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를 대신해서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거잖아요. 고공농성장까지는 가보지 못하더라도 멀리서나마 보고 가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 왔어요. 파헤쳐진 강도 그렇고, 땡볕인데 철판 위에 서 있는 두 활동가를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프네요."

 

26일 오후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함안보(18공구) 공사장 앞에서 만난 김미향(45, 창원)씨가 한 말이다. 이환문(42)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최수영(40)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4대강사업 중단' 등을 외치며 지난 22일 새벽부터 함안보 공사장 타워크레인(전체 높이 40m)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함안보 공사장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함안보 공사장 출입문 앞 공터에는 컨테이너와 천막이 설치돼 있다. 지난 22일 오후부터 이곳은 '고공농성장 지원 상황실'로 운영되고 있다. 습지와새들의친구(부산) 김경철 사무국장,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임희자 사무국장과 감병만 부장, 이수완 밀양참여연대 환경위원장, 장기동 통영거제환경연합 공동의장 등이 상황실을 지키고 있다.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하루 100명 정도 찾아온다. 창원, 울산, 대구뿐만 아니라 심지어 안동과 포항에서도 단체나 개인이 찾아오고 있다. 특히 최수영 사무처장과 이환문 사무국장이 활동했던 부산과 진주에서 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고공농성장을 보기 위해 온다.

 

'부경아고라'는 함안보 공사장 입구에 펼침막을 걸어놓기도 했다. 대개 방문자들은 맨손으로 들르지 않는다. 물이나 수박, 빵 등 먹을거리를 챙겨오기도 하고 기금을 맡기기도 한다.

 

포항에서 2시간 걸려 왔다고 한 정침귀(44)씨는 "활동가들이 크레인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많이 다루지 않는다. 궁금하기도 해서 왔다"면서 "포항은 4대강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이라 그런지 반대 분위기는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비례대표)이 27일 오후 경남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조만기 청장과 면담한 뒤 함안보 현장을 찾는다. 홍 의원은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손석형 경남도의원과 동행한다.

 

이병하 위원장은 "홍 의원은 지방경찰청장 면담 때 함안보 고공농성에 대한 경찰의 과잉대응과 관련해 우려를 표하고, 농성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경찰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함안보 현장에서는 경찰에 의해 접근이 차단된 타워크레인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민병렬 위원장 등 간부들도 이날 오후 함안보 현장을 찾는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이날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가들의 고공농성을 적극 지지하며,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요구를 수용, 전면적 재논의에 돌입할 것"을 촉구한다.

 

민주당 최철국 의원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이미 다녀갔다. 최 의원은 물과 휴대전화 배터리를 고공농성자들한테 지원해 줄 것을 경찰에 요구하기도 했고, 조 의원은 크레인 아래 가물막이 구조물까지 들어가 지원 물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함안보 크레인에서 고공농성하는 활동가한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 위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뜻과 반대로 무리하게 4대강사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 민주국가에서 지도자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두 활동가들이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운진 경남대 교수는 "4대강사업은 수자원공사와 환경부가 먼저 건의해서 된 게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을 펴겠다며 한 일이다. 경기부양책을 하면서 왜 하필이면 먹는 물을 갖고 하나"라며 "고공농성은 여론의 관심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인데, 우리로서는 미안한 마음 뿐이다. 아무튼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함안보가 위치한 창녕지역 주민들도 찾아온다.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뿐만 아니라 찬성하는 이들도 찾아오고 있다. 26일 오후 창녕에 산다고 소개한 3명의 어르신이 '지원 상황실'을 찾아와 관계자들이 한때 긴장하기도 했다.

 

이우건(74, 창녕 영산)씨는 "궁금해서 지나가다 들렀다. 그런데 창녕주민 70%는 4대강사업에 찬성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저지대에 대해 농지리모델링 사업을 벌이기에 그런 것 같다"면서 "정부가 하는 사업인데 우리가 반대할 수 있나. 전문가들이 다 연구해서 하는 사업이다. 지금 중단한다면 더 손실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웅(70, 창녕)씨는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했으면 한다. 삼복 더위에 모두 고생한다. 크레인에 올라간 사람들도 개인보다 국가를 생각해서 한 행동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도 현장에 와서 보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장기동 공동의장은 "창녕 주민들도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4대강사업에 찬성하는 단체들이 함안보 전망대 쪽에 집회신고를 내놓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마찰은 없다"면서 "그런데 주민들은 4대강사업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나 정보가 없이 정부 논리 위주로 주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교인들도 줄을 잇고 있다. 진주환경연합 공동의장인 박창균 신부, 낙동강선원장인 자흥 스님은 수시로 '지원 상황실'에 들러 살피고 있다. 26일 오후에는 통도사 소속 2명의 스님들이 찾아왔다.

 

4대강사업 중단을 외치며 소신공양한 고 문수 스님과도 알고 지낸 사이라고 소개한 농암 스님은 "4대강사업에 찬성하면 이곳에 오겠느냐. 문수 스님도 가셨다. 불교는 생명존중이며, 미물도 살리는 사상"이라며 "강을 파헤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임희자 사무국장은 "단체가 주축이 되어 오기도 하지만 개인도 많다. 지난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찾아오더라. 창녕 부곡이나 영산에 사는 주민들은 '우리 동네 일인데'라며 강을 살리는 데 앞장서자는 반응을 보이더라"며 "앞으로 답사 코스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활동가들의 고공농성이 시작된 지난 22일부터 매일 저녁 함안보 공사장 주변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촛불문화제에는 수십 명씩 참여한다. 참가자들이 전망대 앞에서 촛불을 들면 700m 떨어진 크레인 위에서는 휴대전화 불빛이 깜박거리며 소통하고 있다.


#4대강정비사업#낙동강#함안보#환경운동연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