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선 타향에서 생활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국적도 다르고 언어에서 생활습관, 문화 등 모든 것이 낯선 타국 땅에서의 생활은 마치 황무지를 개척하듯 가시밭길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감하게 고향을 떠나 낯선 타국인 한국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다문화가정이 그들. 대부분이 한국남자와 결혼을 하면서 낯선 이국땅에 첫 발을 디디게 되는 다문화가정들은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희망보다는 가장 먼저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며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그러나 이들은 뼈를 깎는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언어에서부터 문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태안군에도 193가정에 이르는 다문화가정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또한 마찬가지로 낯선 이국땅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어 교육, 한국요리 강습, 운전면허 취득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다문화가정 지원센터의 노력으로 시나브로 한국인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다.

 

또한 같은 고향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국가별 자주모임을 통해 고향 이야기를 하며 향수에 젖어보기도 하고, 각자의 가정에서, 일자리에서 가족과 지역에 도움을 주기 위한 봉사활동도 마다하지 않으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이 그러하듯 한국에 적응하면서 여력이 되면 봉사단체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나름대로의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태안군에 정착해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에서는 유일하게 관공서에 근무하면서 지역주민들로부터 '미소천사'로 불리며 지역의 일을 돕는 이가 있다.

 

태안은 고향 하롱베이와 닮아 낯설지 않아... 베트남 여성 정착에 도움주고파

 

주인공은 지난 4월부터 태안군 근흥면사무소에서 공공근로로 근무하고 있는 '쩐티투이'(27, 여, 근흥면 안기1리 거주)씨로 민원업무 처리를 위해 면사무소를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친절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준다 해서 '미소천사'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주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는 주민생활과에서 업무보조를 맡고 있는 쩐티투이씨는 주변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는 베트남 하롱베이 출신으로 비슷한 환경의 태안반도가 낯설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쩐티투이씨는 고향에서처럼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 딸과 함께 '제2의 고향'인 태안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지역주민들을 위한 봉사에서도 누구보다 열심이다.

 

지난 2005년 4월 결혼을 하면서 처음 태안땅을 밟은 쩐티투이씨는 한국말이 서툴러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 많이 외로웠고, 특히 어려움이 있을 때 도와달라고 하소연할 곳도 없어 힘들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의사소통에 간혹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업무를 하거나 주민들을 만나는데 큰 애로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한국과 태안에 정착하게 될 베트남 여성들을 걱정해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을 찾는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에서 정착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나서겠다"며 남다른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태안군의 희망근로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던 쩐티투이씨가 근흥면사무소의 '미소천사'로 근무하게 될 기한이 9월까지로 한 달여 정도 밖에 남지 않았지만, 민원인들에게 보여주었던 친절함과 아름다운 미소는 주민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쩐티투이씨는 마지막으로 "한국말이 서툴다고 해서 외국인을 고용하는데 꺼려하는 분들이 있는데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 뒤 "나는 앞으로도 직장생활을 꾸준히 하고 싶고 하나하나씩 일을 배워 나갈 것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며 "외국인이라고 선입견을 갖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도 전했다.

 


#다문화가정#태안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