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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