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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은 외로울 것이다. 그러나 강은 저 사람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환문(42)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최수영(40)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4대강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낙동강 함안보 공사장 타워크레인(전체 높이 40m)에 올라가 닷새째 고공농성을 벌이는 속에,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26일 오후 함안보에서 연 '미사'에 양운진 경남대 교수(전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가 한 말이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함안보 공사장 앞 공터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크레인 농성 지지하며 드리는 생명평화 미사'를 올렸다. 박창균, 백남해, 강윤철, 박호철, 김종봉, 이상원, 권혁시(대구) 신부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민심은 천심,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는 펼침말을 내걸어 놓고, 폭염 속에 1시간 가량 미사를 올린 뒤 600m 가량 떨어져 있는 함안보 홍보관 전망대까지 거리행진했다.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김미영 진주시의원,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공동대표, 이동근 열린사회희망연대 공동대표, 성인기 진주환경연합 공동의장, 이명균 전 진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전민규 큰들문화예술센터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박창균 신부는 이날 강론을 통해 "고공농성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 일을 어쩌나 싶었다. 부끄럽기도 했다. 그동안 4대강사업을 막아야 한다고 했는데, 얼마나 애가 탔으면 그랬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신부는 "그동안 진심으로 4대강사업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는지, 이 일보다 다른 일을 하면서 많은 핑계를 대지 않았는지, 온갖 계산을 대지는 않았는지, 참으로 해야 하는 일 중에 이 일이 2순위 내지 3순위로 해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했다"고 말했다.

 

"저기 올라가 있는 두 활동가는 가족을 두고 있다. 한 활동가는 아이가 9살이고, 다른 활동가는 아이가 6살과 4살이라고 한다. 공사를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공사 타당성을 따져야 하고, 환경평가도 다시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저 사람들이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 힘을 만들어 주지 못하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두 활동가의 안위조차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박 신부는 "겨자씨 하나가 모여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두 활동가를 지켜내고 참된 생명평화를 키울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며 "크레인 위에는 폭염 속에 살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고 한다. 두 활동가가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백남해 신부는 "이전에 문규현 신부께서 북한에 다녀온 뒤 국가정보원에서 조사를 받을 때 조사관이 '밖에서는 아무도 모르는데 혼자서 왜 그러느냐'며 고립시키려 했고, '혼자서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투쟁하는 사람들은 혼자라는 게 가장 두렵다"면서 "고공농성자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 참석자들은 도로를 따라 함안보 전망대까지 "민심은 천심"이라는 제목의 펼침막을 앞세우고 걸어갔다. 전망대에 도착한 신부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이환문, 최수영. 힘내라. 사랑해요. 함께 해요."

 

그러자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맙습니다."

 


#함안보#낙동강#생명평화미사#천주교 마산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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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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