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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침공하는 한국 아이돌의 기세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얼마 전 6집 <허리케인 비너스(Hurricane Venus)>를 발표하며 국내에 복귀한 '보아(Boa)'의 성공적인 일본 진출 이후 '슈가', '주얼리' 등등 국내 아이돌 그룹의 꾸준한 노크가 있었지만 일본시장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보아의 성공 사례도 한국 아이돌의 성공이라기보다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 결과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후 '동방신기'가 일본 진출에 성공하며 '빅뱅', 'SS501',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신성'과 같은 남자 아이돌들이 조금씩 현지에서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아직 일본인들에게 'K-POP'이 '대세'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그러나 도심의 대형음반매장에 K-POP 섹션이 따로 만들어지는 등 과거에 비하자면 그 위상이 달라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일본 아이돌과 구분되는 그들의 '실력'

 

이러한 긍적적인 분위기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은, 그간 일본 대중들이 접했던 일본 아이돌과 한국 아이돌 간에서 느껴지는 분명한 차이점 때문이다. 과거 한국의 아이돌 산업의 시작은 일본의 방식을 상당부분 차용해서 운용했지만, 이 이후에 발전과정은 일본의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일본 아이돌들이 캐릭터 구축과 대중과의 친근함을 쌓는데 열중하고 있을 때, 한국의 연습생들은 오랜 시간 동안 실력 향상에 매진했다. 결국 엔터테이너와 아티스트, 일본 대중들이 비워놓은 그 사이를 한국의 아이돌들이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물론 동방신기의 성공 뒤에는 일본에서 겨우 몇 백명의 관객 앞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며, 시장의 맨 밑바닥부터 밟고 올라갔던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모션의 문제를 제외하고, 그 후에 이들이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어필하기 시작했던 이유는 일본 매체가 말한 '최강의 코러스 그룹'이라는 칭호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의 아이돌과는 차별화된 그들의 '실력'이었다. 일본 최고의 보컬그룹인 '고스페라즈'와의 협연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가창력을 선보이며 강력한 댄스까지 가능한 아이돌 그룹은 그곳에서도 절대 흔한 케이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연습생 시절의 실력 경쟁은 이후에 국내의 과열화된 아이돌 그룹, 그리고 기획사간의 경쟁에서 더욱 극대화 된다.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아이돌의 조건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한 방송에서 노래할 때 MR을 제거하여 그들의 라이브 실력을 검증하는 한국의 대중들은 어설픈 아이돌을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 노래, 춤, 심지어 외모와 스타일까지도 한국의 아이돌은 '완벽'해야 한다.

 

반면에 일본의 아이돌은 '우리는 아티스트가 아니고 아이돌이니까'라는 면죄부를 대중과 아이돌 자신이 항상 지니고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고 조금은 어설픈 매력은 외려 아이돌이 가져야 할 특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은 국내 기획사가 초기부터 시행했던 일종의 연습생 시스템인 '인 하우스 팜 시스템(In-House Farm System)'과, 아이돌 그룹이 발표할 음악과 그와 관련된 제작전체를 관리하는 곳인 'A&R(Artist & Repertory)'의 확대를 더욱 강화했다.

 

또한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연습기간은 계속해서 늘였고, 덕분에 기획사의 연습생들은 하루에 8~12시간 정도 레슨을 받아야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최강 스펙' 아이돌이 이제 해외에서도 점점 인정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일본 러시를 이루는 한국의 걸 그룹들

 

특히 걸 그룹의 경우, 일본매체나 한국에서 그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자아이돌의 경우 과거 전성기에 비하면 현재 일본에선 답보상태라는 평가다. 물론 '퍼퓸'이나 'AKB48'과 같은 그룹이 선전하고는 있다지만, 최근 한국 가요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하는 한국 걸 그룹의 다양성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또한 과거 한국의 패션이나 비주얼적인 스타일이 일본에 비해 촌스럽다고 여겨지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다는 것도 청신호다. 그에 따라 일본 젊은 여성층의 지지가 걸 그룹의 인지도 상승에 많은 기반이 되어 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한 분위기에 발 맞춰 지난 4월부터 일본대형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과 손잡은 '카라'와 '포미닛'을 비롯해서, 국내에서 음악성을 인정받은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사운드-G>도 이번 달 25일 일본에서 정식 발매된다.

 

특히 이번 8월 11일 데뷔 싱글인 <미스터>를 발매하는 카라의 경우, 지난 7월 15일 타워레코드의 선 예약판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이미 많은 관심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아울러 '티아라', 현지 쇼케이스를 마친 '레인보우', '2NE1' 역시도 일본으로부터 다양한 루트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전례 없는 한국 아이돌의 일본 러시라 할 만하다.

 

2010년 8월 본격적인 일본 공략에 나서는 '소녀시대'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걸 그룹이 있다면 역시 국민 걸 그룹이라 불리는 '소녀시대'다. 역시 유니버셜 산하, '나유타 웨이브 레코드'와 계약하여 이곳에서 오는 9월 8일 일본 데뷔 싱글 <지니(GENIE)>를 발표할 그녀들은, 이번 일본 진출을 위해 멤버들 각자가 활동하던 예능 프로그램과 음악 프로그램의 MC 하차를 감행할 만큼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싱글 발표 이전, 그녀들은 8월 11일 현지에서 우선 뮤직비디오가 담겨진 <소녀시대 도래(New Beginning of Girls' Generation)>라는 타이틀의 DVD를 발표하고, 25일에는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이 DVD를 구매한 1만명의 팬들을 초대해 대규모의 쇼케이스를 벌일 예정이다. 인디신부터 차례로 올라가는 일본의 기존 아이돌 성공방법과는 판이하게 다른, 그야말로 대규모의 지원이다. 

 

이처럼 국내의 아이돌들이 일본 진출의 열을 올리는 이유는 역시나 '산업'과 관련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서도, 상당한 수준의 음악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은 우리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자 공략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의 음악시장은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했듯 일본은 아티스트와 아이돌을 구분한다는 것은 결국 일본 대중들은 아이돌 외에 굉장히 다양한 음악시장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 또한 그러한 커뮤니티는 소녀시대의 비주얼만으로는 결코 공략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무시한 채,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의 조그만 승리에 도취되거나 아이돌 그룹으로 일본 음악시장 전체를 장악했다는 어쭙잖은 자만을 떤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상당한 독이 될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 또한 승산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적인 해외진출은 국내음악시장 발전에도 상당한 마이너스다.

 

어쨌거나 여기 이제 한국이 만든 최강의 스펙을 자랑하는 아이돌이 해외수출을 할 준비를 끝마쳤다. 태생적으로 커다란 기획사를 만나지 못해 강력한 스펙을 갖추지 못한 국내의 배고픈 연습생들. 그리고 한국 음악시장 전체가 '올인'하다시피 해서 이루어낸 아이돌이 일본의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나마 부디 성공해서 돌아오길 바라야하는 팬들의 마음을 뒤로 한 채로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제 시작되었다.


#아이돌#일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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