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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과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이 10일 저녁 함안보 공사장 철탑을 내려온 뒤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과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이 10일 저녁 함안보 공사장 철탑을 내려온 뒤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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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민심, 흘러라 낙동강."
"4대강사업 중단하라."

20일 동안 낙동강 함안보 철탑(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가 제4호 태풍 '뎬무' 때문에 철수한 최수영(40)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과 이환문(42)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이 병원으로 후송되기 위해 경찰차에 오르면서 이렇게 외쳤다.

이들 활동가는 10일 오후 7시 50분경 철탑에서 내려왔다. '4대강정비사업 중단'과 '국민 여론 수렴 기구 구성', '국회 검증특위 구성'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월 22일 새벽 철탑에 올라간 지 20일 만이다.

함안보 공사장 주변은 태풍 북상 소식이 알려진 10일 오전부터 분주해졌다. 경찰은 철탑 아래 가물막이 구조물 위에서 '위험하다'는 경고 방송을 했고, 지난 태풍 '매미' 때 공사장 타워크레인 57개가 무너졌다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낙동강국민연대 등 부산·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긴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경 함안보 공사장 출입문 건너편에 있는 '농성 지원 상황실'에서 대표자회의를 열고, 4시경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2시경 부산환경연합과 진주환경연합 등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인사들이 몰려들었다.

낙동강국민연대는 기자들에게 이날 오후 2시 30분경 '고공농성자 기자회견'을 통지했다. 고공농성자들이 휴대전화로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었다. 이환문 사무국장은 휴대전화를 통해 입장을 밝혔는데, 태풍이 오더라도 농성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또 그동안 자신들이 요구했던 조건 세가지 중에 하나라도 이날 오후 5시까지 들어준다면 농성을 풀겠다고 밝혔다. 낙동강국민연대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4당에 긴급하게 연락했다. 서울에 머무르고 있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내려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10일 오후 함안보 공사장 출입구 건너편 '고공농성 지원 상황실'을 찾은 김두관 경남지사가 휴대전화로 고공농성 중인 환경연합 두 활동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10일 오후 함안보 공사장 출입구 건너편 '고공농성 지원 상황실'을 찾은 김두관 경남지사가 휴대전화로 고공농성 중인 환경연합 두 활동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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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뒤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가 '농성 지원 상황실'을 찾았다. 강 부지사는 현장 상황을 김두관 경상남도지사에게 보고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5시 부산광역시청에서 예정된 부산·울산·경남시도지사 간담회 참석차 부산으로 향하기 전 현장에 들렀다.

김 지사는 최수영 사무처장과 이환문 사무국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김 지사는 "태풍이 온다고 하기에 걱정이다"며 "최근 경남도에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도의회에서 4대강사업 피해지역 조사 용역 예산이 통과되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활동가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20여명, 철탑 아래까지 들어가 설득

낙동강국민연대 농성지원 대책위와 부산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논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는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공사장 안으로 들어가서 두 활동가를 데리고 나오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20여명이 농성장으로 향했다. 이들이 함안보 공사장 출입문으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의 취재 여부와 관련해 경찰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농성자들이 내려올지 불투명한 속에 언론취재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표자들이 설득해 두 활동가가 철탑을 내려온다고 하면, 취재진이 현장으로 들어오도록 경찰 측과 합의했다.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철탑 아래까지 들어가 두 활동가를 설득했다. 변영철 변호사가 철탑 중간까지 올라갔다. 대표자들은 "태풍이 오면 위험하다. 내려오지 않으면 대표자들도 철탑 아래에서 계속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두 활동가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활동가는 철탑 중간까지 내려와 변영철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올라가 배낭을 꾸렸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기자들에게 연락했고, 기자와 활동가들이 버스를 타고 공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두 활동가가 철탑을 내려오자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다. 들고 있던 우산이 바람에 날아가며 부숴져버렸고,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평소 야간작업을 위해 불을 훤하게 밝혀놓았는데, 이날은 모든 불을 꺼버린 상태였다.

 20일 동안 낙동강 함안보 공사장 철탑에 올라가 4대강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인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10일 저녁 철탑을 내려오고 있다.
 20일 동안 낙동강 함안보 공사장 철탑에 올라가 4대강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인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10일 저녁 철탑을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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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활동가가 철탑 중간 즈음 내려왔을 때 활동가들은 "이환문 최수영 사랑한다"를 외쳤다. 또 이들은 <아침이슬>을 함께 불렀다. 비바람이 치는데도 일부 환경연합 회원들은 울기도 했다.

두 활동가가 땅에 발을 들여놓은 시각은 10일 오후 7시 50분경. 기자들이 철탑 아래까지 들어간 뒤에 이들은 내려왔다. 경찰이 곧바로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하자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우리가 먼저 두 사람을 손을 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수영·이환문 사무처(국)장은 20일만에 땅을 밟은 뒤, 철탑 입구 앞에서 지키고 있던 사람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일부 인사들은 울기도 했으며, "수고했다"는 말을 연발했다.

최수영 사무처장은 "더이상 4대강사업은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환문 사무국장은 "끝이 아니다. 태풍보다 더 무서운 게 4대강사업이다. 자연을 이기려고 하면 안된다. 4대강사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 "국회 4대강특위 구성 추진할 것"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함안보 공사장 철탑에서 20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뒤 10일 저녁 태풍으로 철수한 뒤 내려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과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함안보 공사장 철탑에서 20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뒤 10일 저녁 태풍으로 철수한 뒤 내려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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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활동가는 무사히 내려와 경찰 차량을 타고 창녕서울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이들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창녕경찰서에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창녕경찰서 관계자는 "일단 병원에서 진찰부터 받게 되고, 경찰 조사 일정은 아직 잡혀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일단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농성 지원 상황실'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과 함께 방문했다. 이들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 대표는 "정치인이 잘하지 못한 책임이다. 민주노동당은 내일부터 서울에서 4대강사업 중단 촛불문화제를 열 것"이라며 "국회에서 '4대강특위' 구성 요구 결의안을 추진하고, 야4당 대표 회담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낙동강지키기경남본부 공동대표는 "무사히 내려와서 다행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박창균 진주환경연합 공동의장(신부)은 "무사히 내려와 다행이고, 우리가 함께 열심히 해야할 것"이라고,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공동대표는 "아쉬움이 있지만, 안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농성 지원 상황실'을 지켰던 활동가들은 앉아서 울기도 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임희자 사무국장과 감병만 부장, 이보경 부장, 부산환경연합 우정희 간사 등 많은 활동가들은 울음을 보였다. 이환문 사무국장의 부인도 달려와 서로를 격려했다.

함안보 공사장 주변은 이들의 눈물까지 섞여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4대강정비사업#낙동강#함안보#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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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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